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곳에 있다.
집 앞 거리는 텅 비어있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는 오후의 모습을 지루하게 바라보고 있는 내가 있다.
나는 그 길로 누군가가 지나가길 기다렸고 무슨 일이든 일어나길 바랐던 것 같다.
하지만 끝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그날의 기억...
나는 앞으로 그런 마음으로 살아갈 거라는 걸 예감했던 걸까?
그날 이후로 나는 아무것도 못하는 그날의 텅 비어버린 오후를 닮은 내가 되는 것이
두려워서 뭔가를 생각하고 생각해내야만 했다.
그럼에도 나는 가끔 그곳, 그 순간으로 돌아가곤 한다.
10대의 다른 기억들보다 이 기억이 나의 삶의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나는 그렇게 생긴 사람이었던 거다.
아무것도 없는 거리를 닮았고 그 거리를 바라보는 삶.
누군가를 기다리고 변화를 바라는 수동적인 삶에서 내가 주인공이 될 수는 없을 텐데...
바쁜 날들이 이어질 때도 나는 그날로 돌아가서 텅 빈 거리를 바라본다.
그곳을 그리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