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이 있는 가정의 달.
그만큼 다른 달보다 지출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 집은 여기에 플러스알파가 붙는데, 두 아들의 생일이 모두 5월에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원하는 선물의 가격대가 높지 않기에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작년까지 생일이라고 딱히 음식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친정 엄마가 나물 몇 가지와 미역국을 아이들 생일에 먹이라고 보내주기도 하셨고, 나도 평소보다 몇 가지만 더 해서 챙겨줬으니까. 그냥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두 아들도 그 정도로 만족했다.
그것도 귀찮으면 외식을 했기에 생일상에 대한 부담을 느낀 적은 없다. (남편 생일도 마찬가지)
그런데 올해는 내가 건강식을 챙겨 먹자 다짐하면서 되도록 집밥을 먹으려고 노력 중이다.
두 달 정도 직접 음식 하면서 챙겨 먹고 있는데, 두 아들의 생일이 있는 5월이 되었다.
5월 중순 둘째 아들의 생일 하루 전, 미역국과 나물, 잡채를 해줄까? 물어봤더니 좋단다.
고사리나물도 하려고 건고사리를 샀는데 이런... 하루 정도 불려야 한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았다.
어쩔 수 없이 고사리나물은 5월 하순에 있는 첫째 아들 생일날 먹기로 하고, 당장 할 수 있는 콩나물, 시금치나물, 무나물을 했다.
미역국은 국거리용 한우를 사서 끓이기도 하고, 시중에 파는 곰탕 국물에 미역을 넣어서 주기도 하고, 아예 시판되는 쇠고기미역국을 주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좀 다르게 해보고 싶었다.
유튜브에 검색해 보니 미역국에 양지를 넣어서 끓이는 방법이 있었다. 맛있어 보이고 대접하는 느낌이 나서 시간을 들여 미역국도 끓였다.
원래 잡채를 할 때 여러 채소와 어묵을 넣었는데, 아이들이 고기가 좋다고 해서 고기를 사서 양념장에 잰 후 구워서 같이 잡채에 넣었다.
그 외 멸치볶음, 김무침, 생선도 한 마리 굽고 케이크도 준비해서 생일상을 차렸다.
몸은 힘들었지만 뿌듯했는데 다행히 세 남자 모두 맛있다며 잘 먹었다.
둘째 아들의 생일을 제대로 차려주고 13일 뒤 첫째 아들의 생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두 아들 생일 사이에 체력이 좀 떨어져 반찬을 많이 하지 못한 상태였기에 첫째에게 슬쩍 물어봤다.
"동생 생일날 차려준 것처럼 해줬으면 좋겠어?"
그렇단다. 그렇구나. 그래. 그렇지. 한 명만 해주고 한 명은 안 해주면 좀 그렇지.
바닥에 눕고 싶은 몸을 억지로 일으켜 생일 하루 전날 오전부터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고사리나물은 하루가 걸린다는 것을 알기에 그 전날 저녁에 건고사리는 이미 물에 불려놨었다.
동생 생일날과 거의 비슷한 메뉴로 이것저것 준비했다.
전날 삶아놓은 팥과 팥물을 넣어 팥밥을 하고, 생선 한 마리 굽고, 반찬들을 깨내서 생일상을 차렸다. 아, 첫째 아들이 직접 고른 케이크까지.
직접 차려주고 나니 뿌듯했다. 두 아들과 남편까지 맛있다며 잘 먹는 모습을 보니 더욱더.
비록 두 아들은 팥밥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팥밥은 많이 먹지 않기는 했지만.
저렇게 차려주고 나니 며칠은 반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니 좋다.
며칠 지나면 새로 반찬을 해야겠지만 두 아들 생일날 내가 이렇게 차려주다니! 나 스스로가 기특했다.
이제 다음에 생일상을 차려야 할 사람은 남편. 11월이 생일이기에 아직 한참 남았다.
그전에 남편보다 6일 먼저 내 생일이 있는데, 내 생일날은 누가 저렇게 차려줄까? 의문이다.
내 생일까지 스스로 저렇게 차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솔직히 귀찮다.
남편에게 은근슬쩍 물어봤더니 자기는 저렇게 할 수 없단다. 뭐, 나도 기대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정성을 들인 음식을 대접한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것 같다.
예전에는 전혀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일인데, 하겠다고 마음먹으니 어떻게든 되는 것 같은 것도 기분 좋고. 건강을 위해서라도 여러 음식에 도전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