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회차 소교주라면?

고수는 혼자가 아니라, 주변을 강하게 만드는 사람이 아닐까

by Song 블루오리온


25년 차 맹주, 인생 2회차를 시작하다


새벽 2시까지 무협 웹툰을 정주행했다.

강호의 한 고수가 젊은 청년으로 환생하여 벌어지는 스토리. 맥이 막힌 약골 소교주로서 전생 맹주의 기억을 되살려 다시 천하를 제패하는 이야기다. 뻔한 설정인데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잠을 설친 채 영종도 엠클리프 테라스에 앉았다. 서해 바다가 눈앞에 탁 펼쳐졌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멍하니 앉아있다가 문득 생각했다.


나도 지금 2회차 아닌가!


나의 1회차는 이랬다

직장 3년, 그리고 창업 25년.

처음엔 아무것도 없었다. 사무실이라기 보다는 서버창고에서, 팀원은 1명, 자본은 없었다. 그냥 될 것 같아서 시작했다. 무모함인지 자신감인지 구분도 안 됐다.

그렇게 버티다 보니 4,300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완수한 회사가 되어 있었다. 돌이켜보면 어떻게 해왔는지 믿기지 않을 때가 있다. 하지만 언제나 숫자는 거짓말을 안 하지 않는가.

2024년, 나는 그 회사를 내려놓았다. 엑시트. 오랫동안 꿈꿔왔던 그 순간이었다. 막상 해보니 홀가분했다. 그리고 허전함도 찾아왔다.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강한 상대였다.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또 새 회사 대표가 되어 있었다.



2회차 주인공의 진짜 무기


웹툰 속 주인공이 빠르게 성장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몸은 약골 소교주지만, 머릿속엔 무림을 제패했던 기억이 그대로 살아있기 때문이다.

나도 비슷하다.

넥스트스타는 이제 막 시작한 조직이다. 규모도 작고, 아직 증명해야 할 것도 많다. 그런데 이상하게 불안하지 않다. 이건 왜 그런거지? 이런 적은 처음이다.

25년 동안 겪어봤기 때문일까? 팀의 쇠퇴도 성장도, 메이저 고객과의 이별도 새로운 고객과의 만남도, 정든 사옥의 매각도 신사옥의 구입도.

물론 그 경험들이 지금은 전부 '심법'이 됐다. 하지만 이것만은 아닐것 같다.

무림고수가 다양한 기술을 극대화해서 할용하려면 내공이 필요하다. 인간의 내공은 인간에 대한 본질적 지식의 이해와 깨달음이 아닐까.

처음 창업하는 사람이 10년 걸려 배울 것들을 몇 주안에 통찰할 수 있게해주는 그것 바로 내공이다. 시장의 흐름, 사람의 태도, 계약의 온도 그리고 인간의 8가지 욕구.

최근 시장은 변하고있다. AI가 판을 바꾸고, 일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고객은 혼란스러워한다. 이것이 위기인지 아니면 기회가 될 수 있는지 만일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정확한 타이밍

사람들은 인생에 타이밍이 너무 중요하다고 말을 한다. 나는 그런면에서 운이 좋다. 첫 사업은 웹의 초창기에 1세대로 시작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엑시트해보니 시간의 선택권이 내게 주어졌고 나는 AI를 습득할 수 있게 되었다. 고객의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진단하고 전략을 세워서 디지털과 AI로 효과적인 전환을 가장 높은 효율로 컨설팅을 제공하게 되었다. 사실 의도한 것은 아니다. 재미있어서 기술을 연마했고 그러던 중에 지인 대표님들이 요청을 해오셨기에 또 잘하는 영역이라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사업은 혼자서만 할 수 없는 일. 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주변에 AI전문가는 별로 없다. 어떻게 하지? 지금 내게 유일한 방법은 비기전수다.


과거 나는 인재에대한 깊은 고찰을 거듭하다가 최종 결론에 도달한 적이 있다. 바로 제자를 양성하는 것이다. 무림 고수가 자신의 비기를 전수하여 빠르게 제자를 고수로 만드는 전략과 비슷하다.

무협지로 치면 '비급(祕笈)'을 전수하는 셈이다. 그런데 현실에서 비급은 동굴 속 영약이 아니다. 이미 정점에 올랐던 사람들이 남긴 기록, 즉 책에 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습관과 사고방식(나폴레온 힐),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중심을 잡는 삶의 태도(스토아학파), 작은 회사가 시장을 뒤집는 전략(이나모리가즈오, 간다 마사노리 등). 이 사람들이 평생을 걸려 정리한 것들을 나는 3개월내에 제자들에게 전수한다. 그리고 그들은 반복훈련과 실적활용으로 3년내에 마스터가 된다.

25년의 경험 위에 위대한 스승들의 지혜를 얹는 것. 그게 내가 생각하는 팀의 가장 빠른 성장의 길이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매일 팀에게 전한다


비급을 혼자 품고 있는 고수는 결국 혼자다.

1회차 때도 나는 직원들을 가르치는 데 엄청 공을 들였다. 단순히 일을 시키는 게 아니라,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함께 나눴다. 나폴레온 힐이 말한 성공의 원리를, 스토아 철학자들이 강조한 자기 통제와 집중을, 내 언어로 풀어서 전했다.

그 결과가 4,300개의 프로젝트의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함께한 사람들이 잘 자랐기 때문이다.

2회차도 다르지 않다. 넥스트스타에서도 나는 똑같이 하면 된다. 팀원들은 AI라는 어시스턴트의 지원으로 더 효율적으로 학습한다. 나 또한 교수법이 발전하고있다. 고기를 잡아주지는 않는다. 프리미어리그 감독이 축구 경기에 나가 뛰지 않듯이 전략적 승리 방법을 알려준다. 해법이 아니라 사고방식을. 기술이 아니라 태도를. 내공을 스스로 쌓는 방법을.

고수는 혼자 강해지는 사람이 아니다. 주변을 강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그게 내가 배운 리더십의 정수다.



2회차라서 달라진 것들


1회차와 비교하면 확실히 다른 게 있다.

예전엔 실수가 무서웠다. 한 번 틀리면 다 끝날 것 같았다. 지금은 아니다. 실수가 뭔지 알기 때문이다. 잘못되도 어떻게 개선하는지 안다. 그 여유가 오히려 더 좋은 결정을 만든다.

초창기엔 혼자 다 하려 했다. 내가 제일 잘 안다고 생각했다. 리더십을 깨달은 후 사람을 주목해서 본다. 나보다 잘 할수 있는 사람을 찾고, 그 사람이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대표의 일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예전엔 빨리 가려 했다. 지금은 제대로 가려 한다.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걸, 지금은 제대로 이해하는것 같아 나 자신이 기특하다.



다시, 검을 높이


엠클리프 테라스에서 커피 한 잔을 다 비웠다.

바다는 넓고, 바람은 여전히 시원하다. 새벽까지 웹툰을 본 탓에 몸은 좀 피곤하지만, 머릿속은 오히려 또렷하다.

2회차는 무조건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 아니다. 이미 한 번 해봤으니 조금 더 현명하게, 조금 더 유쾌하게 가보자는 태도다. 기왕이면 즐겁게. 팀원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기억해두고 싶다. 가장 보람된 추억이 될 테니까.

전생의 기억을 품은 소교주처럼, 나는 오늘도 맥북을 연다.

강호는 여전히 넓고, 나의 2회차는 이제 막 시작됐다.



* 매주 한 편, 2회차 인생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씁니다. 구독하시면 놓치지 않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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