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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나더씽킹 Dec 01. 2023

현문현답?!

독일학교 '윤리' 시험에서 있었던 일

독일학교 7학년인 아이는, 7학년이 되면서부터 시험이 많아졌다. 

중등학교(김나지움) 과정인 5학년부터 학업 부담이 슬슬 늘어나더니, 

7학년이 되니 본격 공부량이 체감된다고나 할까. 


음, 독일학교의 시험 체계에 대해서는 설명하자면 너무 복잡하지만, 

간단히 말하면 우리나라처럼 따로 중간고사, 기말고사 '기간'이라는 게 없고

일주일에 최대 두 과목만 시험을 볼 수 있으며, 시험 요일도 연달아 붙여서 볼 수 없게 돼 있다.

그러니까 월요일에 시험이 있는 주에는 '화'요일엔 시험을 볼 수 없는 것. 

어쩌다, 진짜 어쩌다 연달이 시험을 보는 일이 있기는 한데 

그건 날짜 조정 혹은 선생님들끼리 수업 시간 맞변경이 어려워서 일어나는 매우 드문 케이스. 


독일학교의 학제나 학업 시스템에 대해서는 필자가 운영 중인 <어나더씽킹랩-독일교육>에 

다양하게 소개돼 있으니 혹시라도 진짜 혹~시라도 궁금한 독자분이 계시다면 방문해 보셔도 좋을 듯!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얼마 전 있었던 아들의 '윤리 시험'에 관해서다. 

사실 나는 아이가 학교에서 치르는 시험 내용에 관심이 정말 많다. 특히 '윤리' 과목은 더더욱! 

왜냐, 모든 시험을 서술형으로 치르는데 윤리 시험에서는 늘 내가 가장 흥미로워하는 '철학적' 문제들이

제시되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나와 공유해 주는 아이는, 

특히 나의 관심사를 배려해 '윤리 시험'에 대해서는 자세히 이야기해 주는 편인데, 

며칠 전 치른 시험도 굉장히 흥미진진했다. 


꽤 긴 내용을 간단히 말하자면, 

<잘난 척하고 심지어 자신을 과대포장하기 위해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아이가 있는데,

그래서 이 아이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이 아이는 친구를 사귀고 싶어 하는데, 어떤 류의 친구를 사귀고 싶어 할까?>

라는 게 시험 주제. 


"오, 너무 재밌는 주제네! 그래서 너는 뭐라고 썼어?" (나)


"나는 그냥 특별히 어떤 성향이 중요한 게 아니라 '친구'면 된다고 했지. 

사실 그 아이는 옆에 아무도 없어서 많이 외로울 거야. 

겉으로는 '어떤 류의 친구를 만들까?' 하고 고민하는 척할지 몰라도 

누구라도 친구가 되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 걸? 

어쩌면 아무도 친구 해주지 않을까 봐 두려운 마음이 크기 때문에 

자기한테 마치 친구 선택권이 있는 것처럼 구는 건지도 모르고.

누구라도 진실한 친구 한 명만 옆에 있다면 그 아이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 (아들)


아! 나는 시험 문제를 듣고 '어떤 류의 친구'에만 꽂혀 생각했는데, 

'그냥 친구면 된다'는 아이의 말을 듣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문제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진짜 그 아이의 상황이 되어 생각해 봤기 때문에

가능한 답변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면서 아이의 그 마음도 참 예쁘게 느껴졌고... 


"아, 정말 그렇구나. 맞아. 친구라는 존재는 정말 중요하고 소중한 것 같아.

혹시 만일 네가 나중에라도 시험 문제 속 아이 같은 사람을 알게 되면

네가 '그 한 명의 진실된 친구'가 되어줘."


어릴 때부터 수많은 주제와 상황을 두고 끊임없이 대화해 온 우리,

그런데 이제는 점점 아이의 한마디가, 생각이, 가치관이 나에게 교훈을 주는 일이 많아진다.


"너는 참 생각이 멋진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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