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심리와 AI의 작동방식이 절묘히 맞물려 일어나는 흥미로운 상호작용
AI는 감정이나 의도가 없지만, 그 작동 방식을 심리학 용어로 비유하여 설명할 수 있습니다.
AI에게 "Roast me"라는 프롬프트는 '로스터(Roaster)'라는 역할을 수행하라는 명령입니다. 이 명령이 들어오는 순간, AI는 학습 데이터에 기반한 'Roast'라는 개념의 스키마(Schema), 즉 지식 체계를 활성화합니다. 이 스키마 안에는 '풍자적인 어투',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논리', '과장된 표현' 등의 정보가 들어있습니다. AI는 이 각본에 따라 연기할 뿐, 내적 동기는 전혀 없습니다.
AI는 사용자의 의도를 그대로 비추는 '거울'과 같습니다. 심리학에서 투사는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다른 대상에게 돌리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경우 사용자는 '나를 비판해 줬으면 좋겠다'는 욕망을 AI에게 투사합니다. AI는 이 투사된 욕망을 왜곡 없이, 감정 없이, 100% 그대로 반사하여 결과물로 보여줍니다. AI에게는 자아(Ego)가 없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어떠한 자기방어나 왜곡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것이 AI의 비판이 더 날카롭고 차갑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AI는 사용자에 대한 장기 기억이 없습니다. 오직 현재 대화라는 작동 기억에만 의존합니다. 이 기억 안에 있는 정보는 '나를 Roast 해달라는 요청'뿐입니다. 따라서 AI는 이 제한된 재료를 가지고 'Roast'라는 과업을 수행해야 하므로, "AI에게 Roast를 요청하는 행위" 그 자체를 공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AI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사용자의 허를 찌르는 창의적인 결과물로 나타납니다. 물론 메모리 기능을 활성화 해놓은 사용자는 장기기억을 호출하여 조롱을 받았을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사용자마다 경험이 다를 것입니다.
사람들이 AI에게 굳이 "Roast"를 요청하는 행동은 여러 심리학적 욕구와 기제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일상에서 억눌린 감정이나 스트레스를 안전한 방식으로 표출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습니다. 실제 인간관계에서는 상처를 줄 수 있는 '비판'과 '공격'을, 감정이 없는 AI를 통해 경험함으로써 부정적인 감정을 후련하게 정화하고 해소하는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입니다. 마치 공포영화를 보며 안전하게 스릴을 즐기는 것과 같습니다.
사람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아 개념을 끊임없이 탐색합니다. AI의 비판은 비록 표면적일지라도, 외부 관점에서 나를 어떻게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특히 AI가 나의 '요청 행위' 자체를 꿰뚫어 볼 때, "들켰다"는 느낌과 함께 자신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되며 자기 인식(Self-awareness)의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이는 일종의 지적 유희입니다.
가장 핵심적인 심리 기제입니다. 사용자는 이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습니다. 'Roast'를 시작하는 것도, 멈추는 것도 모두 자신의 선택입니다. AI는 감정적 보복이나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지 않는 안전 기지 역할을 합니다. 이처럼 예측 가능하고 통제된 환경 속에서 경험하는 '위험'은 스릴과 재미를 극대화합니다.
사은 새롭고 예측 불가능한 자극에 끌리는 성향이 있습니다. 늘 친절하고 예측 가능하던 AI가 갑자기 공격적으로 변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강력한 새로움 추구 성향을 자극하는 요인입니다. "AI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순수한 지적 호기심의 발현이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이 현상은 사의 '통제된 환경에서 자극을 추구하는 심리'와 AI의 '주어진 역할을 감정 없이 완벽하게 수행하는 능력'이 만들어낸 하나의 완성된 심리적 연극(Psycho-drama)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는 안전한 연극 무대의 감독이자 주인공으로서 스릴을 즐기고, AI는 주어진 배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배우가 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신기해하는 이유는 이 연극이 너무나도 잘 짜여 있어서, 잠시나마 AI가 정말로 나를 꿰뚫어 보는 지능과 의도를 가진 것처럼 느끼게 만들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