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일기, 고마움과 서운함 그리고 허세

의사와 아내가 고마운 이유


낯선 환자 모드: 적응과 관찰


2025년 12월 10일, 태어나 처음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건강검진 중 발견된 큰 대장 용종을 제거하고 불가피하게 병실 신세를 지게 된 것이다. 마취가 덜 풀려 당시의 기억은 희미하지만, 아내의 설명을 통해 내 건강 사태의 심각성을 확인했다. 너무 속상했고 삶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입원 몇 시간 만에 나는 '환자 모드'에 완벽히 적응했다. 아픈 것과 별개로 머리는 떡지고 눈곱은 떼지 않은 채, 링거 거치대를 끌고 느린 걸음으로 병동을 누비는 모습. 영락없는 환자였다. 가족들에게도 그렇게 보였을 게 분명하다. 동시에 깨달은 사실은, 병원이니 당연하지만 세상에 아픈 사람이 참 많다는 것이다. 내가 묵은 7인실은 그 사실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작은 세상이었다. 수술 환자, 폐렴 환자, 교통사고 환자 등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여섯 명의 환자들. 그들의 행태는 각양각색이었다. 밤새 드르렁 코골이, 잠시도 가만히 못 있는 불안, 간호사의 말을 못 알아들어 반복 질문하는 사람, 간호사와 언쟁을 벌이는 사람, 그리고 존재조차 몰랐던 조용한 사람까지.


이 작은 병실은 '인생의 축소판' 같았다. 웃음이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것이 곧 닥쳐올 내 노년의 모습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걱정이 많아졌다. 건강에 대한 경각심이 절로 생기는 순간이었다.



휴게실에서 엿들은 두 개의 삶



할 일이 없어진 환자의 특권으로, 독서에 빠졌다. 회복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 안심했고, 책에 집중하는 동안만큼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아침 9시경 병실 밖 휴게실 옆 의자에서 한 사람의 통화 내용을 듣게 되었다. 그의 목소리는 너무 커서 책 내용보다 대화에 귀가 쏠릴 수밖에 없었다.



'술꾼'의 허세와 책임 전가



"술을 10일 아침저녁으로 마셨다가 병원에 왔어. 처음엔 창자 뒤틀린 줄 알았지. 119도 바쁘다고 안 오고, 개+++. 손발 얼음장이라 겨우 택시 타고 큰 병원 왔지, 진작 올걸 씨+."


술을 마시고 병을 키워 스스로 병원을 찾아왔으면서도, 그는 병원 시스템과 의료진을 향해 신나게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콩팥에 피가 안 통해 생긴 병이라는데, 그는 자기 진단으로 일관하며 병원에서의 검사 과정을 '뺑뺑이'라 칭했다. 밥 대신 죽만 주는 병원을 불평하고, 다 나은 것 같다며 퇴원시켜주지 않는 의사를 탓했다. 자신의 건강 관리 실패보다는 의사와 병원 시스템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자기합리화와 과시욕이 강하게 느껴졌다.


검붉은 얼굴과 상스러운 언행, 지독한 담배 냄새까지. 차마 조용히 해 달라는 말을 걸 용기는 나지 않았다.


"의사가 말하더라. 앞으로는 꼭 밥 먹고 술 먹으라고. 그런데 나는 술 깨는 것과 동시에 먹을거야. 오늘도 나가서 술 먹을 거야."


11병까지 마셨다며 큰 웃음을 터뜨리는 그를 보며 측은지심이 생겼다. 그가 친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큰 소리로 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정도 마시고도 멀쩡히 퇴원한다'는 안도감의 표출일까, 아니면 건강 관리 실패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허세일까. 아마도 후자였을 것이다. 그 횐자분의 불행한 미래가 예견된다. 알코올 중독!


'아픈 남편'과 '바쁜 아내'의 이중언어


다시 병실로 돌아왔을 때, 옆 침대 환자의 전화벨이 울렸다. 하얀 머리카락과 수염, 쉰 목소리로 기침하며 밤새 간호사를 호출해서 물을 달라던, 병원에 오래 입원한 티가 역력한 분이었다. 보호자 없이 늘 누워있던 그에게 온 전화는 아내로부터 온 것이었다. 핸드폰 볼륨이 최대로 높아져 있어서 대화 내용은 또렷하게 들렸다.


"여보! 괜찮아? 내가 병원 안 가도 서운해 하지마."


"응... 괜찮아, 간호사들이 잘 돌보는데 힘들게 병원엔 왜 와."


이어지는 아내의 말은 다소 불편했다.


"어제 아들과 짬뽕 먹으며 대화했어. 그런데 짬뽕을 보니 소주 생각이 나더라. 그래서 아들과 소주 한 잔 했어. 서로 사이좋게 지내라고..."


"그리고. 엄마가 어제 방에서 넘어져 얼굴을 다쳤어. 자기 병원 입원한 거 걱정된다고 나가다가 그랬다는 거야. 엄마에게 전화해서 괜찮냐고 물어봐."


남편의 병문안을 오지 않은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해 아들과 술을 마셨다는 이야기를 굳이 전화로 전하는 아내. 게다가 친정 엄마의 부상까지 겹쳤다며 전화해 보라는 아내. 상당히 위독해 보이는 남편과 다친 친정 엄마 사이에서 힘든 상황임을 알지만, 아픈 남편에게 '소주 한 잔' '친정 엄마 안부' 이야기를 전하는 모습은 조금은 상황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워 불편했다.


건강과 고마움에 대한 다짐


내가 입원한 병동은 노년기의 환자들이 대다수였다. 나 또한 나이를 먹어가며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두 통화 내용을 통해, 나는 환자의 태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애쓴 의사와 간호사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술과 담배로 몸을 혹사시킨 후 의료진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는 분명 잘못되었다.


나 역시 갱춘기라는 혹독한 시련을 겪으며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아내와 가족, 그리고 의료진의 도움이 없었다면 건강은 더 악화되었을 것이다. 마라톤을 조금씩 재개하며 얻는 회복의 기쁨 속에서,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여보! 고마워"


"의사 선생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