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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나더씽킹 Jun 18. 2021

'도니코인'을 발행, 상장했습니다

아이의 지적 호기심을이용해 보세요

아이의 별칭을 딴 가상화폐 '도니코인'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아니, 이미 만든 거죠. 어차피 가상화폐는 실물이 없으니 '발행하자' 하는 순간 발행이 된 것이라고 봐야겠습니다. 일단 코인 1개를 발행했고 상장 가격은 500원으로 했습니다. 꽤 높은 편이죠. 일론 머스크가 밀고 있는 도지코인도 현재 300원대인데 말이에요. 상장가를 높게 쳐준 명목은 어제 있었던 토론 수업에서 질문도 많이 하고 아주 태도가 좋았다는 점을 반영한 것입니다. 

유명한 인터넷 밈 도지(DOGE)를 바탕으로 탄생해 로고에 시바견이 들어가는 도지코인을 따라서 우리는 도라에몽을 로고로 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집에 활짝 웃고 있는 도라에몽 인형이 있는데 아이의 평소 표정이 딱 그 인형이랑 닮았거든요. 


도니코인은 어젯밤에 상장을 했고 이제 오늘부터 가치는 등락을 거듭할 것입니다. 아주 간단한 공식에 따르죠. 칭찬받을 만한 일을 했거나 상황이 생겼을 땐 가치가 up 하고 반대의 경우엔 down입니다. 하루에 혹은 한 번에 얼마씩 가치가 뛰고 떨어질지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엄마 아빠가 결정합니다. 객관적이지 않다고 억울해할 수 있지만 어쩔 수 없어요. 우리끼리 우리 맘대로 발행한 코인이니까요. ^^

일단 한 개를 발행했지만 추후 추가 채굴이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오픈해둔 상태입니다. 추가 채굴 장치도 고민해보긴 했는데 가치를 매기고 유지하는 부분에 있어서 간단하지가 않더라고요. 아이는 "비트코인처럼 수학 문제를 풀어서 채굴하면 어때?"라고 제안했는데 그것도 아주 불가능한 방법은 아닐 것 같아요. 가장 흥미진진한 방법을 고민해볼 것입니다. 

아이는 도니코인이 지닌 가치만큼 현금화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가령 코인 가치가 1만 원이 됐는데 5천 원만 현금화하면 코인 가격은 5천 원이 되는 식이죠. 이러한 운영 방식에 대해서 듣고 있던 아이가 그러더군요. "이거 그냥 칭찬스티커 주는 거 아니면 용돈 주는 거랑 비슷한 것 같은데!"

맞습니다. 일종의 칭찬스티커죠. 아이가 칭찬스티커 장치를 적용할 나이도 지났지만, 이렇게 가상화폐라는 장치 자체가 아이는 물론이고 우리 부부에게도 재밌는 이벤트가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해요. 당장 어젯밤 상장 직후에만 해도 아주 사소한 에피소드로 인해 100원이 올랐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일이 있었거든요. 우린 그 상황만으로도 깔깔거리며 즐거워했고요. 


도니코인 발행 이벤트를 하게 된 건 토론 수업의 영향입니다. 어제는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엄마표 토론 수업을 하는 날이었는데 주제가 가상화폐였어요. 중미의 엘살바도르라는 나라가 비트코인을 법화로 지정했다는 뉴스가 토론용 토픽이었죠. 한 달 전쯤 이미 '메타버스(metaverse)'를 주제로 토론을 했던 경험 등을 떠올려보면 아이들은 4차 산업의 핵심 즉 인공지능이니 빅데이터니 로봇이니 가상현실 등의 이슈를 다룰 때마다 굉장히 흥미로워했었어요. 

어제 수업을 준비하면서도 아이들이 뜨거운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짐작하긴 했는데 막상 수업을 시작했더니 상상 이상이더군요. 보통 뉴스를 읽고 해당 관련 용어 및 어려운 부분에 대한 해석과 추가적인 설명, 부가적으로 필요한 정보 등을 알려주고 토론을 하는데 어제는 가상화폐에 대해 아이들이 가장 알게 쉽도록 설명하는 데에만 시간을 많이 쏟았죠. 그럴 만해요. 저 역시 쉽게 설명하려면 많은 걸 알고 있어야 해서 공부를 많이 했는데 파고들수록 재미도 있고 복잡하더라고요. 각 나라별 가상화폐에 대한 접근법이며 태도도 다르고 찬성파와 반대파의 의견도 극명히 갈리고요. 

가상화폐라고는 비트코인과 도지코인 정도만 있다고 알고 있었던 아이들은 신기한 관련 용어부터 어떻게 발행되는지 지구 상에 얼마나 많은 가상화폐가 존재하는지 각각의 가치가 얼마나 천차만별인지 어떻게 활용되는지 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도중에도 쉴 새 없이 질문을 쏟아냈어요. 그중에도 가장 흥미를 보인 부분이 바로 비트코인의 채굴(mining) 방식이었는데요. 총 발행량 2100만 개로 한정된 비트코인 중 아직 채굴되지 않은 코인을 캐기 위해 많은 광부(miner)들이 창시자인 나카모토 사토시가 만들어놓은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부분에서 질문이 폭발하더라고요. 그 수학 문제가 얼마나 어렵냐, 컴퓨터로 하면 금방 풀 수 있는 것 아니냐, 고성능 컴퓨터가 필요하다는데 어느 정도 고성능이어야 하느냐, 전용 채굴기는 어떤 것이냐 등등. 

거기서 파생된 질문도 끝이 없었어요. 채굴자는 왜 비트코인을 갖고 있지 않고 파느냐, 블록체인이란 게 도대체 뭐냐, 해킹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 않으냐, 비트코인으로 어떤 나라에서 무엇을 살 수 있느냐, 비트코인 가치가 4000만 원이 넘는다는데 그중에 10만 원만 쓰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비트코인 말고도 진짜 돈처럼 쓸 수 있는 가상화폐는 또 어떤 게 있느냐, 어떻게 가상화폐를 살 수 있느냐, 창시자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냐, 누구나 만들 수 있다면 우리도 우리만의 가상화폐 만들면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이냐, 가치가 0인 코인도 있느냐, 그런 코인은 도대체 왜 만든 것이냐, 일론 머스크는 도지코인을 만든 사람이냐, 신용카드도 있고 지금은 현금 갖고 다니지도 않는데 굳이 가상화폐를 또 만든 이유가 무엇이냐....


질문마다 제가 답을 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없는 부분(수학 문제 관련이 대표적)도 있었는데 수업이 진행되면서 아이들은 '가상화폐에 대해 진짜 궁금했는데 너무 재밌다'는 반응으로 일관했어요. 스스로 호기심 해결이 안 되면 함께 즉석에서 구글링을 해보자며 제안을 하기도 했고요. 

가상화폐의 어두운 면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엘살바도르를 높이 평가하며 '나중에 엘살바도르가 이것 때문에 진짜 잘 사는 나라가 될 수 있다'라고 하더군요. 또한 세상은 발전하고 있고 미래 세상의 모습을 생각해본다면 가상화폐가 현실화폐처럼 사용되고 보호받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펼쳤고요.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은 '어렵기도 했지만 궁금했던 것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오늘 수업은 정말 최고였다'며 엄지척 해주었어요. 수업을 위해 공부를 많이 한 보람이 있더라고요. 


어제 수업도 그랬지만 토론 수업을 하다 보면 생각보다 아이들이 사회문제 등에 관심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건 어린이용 뉴스가 아니니까 패스'라는 생각은 그저 어른들의 편견일 뿐인 것 같아요. 물론 그중에는 굳이 알 필요 없는 문제도 있고 저급한 뉴스들도 있지만 우리 사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보편적인 이슈에 대해서는 아이들도 알아야 할 필요가 있고 스스로도 호기심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난 5월 초 미디어오늘에 초등학생들에게 언론 관련 설문한 결과가 보도됐었어요. 놀랍게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뉴스에 관심이 있다고 했고 더 많은 뉴스가 어린이들에게 필요하다고 했죠.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수업 중에 많이 거론하는 환경오염이니 현재 가장 핫한 이슈인 코로나를 제외하더라도 아이들은 주식이나 비트코인 같은 경제 뉴스부터 정치와 사회 관련 이슈에도 관심을 보이더군요. (아이와 국민의 힘 36세 당대표 당선에 대해 토론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정말 너무나 유익했어요.^^)

저는 아이들 누구나 여러 분야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왕성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드시 책을 통한 지적 탐구만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발생하는 모든 상황에 대한 공부가 아이를 더 많이 깊게 생각하게 만들고 성숙한 어른으로 자라게 한다고 믿어요. 뉴스 등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 공부하고 공감 능력을 키우는 아이들은 그 안에서 자기 역할에 대한 고민도 분명할 거예요. 내 아이가 어떤 분야에 지적 호기심을 느끼는지부터 관찰해보세요. 그 호기심 주머니를 쿡 찔러서 터뜨려주는 순간 아이의 눈은 별처럼 반짝반짝해질 거예요. 


아, 그리고 편의상 가상화폐라는 어휘를 사용했지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용어는 '가상자산(virtual asset)'입니다. 처음엔 암호화폐, 가상화폐 등으로 불렸지만 가상자산으로 통일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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