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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름 8시간전

세상이 식빵 같다고 느껴지더라도

그럼에도 착하게 살아야 하는 이유

야, 너 돈 많냐!

영철이네 같은 학교 동기가
영철이에게 한 말이다.

이 말이 영철이는 내내 마음에 남는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오래도록 맴돈다.



영철이는 우리 집 아들입니다. 아이가 집에 와서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줍니다. 너무 감사하게도 고등 아들이 엄마에게 속내를 털어내어 보여줍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험지나 문제지를 PDF파일로 공유하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문제를 무료로 다운로드할 있는 사이트로 알고 있는데 유명 강사의 유료자료까지도 많이 올라와 있다고 합니다. 분명 저작권이 있는 자료들이고 자료를 준비하느라 정성을 다 했을텐데 생각없이 자료를 업로드하고 다운받는 행위에 우리 아이들의 저작권에 대한 인식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연한 불법인 것입니다. 더군다나 많은 아이들이 다운받아 보는게 일반적인 상황에서 돈을 내고 강의자료를 받아 공부하는 학생을 호구처럼 "너 많냐?!"라고 너무 당당하게 말하는 아이와 정작 정당하게 수강료를 지불하고 강의를 수강해서 듣고 있는 본인이 "진짜 호구가 된 거 같다"라는 아들 말을 들으니 "세상 참 식빵 같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제는 둘째가 학교 끝나고 울고, 저녁 먹고 울고 하루 종일 눈이 퉁퉁 부은 채 있었습니다. 둘째네 학교에서 하는 한자시험이 있는 바로 그 날이었습니다. 하교후 한 문제를 틀렸다고 울면서 전화가 왔습니다. 에이, '한 문제 가지고 너무 한 거야'라고 할 수 있지만 아이는 한 달 내내 참 열심히 준비를 했습니다. 수십 장의 한자카드를 직접 오리고 글씨 써서 만들어 학교에 가지고 다녔습니다. 주변 친구들과 본인이 만든 한자카드로 퀴즈 놀이도 같이 하고, 서로 퀴즈도 내어주고, 또 반 친구들 중 여러 명이 아이가 만든 한자카드를 빌려가 공부를 한 모양입니다. 한자카드가 얼마만큼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었는지는 수치화할 수는 없지만 많은 아이들이 100점을 받았는데 정작 본인은 한 문제를 틀린 것이지요. 문제는 그 상황을 놀린 친구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한자카드 만들면 뭐 하냐!
100점도 못 받을 거면서~


둘째 아이가 울면서 한참동안 같은 말을 반복합니다.

한자카드만든다고 손 베인것도,
친구들 100점도 다 너무 좋은데
자꾸 그말이 생각나. 엉엉~


그 말이 아이는 너무 속상했다고 합니다. 친구들 100점 맞은 것도 좋고 본인 점수도 다 괜찮은데 이 말이 계속 생각이 난다는 것입니다.  아이처럼 작은 아이도 본인이 호구처럼 느껴졌을까요. 둘째도 엄마처럼 세상이 식빵 같다고 생각되었을까요.




첫째 아이와 예전에 차를 타고가다 읽었던 책의 내용을 이야기해 준 적이 있었습니다.

아잔 브라흐마의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라는 책입니다.


아들아, 인생에서 큰 성공을 거둔 남자가 네 명의 아내를 거느리고 살았대. 그가 마지막 눈을 감을 시간이 다가오자 그는 침상 곁으로 가장 먼저 첫 번째 아내부터 불러 이야길 했어.

"여보, 난 아무래도 오늘이나 내일 죽을 것 같소. 저 세상에서 당신이 없으면 무척 외로울 것 같소. 나와 함께 가지 않겠소?" 하고 물으니 첫째 부인은 말도 안 되는 소리 말라며 방을 나가버렸대. 그리고는 둘째 부인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는데 첫째도 안 하는데 자기가 왜 같이 가냐며 거절을 한 거야. 셋째 역시나 거절을 하며 문 밖까지는 따라가겠지만 더 이상은 안된다고 했지. 어쩔 수 없이 최근에 너무 무시를 해왔던 넷째 아내에게 같은 질문을 했어. 그런데 본인이 평소에는 잘 쳐다보지도 않던 넷째 부인이 "당연히 당신과 함께 갈 거예요. 나는 생이 바뀌어도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있을 거예요."라고 말하는 거야. 그래서 그 남자는 넷째 부인만 데리고 먼 길을 떠났대.

이 이야기에서 첫째 부인은 자신의 몸을 비유한 말인데 평소에 항상 자신과 같이 하고 가장 많은 공을 들이지만 절대로 저승길에는 같이 갈 수가 없는 거지. 둘째 부인은 재물이고 이 역시 저승길에 싸갈 수 없는 것이고 셋째 부인은 일가친척을 말하는데 장례식장 배웅정도만 해주는 정도를 말하는 것이래. 마지막 넷째 부인은 인생을 사는 동안 자신이 쌓은 업을 이야기하는 것이래. 이는 죽어서도 자신을 따라다니기 때문에 생전에 밝고 고은 길을 다닌 사람은 죽어서도 밝고 고운 길로 자신을 인도 한다는 이야기야.

그래서 엄마는 착하게 살려고 해.


아이는 동기의 그 말을 이야기 주며 엄마가 차에서 본인에게 해준 책이야기를 들었을 때 자기도 착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늘 저에겐 곰돌이 푸우같은 착한 아이인 첫째는 그 뒤로도 문제를 풀 때마다 그 말 때문에 호구와 착한 사람 사이에서 마음이 많이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면서도 아이는 본인 마음에 걸리는 일은 하지 않고 살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겐 호구처럼 보일지라도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착하게 살아온 아이의 생활이 고등학교 생기부에 가득 적혀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세상 빌런들의 목소리가 워낙 커서 나에게 더 잘 들린 것뿐이지 나를 응원하고 조용히 지켜보고 그 내용을 상세히 기술해 주신 선생님의 목소리 덕분에 아이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아이는 현재 인성을 가장 많이 본다는 학교의 면접을 준비 중입니다. 우리 아이에게 생긴 기회는 생기부의 바로 인성,태도에 대한 부분 덕분이라고 학교 담임 선생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착하게 사니 기회가 생기네요. 그리고 둘째는 자기를 놀린 친구는 한두 명이고 자기를 위로해 주고 응원해 준 많은 친구들 덕분에 울음은 나오지만 기분은 행복했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해주었습니다.




여태껏 살면서 "식빵 같다"라는 말조차 한 번도 입에 담지 않고 살았습니다. 오히려 세상이 식빵 같다고 느낄 때 "세상 식빵을 모조리 먹어 치워버리자"라고 생각이라도 한듯 빵을 찾아먹는 습관이 생겨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간 살아오면서 많은 경험을 했고 아이들의 이 정도 귀여운 에피소드 같은 것으로 세상이 식빵 같다고 느끼진 않습니다. 다만 이런 작은 에피소드를 식빵이라는 다소 격한 느낌의 단어를 붙여 이보다 더한 식빵같은 상황은 없었으면 좋겠다라는 작은 바람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때로 뉴스를 보기가 겁이 날 때가 있습니다. 아무리 뉴스가 일반적이지 않은 사건만을 다루는 매체라 하더라도 또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낚시성 제목이라 할지라도 심장이 두근거려 클릭조차 할 수 없는 제목도 너무 많습니다. 보는 사람이 이 정도인데 피해 입은 당사자는 오죽할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착한 사람이 호구가 되고 오히려 가해자로 몰리는 "진짜 식빵 같은 세상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주방에 놓인 식빵을 보며 들었습니다.




유튜브에서 송길영 박사님의 영상을 보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착하게 살아야 한다"라는 주제의 강의 내용이었습니다. 어찌 살면서 "힘들다, 불합리하다, 억울하다" 라는 순간이 한번도 없을 수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지 않을까요. 착하게 살면 조용한 관찰자에 의해 내 능력을 인정받고 나의 착하게 산 삶에 대한 보상이나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혹시 기회나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삶이라 하더라도 착한 사람은 마음이 불편해서 못된 짓, 못된 말 못 하지 않습니까. 살면서 착한 일 많이 하고 착한 말 많이 해서 마음이 행복했으니 그것으로 "성공한 삶"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착하게 살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해 봅니다.




#세상이식빵같다느껴지더라도

#착하게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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