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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May 27. 2024

"변성기 왔어요?"

5월 초반 둘째 아들이 감기에 걸렸다. 하루 전부터 콜록콜록 기침을 하더니 목감기에 코감기까지.

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약을 먹으면서 조금씩 나아졌지만, 기침은 일주일 넘게 꽤 했다.

아프더니 유치원생인 둘째 아들, 아기가 되어버렸다.

"내가 아프니까 엄마가 옆에 있어야지."라며 내가 자기 옆에 꼭 붙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둘째 옆에 눕거나 앉아서 얘기하거나 책을 읽어주면서 시간을 보냈다.

집안일 등은 둘째가 약을 먹고 잠깐 잠든 사이 후다닥 했다. 자다 깼는데 내가 없으면 울어버려서...


옆에 붙어 있다 보니 어느 날부터 내 목이 따끔따끔해지기 시작했다.

목감기의 전조 증상이구나! 직감한다. 나는 다른 감기보다 목감기에 잘 걸리는 편인데, 이것을 초반에 잡지 않으면 심하게 앓는다는 것을 다년간의 경험으로 안다.

목감기의 무서움을 처음 안 것은 고등학생 때, 선생님이 발표를 시키는데 목소리가 아예 나오지 않아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직장 다닐 때는 일 년에 한 번 지독하게 감기에 걸렸다. 주사도 맞고, 약도 처방받았지만 1~2개월 동안 감기로 고생했다. 당시 오래 앓았던 이유는 일로 인한 스트레스와 면역력 저하 때문이었던 것 같다.

결혼하고 아이들을 양육하면서는 감기에 걸리는 횟수가 예전보다 줄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걸리면 덩달아 걸리는 경우가 꽤 있기에 조심하는 편이다.


증상이 있자마자 바로 목에 손수건을 두르고 따뜻한 물을 챙겨 먹고, 차에 꿀도 타서 먹었다.

지난번에 따스한 꿀물을 먹으니 목이 아팠던 것이 많이 괜찮아져서 심해지지 않았던 경험이 있었기에.

그런데, 이번엔 이상하다. 며칠 노력했는데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

깨어있을 때는 그나마 괜찮은데, 자고 일어나면 목이 너무 아파서 처음엔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고 약을 처방받을까 생각했는데, 약이 독해 며칠간 헤롱거릴 것이 분명하기에 참아보기로 했다. 두 아들이 요즘 날씨가 좋아서 하교, 하원 후 밖에서 많이 노는데 기운 없으면 나가지 못하기에.


https://pin.it/7 eERKUb8 Q




그런데 어느 날 목소리가 변했다. 목이 따갑고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데, 말을 하면 탁한 소리가 나왔다.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말을 안 할 수는 없는 터.

목을 좀 아껴야 하는데 그게 안되니 증상은 더 심해지고 있었다.

남편은 내 목소리를 듣더니, "변성기 왔어요?" 물어본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나는 목감기에 걸릴 때마다 거의 변성기가 오는 셈이다.

두 아들은 변성기가 뭐냐고 아빠에게 물어보며 세 남자가 내 옆에서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재잘재잘 떠든다.

저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부럽다. 평소엔 당연하다고 생각한 내 목소리도 그립다. 


목소리까지 변하면 더 심해지기 때문에 그제야 병원에 갔다.

목감기란다. 그러면서 약을 처방해 주시는데, 역시 독하다.

약을 먹을 때마다 졸린다. 눈을 뜨고 있고 싶은데 내 몸이 자꾸 자라고 부추긴다.

어쩔 수 없이 강제 휴식을 취한다. 그래도 두 아들의 놀고 싶은 욕망까지 어쩔 수 없어 놀이터에 끌려나간다.

다행히 요즘엔 의자에 앉아 있어도 자기네들까지 잘 놀아줘서 좀 쉴 수 있다.

둘째 아들 친구 엄마도 감기라 집에서 쉬고 싶은데 밖에서 친구들과 놀아야 한다며 나왔단다.

아... 쉬고 싶어도 마음대로 쉴 수 없는 우리의 모습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약을 4일 동안 꾸준히 먹었다. 증상이 좀 괜찮아지면 중간에 그만 먹으려고 했는데, 이번 목감기 생각보다 고약했다. 중간에 쉬고 낮잠도 자고 했더니 그래도 조금씩 나아졌다.

목소리는 지금 완전히 돌아오지는 않았다. 아직 10% 정도는 덜 돌아왔는데...

그래도 말할 때 목이 아프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계속 따뜻한 것만 먹고 있다.

그러다 보면 예전의 목소리로 돌아오겠지?

평소에는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이 당연하지 않음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됐다.

건강은 건강할 때 챙기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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