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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를 위한 '온라인 사수'가 되어보자

by 블루프린터

신입사원 첫날의 기억이 있으신가요?

그 막막함. 뭘 물어봐야 할지도 모르겠고, 물어보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던.

"이런 것까지 물어봐도 되나...?" "바쁘신데 괜찮을까?" "혹시 무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결국 혼자 끙끙대다가 집에 와서 유튜브를 뒤적입니다.

'신입사원 엑셀 팁' '보고서 잘 쓰는 법' '상사와 소통하는 방법'

근데 말이죠. 유튜브에 나오는 건 너무 일반적이에요.

우리 회사, 우리 팀의 상황과는 미묘하게 다르거든요.


그때 절실한 건 뭘까요? 완벽한 전문가의 강의가 아닙니다.

나보다 딱 1-2년 먼저 입사한, 같은 자리에서 같은 고민을 했던, 그 선배의 생생한 경험담이에요.

"아, 나도 그때 그랬는데..." "그거 이렇게 하면 돼." "처음엔 다 그래. 괜찮아."


이런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아시나요?


주니어는 지금도 헤매고 있다


매년 새로운 신입이 들어오고, 매년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매년 같은 좌절을 겪습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하버드 MBA 교수님의 이론이 아니에요. 옆자리 선배의 따뜻한 조언입니다.

근데 현실은 어떤가요? 회사 선배들은 너무 바빠요. 신입 하나하나 챙길 여유가 없죠.


설령 챙기고 싶어도, 퇴근하면 각자의 삶이 있잖아요.

그래서 주니어들은 온라인을 떠돕니다. 누군가 자신의 고민을 먼저 겪고, 해결한 사람이 없을까 찾아다니죠.

바로 여기에 기회가 있습니다. 당신이 그 '온라인 사수'가 되는 거예요.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아니 완벽하면 안 된다


"근데 저도 아직 부족한데요..."

정말 많이 듣는 말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역설적으로 그래서 더 좋은 거예요.

10년차 팀장님이 쓴 글을 상상해보세요. "전략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 업무 프로세스 최적화"

음... 뭔가 어렵죠?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나요?


반면 2년차가 쓴 글은 어떨까요?

"어제 또 보고서로 까였다... 이번엔 이래서였다"

아, 이건 내 이야기 같은데? 바로 공감이 되죠.


주니어에게 필요한 건 높은 곳의 조언이 아니라 바로 앞 발자국의 흔적이에요.

당신이 1년차라면, 인턴과 취준생에게 도움이 됩니다. 3년차라면, 신입과 2년차의 멘토가 될 수 있어요.

팀장이라면, 이제 막 리더가 되려는 사람들의 길잡이가 되겠죠.


중요한 건 '지금의 당신'이에요. 과거의 실수, 현재의 고민, 미래의 계획. 이 모든 과정이 콘텐츠가 됩니다.

솔직히 말하면, 완벽한 사람의 조언은 재미없어요.

"나는 한 번도 실수한 적 없다"는 사람에게 누가 조언을 듣고 싶겠어요?


우리가 원하는 건 "나도 엄청 헤맸는데, 이렇게 해결했어" 라는 진짜 이야기거든요.


온라인 사수 모델의 핵심 구조


자,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온라인 사수' 콘텐츠를 만들까요?


1단계: 타겟 설정 - 과거의 나를 떠올려라


먼저 질문 하나. 1년 전, 2년 전의 당신은 무엇 때문에 가장 힘들었나요?


보고서 쓰는 법을 몰라서?

엑셀 함수가 어려워서?

회의에서 발표하기가 무서워서?

선배와의 소통이 어려워서?

야근이 너무 많아서?


이 중에서 하나를 고르세요. 가장 생생하게 기억나는, 가장 많이 고민했던 그것.

그게 바로 당신의 콘텐츠 주제입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가상의 인물 A는 광고회사 AE 3년차입니다.

그녀가 신입 때 가장 힘들었던 건? '클라이언트 미팅 준비'였어요.

뭘 준비해야 하는지, 어떤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지, 미팅에서 뭘 말해야 하는지.

아무도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그녀는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광고회사 신입 AE의 미팅 생존기>

매주 하나씩, 자신이 겪은 미팅 에피소드를 올렸어요.

실패담도 올리고, 성공담도 올리고, 배운 팁도 공유했죠.


2단계: 콘텐츠 구성 -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줘라


온라인 사수 콘텐츠의 핵심은 '과정의 투명한 공개'입니다.

이런 구조로 써보세요:


[상황 설명]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과제를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묘사합니다.


[시도와 실패] 처음엔 어떻게 접근했는지. 왜 실패했는지. 뭐가 문제였는지. 부끄럽더라도 솔직하게.


[해결 과정] 누구에게 도움을 받았는지. 어떤 자료를 참고했는지. 어떻게 수정했는지. 디테일하게 공유합니다.


[배운 점] 이 경험에서 뭘 깨달았는지. 다음엔 어떻게 할 건지. 독자가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팁.


[독자와의 소통]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나요?"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더 좋은 방법 아시면 알려주세요!"


보세요, 특별할 게 없죠? 그냥 일기 쓰듯이, 친구한테 하소연하듯이 쓰면 돼요.

중요한 건 '꾸준함'입니다. 매주 하나씩, 꾸준히. 그러면 독자들이 당신의 성장을 함께 지켜봐요.

그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거죠.


3단계: 차별화 전략 - 당신만의 색깔을 입혀라


"근데 비슷한 글 쓰는 사람 많지 않나요?"

맞아요. 많습니다. 그래서 당신만의 색깔이 필요해요.

몇 가지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업계 특화]

'신입 직원을 위한 조언' (X) '스타트업 개발자 1년차의 코드리뷰 생존기' (O)

업계를 좁히면 좁힐수록, 타겟은 명확해지고, 경쟁자는 줄어듭니다.


[상황 특화]

'엑셀 잘 쓰는 법' (X) '매일 밤 11시 퇴근하는 컨설턴트의 엑셀 자동화 노트' (O)

특정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더 강하게 어필할 수 있어요.


[성격 특화]

'회사 생활 팁' (X) '극내향형 ISFJ의 회사 적응기' (O)

비슷한 성격의 사람들이 강하게 공감하며 모여듭니다.


[형식 특화]

긴 글 대신 일기 형식. 편지 형식. 대화 형식. 심지어 시 형식도 가능해요.

당신만의 스타일을 찾으세요. 그게 곧 당신의 브랜드가 됩니다.


독자와 함께 성장하는 법


온라인 사수 모델의 가장 큰 매력은 '함께 성장'한다는 점이에요.

당신이 1년차에서 2년차가 되면, 독자도 인턴에서 신입이 됩니다.

당신이 3년차에서 5년차가 되면, 독자도 신입에서 주니어가 되죠.


이 과정을 함께 기록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1년차 시절] "엑셀 함수 이렇게 외웠어요"

[2년차 시절] "이제 매크로를 짜기 시작했어요"

[3년차 시절] "팀 전체 업무를 자동화했어요"

[5년차 시절] "신입들에게 엑셀 교육하는 법"


보세요. 당신의 성장이 곧 콘텐츠 진화예요. 독자들은 이 여정을 함께하며 자신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죠.

가끔은 독자가 당신을 추월하기도 해요. 그것도 괜찮아요. 오히려 뿌듯하죠.


실패를 콘텐츠로 만드는 법


"오늘은 쓸 게 없네..."

이런 날 있죠? 특별한 일도 없고, 배운 것도 없고, 그냥 평범한 하루.

근데 말이죠, 정말 아무 일도 없었나요?


똑같은 실수를 또 했다면?

팀장님께 또 까였다면?

의욕이 바닥을 쳤다면?

회사 그만두고 싶었다면?


이 모든 게 콘텐츠예요.

특히 '실패'와 '좌절'은 가장 강력한 콘텐츠가 됩니다.

왜냐고요? 모든 주니어가 겪는 일이니까요.


보셨나요? 실패가 어떻게 콘텐츠가 되는지.

"나도 그랬는데!"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이렇게 극복하는구나!"

실패를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그게 당신의 가장 큰 자산이에요.


지속 가능한 온라인 사수 되기


"언제까지 써야 하나요?" "지칠 것 같아요..."

당연한 걱정입니다. 하지만 온라인 사수 모델은 가장 지속 가능한 모델이에요.

왜냐고요?


첫째, 소재가 무한합니다. 당신이 회사를 다니는 한, 매일 새로운 일이 생기거든요.

둘째, 부담이 적습니다. 전문적인 지식을 연구할 필요 없어요. 그냥 오늘 있었던 일을 쓰면 되니까.

셋째, 함께 성장합니다. 독자가 성장하면, 당신도 새로운 자극을 받아요.


그래도 가끔 지칠 때가 있죠. 그럴 땐 이렇게 해보세요.


쉬어가기 콘텐츠

"이번 주는 좀 지쳤어요" 솔직하게 고백하고, 독자들에게 질문 던지기.

"여러분은 어떻게 번아웃을 극복하시나요?"


독자들의 답변이 다음 콘텐츠가 됩니다.


독자 인터뷰

가끔은 독자를 인터뷰해보세요. "A님은 어떻게 성장하셨나요?"

당신이 쓰지 않아도, 콘텐츠가 만들어집니다.


회고 콘텐츠

3개월, 6개월 단위로 지난 글들을 돌아보며 회고.

"그때는 이게 어려웠는데, 지금은 자연스럽게 하네요"


성장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죠.


첫 번째 유료 구독자를 맞이하는 마음


아직도 망설이시나요?

"내가 뭐라고..." "누가 내 글에 돈을 내겠어..."


완벽한 정답을 주는 게 아니라, 함께 헤매고 있다는 위로.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공감. 한 발 앞서 간 사람의 따뜻한 조언.


이게 사람들이 원하는 거였어요.

첫 구독자는 단순한 독자가 아닙니다.

당신의 가치를 알아본 첫 번째 동료예요.


그 한 명이 두 명이 되고, 열 명이 되고, 백 명이 됩니다.

시간이 걸릴 거예요. 하지만 분명히 늘어납니다.

왜냐고요? 매년 새로운 신입이 들어오니까요. 그들은 모두 온라인 사수가 필요하거든요.


온라인 사수 체크리스트


자, 이제 시작할 준비가 되셨나요? 마지막으로 체크리스트 드릴게요.


□ 타겟이 명확한가?

1-2년 전의 나

구체적인 고민을 가진 사람

업계/직무/상황이 특정된 사람


□ 진정성이 있는가?

실제 경험 기반

실패도 솔직하게 공개

모르는 건 모른다고 인정


□ 도움이 되는가?

구체적인 팁 제공

바로 적용 가능한 조언

실제 사례와 예시 포함


□ 꾸준히 쓸 수 있는가?

주 2-3회 가능한 주제

일상에서 소재 찾기 가능

특별한 연구 불필요


체크되셨나요? 그럼 시작하세요.

오늘, 지금 바로요.

첫 글의 제목은 이렇게 하세요: "[X년차의 고백] 오늘도 살아남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하루를 써보세요. 출근부터 퇴근까지. 뭘 배웠고, 뭘 실수했고, 뭘 깨달았는지.

거창할 필요 없어요. 특별할 필요도 없어요.

그냥 당신의 하루. 그게 누군가에겐 가장 필요한 이야기가 될 거예요.


당신도 누군가의 온라인 사수가 될 수 있습니다. 아니, 이미 그 자격이 충분해요.

단지 아직 시작하지 않았을 뿐.


마치며: 당신이 바로 누군가의 희망


이 장을 쓰면서 저도 많이 돌아봤어요.

제가 신입이었을 때, 얼마나 막막했는지. 얼마나 외로웠는지.

그때 누군가 있었다면. "나도 그랬어, 괜찮아"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당신이 바로 그 사람이 되어주세요. 지금의 누군가에게.

완벽하지 않아도 돼요. 아직 부족해도 괜찮아요.


당신의 오늘이, 누군가의 내일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으니까요.

온라인 사수. 거창한 게 아니에요.


그저 한 발 앞서 걸으며, 뒤돌아보고 손 내밀어주는 것.

"이리 와, 같이 가자."

그 따뜻한 마음 하나면 충분합니다.


당신의 첫 번째 주니어가 기다리고 있어요.

시작하세요. 당신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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