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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방식으로 즐기는 김밥

by 느린 발걸음

매 끼니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이다.

요리하는 것을 즐겨서 매일 새로운 것을 만들면 별 문제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음식을 하고 싶은 날이 정해져 있다.

그게 언제인지는 나도 모른다.

그냥 오늘은 음식을 좀 만들어 볼까? 싶은 날이 있다.

그날엔 아침부터 분주하다.

재료를 다 꺼내놓고 할 수 있는 반찬을 생각한 뒤 국까지 포함해서 7~8가지 음식을 한꺼번에 만든다.

만들 때는 힘들지만 이걸로 며칠은 먹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면서.

그런데 두 아들은 하루 이틀은 잘 먹는데 그다음부터는 이전의 반찬을 잘 먹지 않는다.

속상하다.

나와 남편은 솔직히 달걀프라이, 김치만 있어도 잘 먹기에.


무언가 새로 만들기는 싫은 날이 있다. 뭘 만들까 생각하는 것도 귀찮다.

그럴 때 쉽게 떠올리는 것이 김밥이다.

물론 김밥은 손이 많이 간다.

밥, 대여섯 가지 재료 준비한 후 김에 싸서 썰기까지 하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

내 손목과 허리도 아프고 말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재료만 준비해 주고 각자 싸 먹는 것이다.

그러면 김에 싸고 칼로 써는 시간이 그만큼 단축된다.

아이들도 자기들이 원하는 재료를 직접 넣어서 싸서 먹으니 재미있어한다.

가끔 야채를 안 먹으려고 할 때 야채 하나씩은 꼭 넣으라고 하면 그때는 잘 먹는다.

재료도 거창하게 준비할 필요 없다.

집에 있는 것 중에 김밥 안에 넣어도 괜찮겠다 싶은 것은 것은 다 꺼내서 준비하면 되니까.

아이들이 직접 싸서 바로 먹을 거라 꼬마김밥을 싸기 위해 재료는 그 크기에 맞게 준비한다.

김도 꼬마김이 있으면 그걸 이용하고, 그렇지 않으면 큰 김을 4 등분해서 사용한다.

갓 지은 흰쌀밥에 소금, 참기름, 깨를 넣고 비벼서 준비하면 모든 준비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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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김밥 재료



각자 앞접시 하나씩 앞에 챙겨주고 알아서 싸 먹으라고 한다.

그러면 김 위에 밥을 얹고 각자 원하는 재료(보통 1개씩은 다 넣는다)를 넣어 돌돌 말아서 싸 먹는다.

재료 욕심을 많이 부리면 김밥이 잘 여며지지 않지만 그래도 괜찮다.

각자 먹을 것이니 말이다.

그렇게 먹다 보면 양을 어느 정도 넣어야 하는지 직접 알게 되기도 하고.

가끔 먹다 보면 아이들이 많이 넣는 재료(특히 햄, 달걀)는 모자라기도 하다.

그러면 나는 아이들이 먹는 동안 재료를 조금 더 준비한다.

아이들은 자기가 먹을 만큼 양껏 먹은 후 (보통은 준비한 밥과 재료 다 먹는다) 배부르다며 일어난다.

설거지할 것도 많이 없고 (요리하면서 보통 설거지를 해 버리기 때문에) 냉장고에 넣어야 할 반찬도 없다.

엄청 깔끔한 느낌이 들어서 좋다.


그래서 가끔 반찬 하기 싫을 때 아이들에게 물어본다.

아이들은 거의 대부분 OK다.

가끔은 아이들이 먼저 해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그러면 한 끼 걱정은 덜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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