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으로 풀어보는 '똘똘한 한 채'의 비밀

부동산 세금, 우리 마음을 어떻게 움직일까?

by 블루프린터

우리는 집을 고를 때, 자신의 상황과 신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어쩌면 우리는 정부가 짜놓은 거대한 '게임의 규칙' 안에서 자신도 모르게 특정 선택을 하도록 유도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현재의 부동산 세금 제도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행동을 바꾸게 하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왜 유독 '똘똘한 한 채'에 모든 관심이 쏠리는지, 그 비밀을 심리학 이야기로 풀어보겠습니다.


세금의 '당근과 채찍', 우리를 길들이다

동물을 훈련시킬 때 잘하면 '간식'을 주고, 말을 안 들으면 '벌'을 주는 방식을 사용하죠. 심리학에서는 이를 '조작적 조건형성(Operant Conditioning)'이라고 부릅니다. 놀랍게도 현재의 부동산 세제는 전 국민을 상대로 이 '당근과 채찍' 전략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당근 (보상): 서울에 비싼 집 한 채만 가지고 있으면, 다주택보다 상대적으로 세금이 줄어드는 '당근'을 받습니다. 이 보상은 "역시 이 선택이 옳았어!"라고 생각하게 만들며 '똘똘한 한채'를 향한 믿음을 더욱 강하게 만듭니다.

채찍 (처벌): 반대로 여러 채의 집을 가지면, 무거운 세금이라는 '채찍'을 맞게 됩니다. 이 채찍이 두려워 사람들은 여러 채의 집을 보유하려는 생각 자체를 피하게 됩니다.


그리고 여기에 인간의 흥미로운 심리가 더해집니다. 바로 '손실 회피(Loss Aversion)' 성향입니다. 10만 원을 얻는 기쁨보다 10만 원을 잃는 고통을 훨씬 더 크게 느끼는 것이 인간의 본성입니다. '세금 폭탄'이라는 손실의 공포는 임대료 수입이라는 이익의 기쁨보다 우리 마음에 훨씬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칩니다. 결국 사람들은 이 '채찍'을 피하기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당근'이 보장된 '똘똘한 한 채'라는 선택지로 달려가게 되는 것입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이유, 불공정함이 만드는 마음의 병

세금 제도가 누군가에게만 유리하게 느껴질 때, 우리 사회의 마음에는 빨간불이 켜집니다. 첫 번째 마음의 병은 '상대적 박탈감(Relative Deprivation)'입니다. 내가 못 살아서가 아니라, 불공정한 방법으로 다른 사람이 나보다 훨씬 더 잘 나가는 것을 볼 때 느끼는 속상함과 박탈감을 말합니다. "나는 법 지키며 성실하게 여러 채로 임대 사업하는데 투기꾼 취급받고, 저 사람은 운 좋게 서울에 집 한 채 가졌다고 혜택을 보네?" 라는 생각이 박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박탈감은 사람들의 일할 의욕을 꺾고, 사회에 대한 불신을 키웁니다.


두 번째 마음의 병은 '내 편, 네 편 가르기(In-group/Out-group Bias)'입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우리 팀'과 '상대 팀'을 나누는 경향이 있습니다. 세금 제도가 '현명한 서울 1주택자 팀'과 '탐욕스러운 다주택자 팀'이라는 구도를 만들면,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하기보다 편을 갈라 비난하고 갈등하게 됩니다. 이런 편 가르기는 우리 사회를 통합이 아닌 분열로 이끌게 됩니다.


스트레스의 도미노: 집주인의 세금 걱정이 세입자의 임대료로

다주택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면, 그 연쇄 작용은 임차인에게 다시 튈 수 있습니다. 집주인에게 무거운 세금은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 자산에 손해를 입히는 커다란 스트레스입니다. 이때 사람들은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데, 이를 '대처 기제(Coping Mechanism)'라고 합니다. 집주인의 입장에서 가장 간단한 대처 방법은 세금으로 나가는 돈을 '임대료 인상'을 통해 메꾸는 것입니다.


이 스트레스의 도미노는 결국 세입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매년 오르는 전월세와 불안한 주거 환경에 계속 노출된 세입자는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에 빠질 수 있습니다. 상자 속 동물이 계속 전기 충격을 받으면, 나중에는 상자 문을 열어줘도 탈출할 시도조차 하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내가 아무리 아등바등 살아도 전월세는 계속 오르고, 내 집 마련은 불가능해"라는 생각이 반복되면, 결국 희망을 잃고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되는 것입니다.


세금, '공정하게' 느껴져야 합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심리학의 '공정성 이론(Equity Theory)'이 그 답을 알려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마음속에 '공정함 저울'을 하나씩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노력한 만큼, 내가 가진 만큼 대우받고 기여한다고 느낄 때 마음의 평화를 얻습니다. 100억 자산가가 내는 세금과 10억 자산가가 내는 세금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역전된다면, 우리의 '공정함 저울'은 심하게 기울어집니다.

'몇 채'를 가졌는지가 아닌, '얼마짜리' 자산을 가졌는지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것은 바로 이 '공정함 저울'의 균형을 맞추는 일입니다. 총자산 가치에 비례해서 세금을 낸다는 단순하고 명확한 원칙은 대부분의 사람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합리적인 규칙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정책의 의도와 현실이 왜 이렇게 다르지?"라고 느끼는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즉 생각과 현실이 충돌할 때 느끼는 불편한 마음을 해소해 줍니다. 결국 좋은 부동산 정책이란 경제적 숫자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에 공정함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고, 예측 가능한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해주는 '심리적으로 건강한 정책'이어야 합니다. 이제는 우리 마음을 병들게 하는 불공정한 규칙을 바꾸고,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공정한 게임이 필요한 때입니다.


※ 이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본문의 내용은 부동산 세금 문제라는 복잡한 사회 현상을 '심리학'이라는 또 다른 창으로 들여다본 하나의 관점입니다. '누가 옳고 그른가'를 따지거나, 특정 정책에 대한 찬반 논쟁을 부추기려는 의도가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이 글이 서로를 비난하는 소재가 되기보다는, 우리 모두의 마음을 헤아리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해 함께 지혜를 모으는 '생각의 재료'로 쓰이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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