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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푸근 Feb 20. 2017

얼라이드(Allied,2017)

[용작가] 우리가 잠시 잊었던 이야기

크리스티나 작가(크작가)를 알게 된 것은 작년 브런치에서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재미난 생각들을 나누었다.

그것 중 하나가 서로가 추천한 영화들(그 확장성은 무한하다)을 보고,

남자와 여자의 시각으로 리뷰를 써보자는 것이었다.

평소 마리옹 꼬띠아르의 팬이었던 크작가와 브래드 피트처럼 몸을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헬스장을 다녔지만 남은 것은 관절염뿐이었던 내게,

영화 <얼라이드, 2017> 만큼 시작하기 좋은 영화는 없었다.

오늘은 이 영화에 대한 나의 리뷰를 해보고자 한다.

크작가의 시선을 기대하며.





마리옹은 눈빛은 때로는 브래드 비트의 그것보다 더 강렬하다



지구 상에서 두 가지 성별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만났다고 생각했다. 이미 전성기를 넘어 진한 완숙미가 느껴지는 두 배우가 펼치는 열연은 그것만으로도 영화를 볼 가치를 만들어준다.  영화의 시작은 카사블랑카라는 장소에서 시작된다. 독일의 고위급 장교를 암살하기 위해 힘을 모으게 된 영국 정보국의 맥스 바탄(브래드 피트,  이름조차 멋지다)과 프랑스 비밀요원인 마리안 부세주르(마리옹 꼬띠아르)는 작전을 준비하며 서로에게 빠져든다. 그리고 그들은 임무를 완수 후 함께 영국으로 돌아가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하지만 마리안 부세주르가 이중간첩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생기면서 맥스는 마리안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사실 스토리만 본다면 그다지 색다른 매력은 없다. 스파이 영화를 이야기할 때 흔히 손꼽는 명작들인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2011>의 치밀한 구성력이라던지, <무간도, 2003>의 긴장감에 비하면 다소 부족하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영화는 스파이 영화이면서 남녀 사이의 색채가 들어갔다. 그래서 다른 스파이 영화만큼 멱살을 잡고 끌고 가는 힘이 약할지도 모르겠지만, 좀 더 감성적인 면에서 풍부함을 유지하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우리는 맥스 바탄(브래드 피트)의 시선으로 영화의 모든 것들을 바라본다. 내가 운명처럼 사랑하게 된 나의 아내(마리옹 꼬띠아르)가 정말 독일의 이중 스파이인지에 대해 고뇌하는 맥스의 감정으로 영화에 이끌려 간다. 영화의 초기에 맥스는 마리안에게 그런 말을 한다. 임무수행을 위해 만난 두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를 말할 만큼 그는 냉철한 요원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 자제할 수 없는 그녀의 무엇에 이끌려 그렇게 사랑에 빠지고 만다. 가끔 우리 인생에 한 번씩 다가오는 불가항력적인 이끌림을 표현하는데 감독은 꽤나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보통의 스파이 영화였다면 후반부 진실을 향한 맥스의 질주에 좀 더 많은 구성과 스토리를 엮었을 것이다. 하지만 감독은 스파이보다 남녀의 어찌할 수 없었던 사랑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싶지 않았나 싶다. 하긴 이 두 배우를 두고 한쪽의 편중된 연출을 이끄는 바보가 누가 있겠는가?




숨겨진 명품 조연, August Diehl


영화는 숨겨진 매력들을 꽤나 많이 보유하고 있다. 그중에 하나가 독일 장교로 나왔던 어거스트 딜(August Diehl)이다. 영화를 좋아하시는 팬들은 바로 알아봤을 것이다. 영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서 역사상 가장 흥미진진했던 지하 Bar 신을 이끌어냈던 독일 배우이다. 어거스트 딜은 영악한 캐릭터 그 자체이다. 모든 것을 판단하겠다는 지성과 열망이 온몸에 투영된 배우이다. 그는 잠깐의 출연만으로도 영화 속에서 꽤나 교활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이보다 독일 장교가 어울리는 사람이 또 있을까? 아무 정보 없이 영화를 보다 다시 재회하게 된 어거스트 딜은 반가움 그 자체였다.


감독인 로버트 저메키스의 연출력 역시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이다. 대중적인 인지도는 다소 떨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의 전작들을 보면 우리는 꽤나 그의 영화들을 많아 봐왔다.


하늘을 걷는 남자, 2015

플라이트, 2012

콘택트, 1997

포레스트 검트, 1994

백 투 더 퓨쳐(전 시리즈)  등등


로버트 저메키스는 드라마를 풀어내는 역량이 탁월한 감독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최근 작품들의 활동에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연출하며 잔잔하지만 깊이 있는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공교롭게도 이번 영화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영화를 집필한 스티븐 나이트(Steven Knight)의 가족 이야기라는 이번 작품은 로버트 저메키스라는 감독을 만나 풍부한 감정으로 되살아났다. 영화 곳곳에는 다소 올드패션 한 연출들이 보인다. 기억하는가? 사막에서 차를 새워놓고 사랑을 나누는 장면. 바깥에는 두 주인공의 프라이버시를 보호라도 하겠다는 듯이 갑자기 미친 듯이 모래폭풍이 연출된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묘한 웃음을 지었다. 다소 쌍팔년도의 연출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올드한 느낌이 좋았다. 그들의 비밀스러운 사랑을 표현하기에 그리고 장소의 이국적인 매력을 활용하기에 이만한 연출도 없었을 것이다.


상처받은 영혼의 전문배우


카메오의 등장으로 놀랐던 배우는 매튜 구드(Matthew Goode)이다. 영국산 황폐한 영혼과 섹시한 남성미의 연기 달인인 이 배우는 아주 잠깐 등장한다. 대부분 그의 잘 생긴 얼굴에 덮인 CG로 알아보지 못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하다. 영화 <프러포즈 데이>와 <이미테이션 게임>에서 익숙해진 영국산 미남의 정처 없이 떠도는 눈빛 연기는 짧은 시간이지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또 다른 카메오가 한 명 더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데 바로 사이먼 맥버니(Simon McBurney)이다.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2015>과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2011>에서 등장했던 그는 영국의 고위간부를 연기하는데 전문화된 배우이다. 늘어나는 주름살만큼 알 수 없는 그의 감정과 태도는 여전히 영화 속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영화에서는 Mr. No Smoking으로 기억하면 떠오르실 수 있을 것이다.




어찌할 수 없었던 그들의 눈빛은 많은 가십을 만들어냈다


당시를 살아갔던 사람들에게는 지독하게도 암울한 시기였을 것이다. 모든 것에 진실을 판단해야 하며, 어느 순간 적인지 아군인지도 판단이 어려울 만큼 모든 것이 희미해진 시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에게는 그러한 모습이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진실을 묻는다. 내 마음속 그녀라는 사람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는 듯하면서도 견고한 그의 모습은 영화 말미에서도 변함이 없다. 수없이 만들어졌던 그 시대의 사랑이야기였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듯한 사랑이라는 느낌이 든 것은 왜 였을까?


사랑의 이끌림에는 정해진 공식이 없다. 주위의 그 어떤 사회적 잣대나 시선도 소용이 없는 순간이 있다. 시작을 하며 불현듯 느꼈을지도 모른다. 후회할지도 모른다. 후회하고 고뇌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들은 그렇게 그런 사랑을 시작한다. 요즘의 우리가 흔히 만나지 못하는 그런 뻔한 이야기이기 때문일까?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상당한 만족감을 가졌다. 그 흔했던 사랑이야기지만 우리에게는 낯선 익숙함이 들었던 만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언젠가 한 번쯤 원했지만 잊어버린 바로 그 만남 말이다.



이제 크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한다.

https://brunch.co.kr/@angegardien/21




https://youtu.be/8SwM9L061Eg

카사블랑카라는 배경으로 생각이 났던 예전의 그 영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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