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수업 첫날
독서 수업 첫날이었다.
주말에 도서관에서 그림책을 고르고, 그에 어울리는 활동까지 준비해 두었다.
그래서 수업에 문제가 생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아이들과 만난 지 겨우 일주일. 아직 서로를 잘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첫 수업이 시작됐다.
아이들은 낯선 교사의 수업에 잠깐 호기심을 보였지만, 내 말을 끝까지 들어줄 마음까지는 없었다.
물론 어디서나 잘 참여하는 아이들 몇 명만 있을 뿐 그 외는 ‘독서 수업’은 이미 흥미를 잃은 이름이었다.
책을 읽고, 활동을 하는 수업. 늘 비슷한 패턴. 그래서 장난이 끼어들고, 일부러 엉뚱한 말을 던지고,
몇몇 개구쟁이의 분위기 흔들기가 수업 전체를 좌우했다.
게다가 통합 연령 수업으로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스무 명이 넘는 아이들.
누군가에게는 너무 쉽고, 누군가에게는 너무 어렵고,
조금이라도 재미없다고 느껴지는 순간 수업은 금세 무너질 수 있는 구조였다.
내 첫 수업이 그랬다.
도와주시는 선생님들과도 ‘어떤 수업을 할지’ 미리 충분히 나누지 못한 채 수업은 시작되었고,
교실은 빠르게 우왕좌왕하는 공간이 되었다.
그날의 수업은 간단했다.
그림책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문제가 생겼어요』
활동은
① 다리미 자국을 보고 연상 그림 그리기
② 티셔츠 종이접기 후 꾸미기
이제 보니, 제목부터 "문제가 생겼어요"였다...
식탁보에 생긴 다리미 자국을 보고 무엇으로 보이는지 상상해 보는 책. 이 매력적인 책으로 나는 아이들과 자연스러운 주고받음을 기대했지만 아이들은 엉뚱한 말로 분위기를 흩트렸고, 수업은 내가 예상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활동을 두 개나 준비한 것이 문제였다. 하나에 집중하고, 발표를 통해 모두가 참여하는 분위기를 만들었어야 했는데... 의욕이 앞선 탓이다.
이것도 해 주고 싶고, 저것도 보여 주고 싶던 마음이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수업이 되게 만들었다.
교실 바닥에는 종이와 가위, 풀과 펜이 흩어지고
“선생님, 이거요!”
“저 아직이요!”
"도와주세요~"
기다리지 못하는 목소리들은 점점 커졌고 수업이 끝날 때까지 교실은 소란스러웠다.
다행히 도와주시는 선생님과 함께 수습은 했지만 마무리는 끝내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날의 수업이 너무 부끄러웠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시행착오는 계속됐다.
특히 ‘수업 마무리’는 늘 가장 어려웠고 다음 수업을 생각하면 머리가 복잡해지곤 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대응하지 못한 나 자신이 가장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나는 계속 수업을 했다.
그리고 어느 날,
아이들에게서 이런 말을 듣게 되었다.
“선생님 수업이 제일 재밌어요!”
그 말을 듣기까지, 나의 독서 수업은 이렇게 정신없는 첫날에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