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술 마시는 걸 좋아해요.
뭐 엄마가 술을 마시는 걸 좋아한다고 해서 이상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술이 필요할 때가 있고 가끔 즐거운 기분으로 마실 수 있는 거니까요. 물론 아빠가 아닌 엄마가 술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건 약간 뭐랄까, 말하기에도 보기에도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봐도 그리 자연스러운 건 아니지만요.
그렇다고 매일 밤 밥상 대신 술상이 차려지고 가족끼리 "한잔해라" 하며 주고받는 그런 그림을 상상하지는 말아 주세요. 엄마는 엄마의 친구들과 술자리를 좋아한답니다. 청춘을 보내고 자식들을 하나 둘 떠나보낼 때쯤의 나이, 여자로서 엄마로서 사람으로서의 기분은 어떤 걸까요?
아무튼 우리 엄마의 술 사랑은 약간의 주정을 동반했어요. 엄마가 술을 마신 후에 하는 주정은 큰 소리로 하소연하거나 애교 섞인 말투 정도예요. 그 정도는 어렵지 않게 감수할 수 있었죠.
하지만 얼마 전, 제가 허리가 좋지 않아서 접골원을 다닐 무렵이었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우두득우두득하며 뼈들이 원래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중이었죠. 허리도 아프지 않고 자세도 바르게 하도록 노력하면서 살도 빠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어요.
그렇게 두 달 정도 다닐 무렵 어느 날 밤, 엄마가 술을 드시고 기분이 좋은 채로 집 안으로 들어오셨고 우리 가족은 TV 시청 중이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엄마가 소파에 앉아 있는 제 무릎 위로 갑자기 털썩 주저앉고는 애교 아닌 애교를 부리시는 거예요!!
"우리 딸~ 엄마가 한잔했다. 이쁜 우리 딸~~"
하지만 그 순간 제 허리에서 부서지는 듯한 우두득~ 소리가 났고, 저는 너무 아프고 놀란 바람에 소리를 빽~ 지르고 말았죠. 그리곤 너무 화가 나서 "엄마 미쳤어!! 뭐 하는 거야!!" 하고 소리를 질렀어요. 정말 허리가 부러지는 줄 알았거든요. 그리곤 방문을 쾅 닫고 아파서 제 방으로 들어가 누워야 했어요.
우리 아빠와 동생 둘은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눈치를 챘지만… 엄마를 달래줄 만한 마음이 없었나 봐요. 엄마의 술주정이 드디어 사달을 냈구나 싶었던 거죠…
그런데… 약간의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는데 엄마가 그만 집을 뛰쳐나가 버린 거예요… 이 정도에 우리 엄마가 그럴 엄마는 아닌데 말이죠.
금방 돌아올 줄 알았던 우리 가족은 엄마가 1시간째 돌아오지 않자 사건의 심각성을 알고 모두 밖으로 나가서 엄마를 찾아보았어요. 놀이터에도 가보고 집 근처를 모두 다녀 보았지만 엄마는 보이지 않았어요. 저는 핸드폰으로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어요. 모두들 잠도 못 자고 엄마를 기다렸지만 엄마는 결국 돌아오지 않았어요.
그렇게 걱정으로 밤을 보내고 다음 날 아침에 엄마가 돌아오셨죠…
찜질방에서 주무시고 말이에요…
안도한 우리 가족.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봐야 했고, 그중 대표로 제가 말했죠.
"핸드폰은 왜 안 받았어?"
그랬더니 엄마 왈, "놀이터에 앉아 있는데 전화가 자꾸 와서 던져버렸다. 그런데… 핸드폰 망가졌더라… 화가 나서 다른 곳에 갔다가 아무래도 유심이라도 건져야겠다 싶어 찾으러 갔더니 없어졌지 뭐니…"
아직 할부도 다 끝나지 않은 핸드폰을…
우선 전에 쓰던 제 핸드폰을 연결해 주고 유심은 새로 구입하며 소동을 마무리했지요.
그런데 집은 왜 나갔냐고 물었더니 엄마는 "너무 창피해서" 그래서 집을 나갔다고 대답하셨죠~^^
정말 어이가 없었답니다. 화가 나서가 아니라 너무 창피해서 집을 나가 버린 우리 엄마~~ㅎㅎㅎ 너무 귀엽죠??
물론 지금 제 허리도 무사했고요.
우리 엄마의 술 사랑은 그 후로도 여전히 계속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