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스타트업!

스텔스모드로 점진적으로 나아가기

by Song 블루오리온

작게 시작해서 확실하게 이기는 법

후쿠오카 공항에서 텐진까지 지하철로 딱 10분.

공항 안내판을 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이 도시는 불필요한 걸 철저히 제거했다는 걸. 관광객이 헤맬 만한 복잡한 동선도, 과한 편의시설도 없다. 대신 어디든 지하철로 이동할 수 있다. 사실 운전도 (운전사가 오른쪽에 앉고, 한국과 반대로 달린다) 익숙하지 않을 뿐, 적응하면 그리 어렵지 않다. 왜냐하면, 서울 도심과는 달리 끼어들기도 적고 양보를 잘 해준다. '빵~'하는 경적은 3일동안 1번 들을까 말까다. 마음이 편안하니 운전도 쉬워진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좋은 도시 탑10에 들어간 이유가 분명히 있다. 도심은 사용자에게 최적의 녹지와 넉넉한 주차환경도 제공한다. 비즈니스도 똑같다. 시작은 늘 '사용자의 입장'에서 부터이기 때문이다.

거창한 사무실, 완벽한 시스템, 화려한 웹사이트... 이런 건 나중 얘기다. 진짜 중요한 핵심은, 고객과 해결책 사이의 거리를 얼마나 좁힐 수 있느냐다.


오늘은 직장인들도 빠르게 자신만의 (부업?)스타트업을 시작해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나의 경험과 인사이트가 누군가 한 명에게 도움이 되다면, 정말 보람이 될 것이다.



25달러가 수천만 원을 이긴 이유

2008년, 스탠퍼드 대학의 '극도의 저비용 설계' 수업.

제인 첸(Jane Chen)과 그녀의 팀원들은 인도와 네팔의 영유아 저체온증 문제를 해결하는 과제를 받았다. 처음엔 당연히 "더 좋은 인큐베이터"를 만들려 했다. 그런데 현장에 가보니 문제가 달랐다.

전기가 안 들어오는 마을, 병원까지 몇 시간 걸리는 거리. 아무리 좋은 기계를 만들어도 소용없는 환경이었다. 결국 그들이 만든 건 전기 없이도 체온을 유지하는 25달러짜리 '에브리데이 웜백(Embrace Warmer)'이었다.

이 단순한 제품은 지금까지 전 세계 30만 명 이상의 미숙아 생명을 구했다. 물론 나 또한 25년간 웹에이전시를 운영하며 비슷한 경험을 꽤 많이 했다. 타 회사에서 홈페이지를 제작하고 불만족이 커서 우리를 찾아온 경우가 종종 있었다. 고객이 웹에이전시를 찾을 때 보통의 기준은 금액과 디자인인 경우가 많다. 그렇게 선정한 대행사는 대부분 이쁜 홈페이지를 만들어준다. 하지만 정작 고객의 진짜 문제는 "신규 고객 유입"이었고, 해결책은 홈페이지가 아니라 네이버 블로그 콘텐츠와 랜딩페이지인 적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해결책 이전에 문제를 살피는 것이다. 이런 과정으로 서비스를 제공받은 고객은 무척이나 감사해하면서 선물까지 보내주기도 한다.


문제를 제대로 보면, 답은 생각보다 가벼운 경우가 많다. 의사샘이 청진기로 환자의 가슴에 대고 숨죽여 귀 기울이듯이, 고객이 무슨 문제로 울고 있는지를 살피는 과정이 정말 중요하다.



일본 리크루트그룹이 60년간 망하지 않는 이유

일본의 리크루트에는 1982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독특한 제도가 있다. 바로 '링(Ring, Recruit Innovation Group)'이다.

모든 직원이 자기 아이디어로 신규 사업을 제안할 수 있고, 채택되면 바로 소규모 팀을 꾸려 현장으로 나간다. 사내 스타트업 지원 시스템이다. 여기선 완벽한 기획서 100장보다 "실제로 이 서비스 쓰는 사람을 누구지?" 하며 현장으로 나가는것이 더 중요하다.

이들이 보는 건 단 하나. "불만, 불편, 불안" 이른바 '3불(三不)'이 있는 곳에 기회가 있다고 믿는다. 실제로 일본의 유명한 구인 서비스나 '핫페퍼(Hot Pepper)' 같은 히트 상품들이 모두 이 링 제도에서 탄생했다.

이 방법론은 모든 비즈니스에 적용가능하다. 사실 무척 신박하다. 특히 스타트업에겐 필수로 추천한다.

저자 또한 고객의 3불을 알게되면, 클라이언트 미팅에서 PPT 만드는 시간에, 프로토타입 하나 만들어서 보여준다. "이런 거 필요하신 거죠?" 그럼 된다. 고객의 진짜 문제를 진단하면 해결책은 전문가라면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움직일 수 있는 가장 단순한 기능으로

후쿠오카 여행중 우연히 들린 맛집을 자주 만난다. 하카타역에서 원하던 웨스트우동집을 찾지 못해, 가까운 역상가로 들어가 만난 모츠나베와 생우동! 완벽한 계획표에선 결코 만날 수 없던 맛이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실패한 문 앞에서 기꺼이 돌아서야 더 맛있는 우동집을 발견하는 법이다. 헨릭 크니베르그(Henrik Kniberg)가 만든 유명한 비유가 있다. MVP(최소 기능 제품)를 설명할 때 전 세계 기획자들이 가장 많이 쓰는 모델이다.

"일단 움직일 수 있는 가장 단순한 걸 만들어라."

스케이트보드로 시작한다. 바퀴 4개 달린 판때기.

고객이 타본다. "중심 잡기 힘들어요."

킥보드로 개선한다. 손잡이를 달았으니 조금 낫다.

또 피드백 받는다. "더 빨랐으면 좋겠어요."

퀵보드, 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 이렇게 진화한다.


핵심은 이거다. 처음부터 완벽한 자동차를 만들려고 하면 고객은 1년 아니 그이상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스케이트보드라도 먼저 주면? 오늘부터 당장 '이동'이라는 가치를 경험한다.

그리고 첫 스케이트보드 MVP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 몇 일이면 될까? 지금처럼 부품을 쉽게 구매가 가능한 상황에서는, 일주일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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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3시간 스텔스모드로!

지금 당장 회사 그만둘 필요는 없다. 사실 그건 무모할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떻게 하란 말인가?

우리에겐 스텔스모드가 필요하다. 조용하게 적 레이다망을 피해 저공비행하는 그 비행기처럼 말이다.

'나 이런거 시작했어'라고 말하고 다니는것은 금기사항이다. 업무시간에는 열심히 일하고, 퇴근 후 2~3시간 자신만의 스타트업을 시작할 수 있다. 처음이라면 MVP까지 3개월이상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2번째부터는 빨라진다. 익숙해지면 웹기반 비즈니스라면 4주이내에도 가능해진다. (물론, 사업아이템에따라 큰 차이가 날 것이다.)


그 시작은 고객의 문제 즉 3불을 관찰하는 것부터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라이프스타일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된다. 만일 내가 카페를 좋아한다면, 사용자로서 카페를 찾는 과정 및 출입부터 주문까지의 일체의 경험을 살펴보면 된다. 다른 카페와도 비교가 될 것이다. '에이, 이렇게 살면 피곤하지 않아요?'라고 하는 분들도 가끔은 있다. 하지만 이것은 짜릿한 도파민을 생성하기도 한다. 새로운 가능성의 시작일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나만의 비즈니스를 만든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과정으로 시작했음을 인지하면 '나 또한 해보겠어'라는 기대감도 생길 수 있다.


1단계: 관찰 (30분)
주변 사람들이 어디서 불편해하는지 본다. 회사 동료, 가족, 온라인 커뮤니티... 불안, 불평, 불만이 기회다.

2단계: 가설 (30분)
"이걸 이렇게 해주면 해결되지 않을까?" 노트에 적어본다. 거창할 필요 없다.

3단계: 실행
아이디어를 기록하고 현실화한다! 일단 만들어서 5명한테 보여주고 피드백받는다.

4단계: 개선
반응 보고 고친다. 좋으면 계속하고, 안 되면 다른 걸 시도한다.


나는 이 방식을 기반으로 한 KoreaUX.com 방법론으로 스타트업이나 신규사업을 추진하는 상장사들에게 컨설팅을 제공한다. 처음부터 완벽한 건 단 하나도 없다. 다만, 빠르게 시작하고 끊임없이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의 유명한 저자이자 사업가 '사이토히토리'는 이에 대해 명확하게 알려준다.

"행동하고 개선하고 또 행동하고 개선하세요!"



가벼워야 이긴다

후쿠오카공항에 하루 30대 이상의 비행기가 한국에서 온다. 실로 어마어마한 숫자다. 후쿠오카의 시스템은 일본 특유의 참 콤팩트함이 있다. 군더더기가 없으니 빠르다. 빠르니까 이긴다.


나는 열심있는 리더들과 고객들에게 자주 브레이크를 걸어준다. 완벽한 준비는 환상이다고. 시장은 매일 변하고, 고객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제인 첸은 완벽한 인큐베이터를 만들지 않았다. 리크루트는 완벽한 기획서를 쓰지 않았다. 헨릭 크니베르그는 처음부터 자동차를 만들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지금 당장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작은 것"부터 시작했다.

종로 스벅의 커피를 마시며, 나는 지난 주 여행의 여유를 이 글에 담았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의 신년이 더 가볍고 빠르게 나아가는 2026년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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