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핸드폰을 사면 꽤 오래 사용하는 편이다.
굳이 바꿔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다.
최신 폰이 좋다는 건 안다.
하지만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살고 있어서 그런가, 그 속도에 나까지 발 빠르게 동참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핸드폰으로 대단한 것을 하는 것도 아니고, 최근 기종에 관심이 많은 것은 더더욱 아니다.
핸드폰을 바꾸면 이전 폰에 있었던 것을 새 폰으로 모두 옮겨야 하는 것도 귀찮다. (어쩌면 이 이유가 가장 큰 것일지도.)
지금 사용하는 핸드폰도 둘째가 태어나기 한 달 전에 구매했었다.
둘째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니까 햇수로 8년째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액정 필름과 케이스만 2번 정도 교체하고 잘 사용하고 있다.
배터리가 예전보다 빨리 닳아서 충전주기가 짧아진 불편함은 있지만, 뭐 얘도 나이가 들었으니 그러려니 한다.
처음엔 불편하게 느껴졌던 것들이 익숙해지면 어느 정도는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다.
남편도 핸드폰을 오래 사용하는 편인데, 가끔 내 핸드폰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이젠 바꾸라고 얘기할 때가 있다.
그럴까?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아직 잘 사용하고 있는데 굳이?라는 생각에 고개를 내젓는다.
아직은 사용할 만하다고, 정말 불편하면 그때 바꾸겠다고 말이다.
이런 내가 핸드폰을 바꾸고 싶을 때가 있다.
일 년에 3번 정도, 이젠 정말 핸드폰을 바꿔 볼까 싶어 마음이 요동친다.
집에서는 무던하게 잘 사용하는데, 강원도 시댁에만 가면 꼭 바꿔야지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
바로 강원도 밤하늘을 반짝반짝 수놓고 있는, 그래서 내 눈까지 황홀하게 만드는 많은 별을 마주할 때다.
내 눈에 담은 이 반짝임을 집에서도 떠올리고 싶어서 얼른 핸드폰을 꺼내 카메라 버튼을 누른다.
그런데 사진첩에 담긴 밤하늘의 모습은 내가 눈으로 본 모습과는 너무 다르다.
예전 기종이다 보니 야간에 사진을 찍으면 빛 번짐이 있어서 선명하게 잘 찍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떻게 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 이리저리 검색해 가면서 사진을 찍어봤지만, 내 핸드폰으로 찍힌 사진은 영 별로다.
어쩔 수 없이 최신 기종을 가진 막내 도련님께 부탁해 사진을 받기도 하는데, 아쉬움이 크다.
사진을 잘 찍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찍고 싶은 마음에서다.
강원도에서 그런 마음을 품기 시작하면 핸드폰을 바꾸어 싶은 간절함에 검색해 본다.
최신 기종은 어떤 건지, 가격은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뭐, 사는 기종은 정해져 있다. 스마트폰 나올 때부터 한 기종만 사용했으니까.
시댁, 친정 식구 모두 다른 기종을 사용하는데 나만 이 기종을 고집하며 사용한다.
처음부터 여기에 길들여져서 바꾸고 싶지 않다. 내게 만족감도 주고 말이다.
그렇게 이번엔 꼭 바꿔야지 마음먹고 강원도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그 마음이 사그라든다.
여기서는 별이 그만큼 보이지 않기 때문에 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불편하면 바꿔야겠지 생각이 들 텐데 그럭저럭 잘 사용하니까 더 그럴지도 모른다.
이렇게 강원도에서는 마음먹고 여기서는 접은 지도 3년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렇게 잘 사용하던 핸드폰인데, 올해 초 핸드폰 보호필름이 조금 깨졌다.
누가 보면 핸드폰이 깨진 줄 알겠지만, 필름이라 별 상관없어서 이 정도는 괜찮지 생각하며 쓰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 후 케이스도 한쪽이 조금 깨졌다.
조금 꺼끌꺼끌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사용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핸드폰 보호필름과 케이스를 바꾸고 싶지는 않다.
직감적으로 아는 거다. 이 핸드폰 이제 그렇게 오래 사용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젠 정말 핸드폰을 바꿔야 하나 싶다.
아직 더 쓸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새 기종만이 줄 수 있는 야간 사진 퀄리티도 느껴보고 싶고.
마음이 아직은 갈팡질팡이다.
6월 중순에 바꾸기로 잠정 결론은 내렸는데, 그때 가봐야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