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딱 하나의 질문만 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질문으로 그 사람을 판단해야 한다면, 어떤 질문이어야 할까,라고.
이런 생각은 잡지 기자 시절, 인터뷰이를 앞에 두고 수많은 질문을 던지면서 떠올랐는데,
그땐 그리 많은 질문을 하면서도, 답을 들으면서도, 그 질문이 앞에 앉은 이를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때로 꽤 괜찮은 질문도 있었겠으나, 여하튼 그랬다. 아마 상대가 꽁꽁 자신을 싸맨 채 듣기 좋은 답 혹은 해야 할 말을 하고 있다고 불만이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보통 내 앞에 앉은 이는 남들에게 보이는 화려한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그 단 하나의 질문에 대한 답은 후에 찾았다.
바로,
"지금 어떤 책을 읽고 있나요?" 혹은 "최근에 어떤 책을 읽었나요?"
인생에서 가장 좋은 책 말고(그런 건 누구나 생각해 둔 답이나 스테레오 타입의 답이 있을 수 있으므로) 지금 현재의 삶 속에서 자기 시간을 기꺼이 내어주고 있는 책에 관한 질문이야말로 그 사람의 삶에 대한 태도를 가치를 나아가 어렴풋하게나마 살아온 시간마저 어림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얼마 전 기사에서 한국인 성인들 대다수가 일 년에 책 한 권도 안 읽는다는 내용을 보았다. 놀랍지는 않았다. 너무나 그럴 법한 세상이라..
그래서 나는 더더욱 책에 대한 질문 단 하나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줄기줄기 캐어 내볼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내가 스스로 책을 대하는 마음을 가벼이 할 수 없는 이유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치고 별 볼 일 없는 사람은 없다. 책을 읽는 일은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일, 다른 존재에 관심을 가지는 일이다. 책을 과하게 사랑하는 사람이 나쁜 사람이 될 확률은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