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걱정이 좀 됩니다. 그래서 오래전 이 연재를 위한 목차를 정리해 놓고도 선뜻 시작할 수가 없었어요. '출산'을 권유한다는 것 자체가 오만방자한 일이 되어버린 시대라서요.
저는 줄곧 주변인들에게 늘 결혼과 출산을 '적극 권장'하던 사람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완벽해서 그랬을까요. 천만에요, 절대 아니죠. 그 누구에게도 결혼 생활이든 육아든 '헬'의 순간은 존재할 수밖에요. 하지만 그럼에도 '결혼해라' '아이를 낳아보아라'라고 말할 수 있었던 건 그 경험을 통해서만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요, '경험' 쌓자고 결혼하고 아이 낳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육아로 인해 포기하는 경험도 숱하게 많은 게 사실이니까요. 저도 그랬어요. 결혼 안 한 친구들이 사회에서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볼 때, 하고 싶은 것 맘껏 하면서 사는 모습을 볼 때, 작아지는 나를 발견할 때도 많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순간도 '육아'를 선택한 걸 후회하지 않은 건, 육아를 하기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좋은 방향으로, 드라마틱하게 말입니다.
엄마가 되기 전, 저는 굉장한 염세주의자였어요.
매 순간 절체절명의 심정으로 대단히 열심히 살기는 했는데, 성취에 목을 매며 살기는 했는데, 바탕에는 늘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라든가 '어차피 삶은 또 힘들어질 거야'라는 식으로 생각하면서 살았죠. 일이 주는 기쁨과 성취도 분명 없지는 않았는데, 그건 염세주의자인 나를 들키고 싶지 않은 자존심 혹은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 지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오래가지도 않고 삶은 늘 불안하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젊은 날이 흘러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을 리도 없었고, 어쩌면 한편에는 어서 빨리 나이 들어 모든 상황에 초탈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마저 했던 것도 같습니다.
그때의 나와 매일 이별을...
그랬던 제가, 30대 중반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면서 이전의 나와 결별하는 경험을 매 순간 하며 살고 있습니다. 물론, 제게도 육아는 괴롭고 힘들었습니다. 야근을 밥 먹듯 하고 주말 근무까지 해야 하는 직장에 다니는 워킹맘으로 살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울기도 많이 울었고요. 한데 놀랍게도 아이는 열 번을 울게 만들다가도 단 한 번 웃음으로 세상을 바꿔놓는 마법을 부리더군요. 그리고 그 한 번의 감정이 '얼마든지 열 번 더 울 수 있다'는 각오까지 하게 만들었고요.
진심으로 그저 '궁금'해서 하는 질문인데 그때마다 저는 아이가 없던 시절의 삶을 떠올리며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보다 훨씬 부드럽고 온화하고 긍정적이고 감사를 알고 세상을 이해하고 미래를 걱정하고 배려와 존중을 배웠고 상대의 마음을 읽으려 노력하고, 그리고 앞으로 더더더 성장하며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제법 괜찮은' 사람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가장 바라는 바는, 앞으로 하게 될 이야기들이 지금 당장 끝날 것 같지 않은 '헬육아'를 온몸으로 관통하고 있는 분들에게 힘과 격려가(혹은 깨알팁이) 되기를, 출산을 망설이는 분들에게는 '엄마가 되어보는 것도 괜찮은 일일지 모르겠다'는 기대감을 줄 수 있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미 육아를 다 끝낸 부모님들에게도 웃으면서 지난날을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을 드리고 싶은 맘도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