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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나더씽킹 Aug 11. 2021

아이가 아는 걸 어른들은 모를 때가 많죠

"어릴 때 학교에서 다들 배웠을 텐데요"

책을 쓰고 있습니다. 

브런치 북 '생각이 자라는 아이'를 발행한 후 고맙게도 한 출판사의 제안을 받았죠.

저는 전문 교육자는 아니에요. 교육에 관심이 많았고, 직업상 교육에 살짝 발을 담갔던 경험은 있지만 전문가는 결코 아닙니다. 그랬기 때문에 책 발행에 대해 고민도 했지만, 출판사와 의견을 같이 한 부분이 바로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점이었어요. 

저 또한 아이를 키우면서 많은 고민을 했고 시행착오를 거치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기도 하며 저만의 방식을 구축해왔죠. 아이들은 다 각각의 성향이 있기 때문에 교육에 관해서는 '이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 없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해서, 제 축적된 경험과 깨달음이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거나 도움이 되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응용해보거나 그것도 아니면 '이런 식도 있을 수 있구나'하는 다양성의 인정만으로도 조금은 보탬이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하는 마음입니다. 


책의 방향은 주로 제가 아이와 해왔던 대화의 방식과 2년 넘게 진행해온 '엄마표 토론'에 대한 부분이 될 거예요. 오늘 토론 챕터를 쓰다가 개인적으로도 꽤 인상 깊은 장면이 포함돼 있어 잠시 쓰기를 멈추고 생각을 거듭하는 중입니다. 아이들은 정말 때로 어른들에게 훌륭한 선생님이 되는 것 같아요. 

아직 초고 중의 초고이지만 공유해 봅니다. '엄마표 토론 실전' 챕터 중에서 '토론용 주제 찾기' 관련한 일부분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 이상 고학년이 되면 토론 주제 찾기가 한결 쉬워져요. 아이들의 생각하는 힘이 넓고 깊어진 것도 있고 호기심의 범위가 확장된 것도 있고 지적 탐구 또한 가능해지기 때문이죠. 최근 많이 회자되고 있는 시의성 있는 뉴스 중에서는 단연코 코로나 관련 이슈와 환경 문제들을 꼽을 수 있습니다. 코로나 상황과 맞물린 이슈, 환경 관련 문제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뉴스에서도 굉장히 많이 다뤄지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주제로 토론이 가능합니다. 기후 변화니 탄소 발자국이니 하는 지구 환경에 대한 이야기는 요즘 학교 안에서도 자주 거론되는 주제라서 아이들이 무척 익숙하기도 할 거예요.  


글로벌 뉴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조금 더 확장해 보면, 아이들은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에도 관심이 많아요. 특히 또래에 관련한 이슈라면 더더욱 호기심을 보이죠. 나라 밖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이슈들 중에는 아이들과 다뤄볼 만한 내용이 꽤 많습니다. 저는 특히 토론 주제를 고를 때 글로벌 뉴스 선택에 더 신경을 많이 썼던 편인데요. 당시 아이가 외국에서 자란 이유도 있었지만 그보다 국제적 감각을 갖추는 데 글로벌 뉴스만큼 도움이 되는 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도 우리나라 안에서만 보고 듣고 경험하는 아이들은 비교적 해외 문화 경험이 많은 어른들에 비해 국제 뉴스에 둔감할 수도 있는데요. 이럴 때 어른들이 건강한 자극을 주고 함께 토론하는 기회를 만들어준다면 아이들의 시야도 시각도 더 확장되는 효과가 분명 있을 거예요.  


정치, 사회, 경제, 문화 관련 뉴스도 고학년이 되면 슬슬 다루어볼 만합니다. 앞서 초등학생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아이들은 스스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아직도 사회 참여적 부분에서 많이 소외되어 있는 건 사실인데요, 토론을 통해서라도 사회의 각종 문제와 현상들을 공유하고 생각과 의견을 나누고 때론 해결책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다보면 성숙한 의식과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뿐만 아니라 대화할 수 있는 주제가 넓어지니 부모님과 더 많은 대화도 가능해지죠. 우리 집에서는 누군가 뉴스를 보다가 무심결에 “와, 이런 일이 다 있네” 한 마디만 던져도 아이는 바로 호기심을 보이고 대화에 동참하곤 합니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즐겁고 행복한 경험입니다. 아이의 시선을 통해 때로는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하죠. 많은 경험을 한 어른들의 생각이 항상 옳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언젠가 국회의원 면책 특권 관련 토론을 하던 중 정치인들이 국회에서 벌이는 싸움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아이가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싸울 수는 있지만 그다음에는 화해를 해야죠. 우리는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어요. 친구들과 싸울 수 있지만 그다음에는 사과하고 화해하면 된다고요. 참 간단한데 어른들은 왜 그렇게 못할까요. 어릴 때 학교에서 다들 배웠을 텐데요. 내 생각에 어른들은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것 같아요.”   

저는 그 말 끝에 "어른들의 오랜 경험이 신념이 되고 그 신념이 자기를 둘러싸고 있어서 항상 ‘내가 옳다’라고 생각하는 부분도 없지 않은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잘못을 해놓고도 그게 잘못인 줄 모르는 경우가 있는 거다" 식으로 ‘어른을 위한 변명’을 했지만, 사실 아이 말을 듣고 굉장히 뜨끔 했었어요. 맞는 얘기잖아요. 그 순간 ‘100분 토론에 아이들을 참여시키면 정말 생각도 못한 신박한 해결책이 나올 수도 있겠다’ 생각도 들었죠.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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