아이폰은 컴퓨터가 아니다

잊고 있었네?

by 블루오션

군복무와 호주 워홀을 마치고 복학을 위해 다시 베이징으로 돌아온 나는 갑자기 중국생활에 한 부분이 크게 바뀌었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바로 스마트폰의 등장. 이전 중국생활 때 나는 20층 높이에서 떨어뜨려도 부서지지 않는다는 노키아 피처폰을 사용했었는데,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우리는 모두 손에 스마트폰이라는 컴퓨터를 하나씩 가지고 있게 되었다.


예전에야 그냥 길거리 노점상에서 필요할 때 바로 유심을 하나 사서 장착하면 사용이 가능했겠지만, 중국도 실명제가 조금씩 정착되고 있던 상황이라 친구한테 개통하는 법을 물어보았다.


"핸드폰 개통 어디서 해?"


"그냥 아무 대리점 가면 돼."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나는 학교 근처에 보이는 아무 대리점에나 들어갔다. 한국에서 통신사 권매사를 해봤던 경험이 있던지라, 중고개통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아무 걱정 없이 들어갔던 나는 바로 개통을 거절당했다.


"여권은 안됩니다."


아... 앞으로 많이 등장할 외국인으로서의 서러움이 시작이었다. 여권은 안된단다. 왜? 왜? 왜? 생각해 보니 한국에서 권매사로 일할 때도 외국인 개통은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뭔가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짐작 하에 인터넷 서핑으로 내용을 찾았다.


"여권소유자는 1급 이상 대리점에 방문하셔야 합니다."


1급 이상 대리점이 아직 나는 뭔지 잘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2,3층 높이정도가 되는 큰 대리점을 가면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다행히 나는 학교 옆에 큰 대리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모바이크(자전거 대여 서비스)를 타고 리엔통 대리점으로 향했다.


중국에는 3개의 통신사가 있다. 联通(리엔통),电信(디엔신),移动(이동), 이 세 가지의 통신사는 지금은 큰 차이가 없지만, 한창 4G가 보급되기 시작하던 시점에는 통신사마다 주파수 차이로 사용할 수 있는 통신사의 제약이 조금 존재했는데, 리엔통은 거의 주파수의 제약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리엔통을 사용하는 것이 제일 편할 것이라 생각하고 리엔통대리점에 가게 된 것이었다.


번호표를 뽑아 들고 대기 후 나의 차례가 되자 직원은 나의 여권을 확인하고는 굉장히 당황한 듯하였다.


旁边学校里留学生那么多,都没给他们开过吗?

(옆 학교에 유학생들이 그렇게 많은데, 외국인개통 안 해보셨어요?)


没有。

(안 해봤어요.)


나중에 듣기로는 지정업체에서 유학생들을 모아서 한 번에 해주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혼자 급히 한 건데, 나중에 들어보니 나는 일반 플랜, 업체에서 해준 개통은 학생 플랜이라, 훨씬 저렴한 금액이었다고...


아무튼, 개통에는 약 1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모되었는데, 외국인은 개통할 시 여권사진을 찍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한다. (변명인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나는 드디어 나의 아이폰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폰이 얼마나 대단한들, 개통이 안되면 빛 좋은 개살구지.


추후 대학교를 졸업하고 자취를 하게 되어 집에 인터넷을 개통해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 나는 똑같은 방식으로 집 근처 2,3층 이상 되어 보이는 대리점에 방문하여 인터넷 신청을 했다. 다른 대리점이었지만, 여기도 똑같이 여권사진을 찍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한 시간 정도 여러 가지 사인을 한 후 다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음날 설치기사님이 방문하여 문제없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다행히 여기서 글도 쓸 수 있다.


宽带,没有你我活不了!

(광대역 인터넷, 너 없으면 나 못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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