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지훈이는 오늘도 독서 시간에 Y시리즈에서 로켓에 관한 책을 읽고 있었다.
독서를 하고 나면 지훈이는 자유 활동 시간에 책에서 본 로켓을 종이로 만들어 보는 걸 좋아했다.
지훈이와 이야기를 나누면 블랙홀, 우주정거장, 나사, 나로호 등 우주 상식이 풍부해서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다. 또래 친구들은 레고 놀이나 보드게임을 하며 놀았고, 지훈이의 과학 이야기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지훈이는 선생님과 이야기하는 것을 더 좋아했다. 지훈이의 똑똑함은 친구들에게 잘 드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좀 느리고 답답한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지훈이가 고민하며 대답하거나 진지한 태도로 말할 때 기다려주지 않고 다른 이야기를 하거나, 놀리는 듯 자기들끼리 웃는 모습으로 대했다.
"너희 또 그러는구나."
"잠깐만, 내 말은 그게 아니라..."
표현을 잘하지 못하는 지훈이의 마음을 누가 알아줄까?
그러다 결국 지훈이가 폭발했다.
"너희들 내가 그러지 말라고 했지!"
지훈이가 오랜만에 레고 놀이에 참여했다가, 손에 들려 있던 레고가 친구에게 날아갔다.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선생님에게 불려 가서도 왜 그랬는지 입을 꾹 다물고 좀처럼 대답을 하지 않는 지훈이. 돌아와서 친구에게 사과했지만 기분이 풀리지 않는 듯 보였다.
"우리 똑똑한 박사님이 왜 그랬을까? 많이 속상했구나?"
슬며시 말을 걸자 지훈이가 입을 열었다.
"저한테는 분노 버튼이 있거든요. 애들이 왜 자꾸 놀리는지... 하지 말라고 해도 계속해서 화가 나게 해요."
"그랬구나. 그럼 다음에 또 그러면 어떻게 하지?"
지훈이는 고개를 숙였다.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다음에는 선생님을 불러. 내가 도와줄게."
아이들도 지훈이의 장점을 알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독서 시간에 로켓이 나오는 그림책을 가지고 왔다.
제목 : 마녀위니와 우주토끼
내용 : 마녀위니와 윌버가 로켓을 타고 우주에
가서 우주토끼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활동 : 종이컵 로켓 만들기/ 자유로켓 만들기
그림책을 읽기 전에 우리나라의 로켓에 대해 PPT를 보며 이야기를 나눴는데, 자료보다 지훈이의 이야기와 정보가 더 많았다. 친구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을 지훈이가 술술 설명했다.
그리고 로켓을 만들어 보았는데, 지훈이의 로켓이 최고로 멋지게 구상되어서 발표할 때 모두들 감탄했다.
"와, 지훈이 진짜 잘 만들었다!"
"이거 어떻게 했어?"
지훈이가 수줍게 웃으며 자기 로켓의 원리를 설명했다. 친구들이 궁금해하며 질문을 하면, 지훈이는 신이 나서 하나하나 대답해 주었다. 오랜만에 보는 지훈이의 밝은 표정이었다. 그리고 한 친구가 우주 정거장에 대해 궁금해하자 지훈이는 책을 꺼내 보여주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조금 안도가 되었다.
물론 지훈이의 "분노 버튼"이 사라진 건 아니다. 여전히 친구들과 놀다가 답답해하는 순간들이 있고, 감정 표현이 서툴다. 하지만 긍정적인 장면들이 모여서 조금씩 성장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맞는 그림책으로 활동을 할 수 있어서, 그리고 지훈이가 친구들 앞에서 빛날 수 있어서 마음이 뿌듯해지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