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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의 소소한 날 Jan 07. 2024

춥다의 온도

추웠던 어느 겨울 아침 

아파트 입구에서 남자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학교를 가는 듯 보이는 아이들이 서로를 보며 짧은 인사를 나누자 

겨울의 삭막했던 풍경이 곧 활기로 넘쳐났다.

그런데 입구 계단을 내려오던 그들 중 작은 한 아이가 '아.. 춥다..'라고 말하며 몸을 움츠린다.

따뜻한 집안에서 나온 아이들에게 겨울 공기는 너무 차갑게 느껴지겠지.. 하고 생각하는 데

옆에 있던 아이가 '이게 뭐가 추워! ' 라며 몸을 쭉 펴며 큰 소리로 씩씩하게 말한다.

이 정도 추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그 소리를 들은 그 주변의 또 다른  아이도 덩달아 '뭐가 추워~'라며 추위를 몰아내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추위가 그들의 대화 속에서 살짝 기가 죽는 듯했다.

추위를 무안하게 만들고는 학교로 향하는 발걸음들 

오늘 그들이 가는 곳에 추위 따위는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겨울이라 모두들 불편한 두꺼운 외투에 말할 때마다 하얀 입김이 나오는 날이지만 

 '뭐가 추워!! '라며 '하하' 크게 웃어 보이는 밝은 얼굴들이 환한 햇살처럼 따뜻함을 주는 것 같았다.

나도 그들의 대화를 듣고 나니 왠지 오늘은 겨울의 시린 차가움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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