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나더씽킹 Sep 07. 2022

혼자 일하는 외로움

혼자 일을 한 지가 1년이 넘었습니다. 

사업자를 내고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7개월 차이지만 2020년 말 한국에 돌아와 어떤 일을 할까,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를 고민하다 결국 '내 길'을 가기로 결정한 후로 줄곧 혼자입니다. 


1998년 하반기,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이었던 4학년 2학기에 방송국에서 일을 시작한 후로 2017년 여름 독일로 가기 전까지 줄곧 일을 쉬어 본 적도, 혼자 일해 본 적도 없습니다. 어딘가에 적을 두고 있었거나, 아니면 혼자서 결과물을 만드는 일이긴 하되 반드시 누군가와 함께 협업해야 하는 일들이었죠. 


그때는 혼자 일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했던 것도 같아요. 

사람에 치이는 일이 정말 힘들잖아요. 오죽하면 월급이 일의 대가가 아닌 '사람에게 치이는 값'이라고 하겠어요. 온전히 나 혼자 생각하고 결정하고 실행하고 성취하고 만족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수없이 생각했었죠.


저 같은 사람이 아마 숱하게 많은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만난 후배는 같은 생각을 하다가 오롯이 혼자 일하는 업을 1년도 채 안 되는 기간 경험해 봤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후 다시 들어간 직장에서는 '함께' 하는 모든 순간이 그렇게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심지어 그렇게 싫던 회식 자리가 너무 소중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고...


혼자 일을 하는 건 분명 장점이 많아요. 저처럼 제 의지로 제 가치관대로 하고 싶은 일을 맘껏 실행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말리는 누군가도 없고 간섭하는 누군가도 없고 지적하는 누군가도 없어요.

그런데 웃긴 게,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런 지점 때문에 굉장히 외롭습니다.

잘하고 있나, 방향이 맞나, 잘못된 점은 없나, 다른 길을 모색해 봐야 하나, 지금 나는 도대체 어느 위치쯤에 서 있는 것인가! 혼자의 고민과 생각으론 알 수가 없으니까요. 


외로움도 있지만 두려움도 있습니다. 새로 시작하는 일은 늘 시간이 필요하고 기다림이 필요한 일이란 걸 모르지 않는데, 이 기다림이 언제까지일 것인가, 기다림의 끝에 무언가 있긴 있는 것인가 조급하고 두려워요. 

좀 느긋하게, 하고 싶었던 일들,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마음껏 하고 있다는 그것만 생각해도 참 좋을 텐데, 왜 이리 마음은 폭풍과 고요를 오가는 것일까요. 


다행인 건 그럴 때마다 저에게 응원해주는 분들의 얼굴과 따뜻한 말을 떠올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더 솔직히 말하면 떠올리려고 부단히 노력합니다. 그래야 지금의 나를 붙잡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거든요. 


오늘 아침엔 읽던 책의 문장들이 또 제게 따뜻하고 강한 격려를 건네주네요. 


기다림을 두려워하지 마라.
그것이 무엇이든 느긋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려라!
좋은 것들은 항상 가장 나중에 온다. 

-<일요일의 인문학>(장석주 저) 중

그렇겠죠? 기다림 끝에 좋은 게 오겠죠?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뒤엉켜 콩닥거리는 마음을 이 문장에 의지해 차분하게 만들어보는 중입니다.

오늘도 굿모닝.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를 야단친 다음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