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 "퍽" "쿵" "쨍그랑"
가끔 우리 집에서 물건들이 떨어지면서 내는 외침이다.
물건을 떨어뜨리는 사람은 누구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두 아들이 많았는데, 요즘엔 나다.
물건을 떨어뜨린다고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오히려 괜찮냐고, 다친덴 없냐고 물어본다.
그런데 혼자 찔려서 얘기한다.
"손목에 힘이 없어서 그래요."
그렇다. 손목에 힘이 없다.
직장 생활할 때는 온종일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느라 힘이 조금 빠졌음을 느꼈다.
그런데 이게 온몸으로 느껴지던 때가 있었다.
두 아들 출산 후!
우는 아이를 안고 달래느라, 모유수유 하느라, 대변본 후 씻겨주느라, 목욕할 때 작은 아이 몸을 손목에 받치고 하느라, 잠투정 심한 아이를 안아서 재우느라 등등 내 손목이 너덜너덜해짐을 느꼈다.
정말 당시엔 손목 보호대가 필수였다.
그렇지 않으면 손목에 전혀 힘을 줄 수 없었다.
그렇게 몇 년을 지냈나 보다.
이젠 아이들도 컸다.
벌써 10살, 8살이니.
하지만 내 손목은 그때에 비해 조금 나아졌을 뿐 아직도 힘이 없다.
집안일이 날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 초반에 비해 정리는 많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할 일은 많다.
설거지를 한다고 그릇을 손에 쥐고 있으면 그릇이 갑자기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때 조심해야 한다. 자칫하다간 떨어뜨릴 수 있으니. (몇 번 떨어뜨린 적도 있고.)
요즘엔 요리를 좀 한다고 칼질을 많이 해서 더 그런가 보다.
내가 이렇게 물건을 떨어뜨릴 때면 어릴 때 생각이 난다.
엄마가 내 나이였을 때쯤, 엄마도 물건을 떨어뜨린 적이 있었다.
그때 괜찮냐고 물어보면서 왜 물건을 저렇게 많이 떨어뜨리지 마음속으로 의아했던 기억이 난다.
아빠는 또 물건을 떨어뜨렸냐며 엄마에게 뭐라 하셔서 그 모습이 엄청 별로였던 기억도 난다.
그러면 본인이 집안일을 좀 하면 되는데 손도 꼼짝 하지 않으셨기에.
당시 엄마는 일도 하고 집에 오면 집안일도 하면서 엄청 힘드셨을 텐데 별 내색하지 않으시고 다하셨다.
나는 지금 일은 쉬고 집안일만 하는데도 힘들어서 가끔 남편에게 하소연하는데 말이다.
어쨌든 그때 왜 엄마는 물건을 자주 떨어뜨릴까 하는 의문이 내가 나이 들면서 알게 된 거다.
나도 모르게 손목에 갑자기 힘이 빠지는 순간이 있음을.
잘 잡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물건이 내 손에서 스르르 빠져나가고 있음을.
대부분 살짝 떨어뜨려서 물건이 깨지는 경우는 없는데 아주 가끔 유리가 깨지는 경우가 있다.
아... 이러고 있으면 남편이 와서 자기가 할 테니 저쪽에 가 있으라고 한다.
집안일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 거 아니냐며 괜찮냐고 물어봐준다.
그러면서 같이 해주기도 하고 말이다.
누구나 물건을 떨어뜨릴 때가 있다.
두 아들만 봐도 평소엔 힘이 넘치는데 가끔 물건을 떨어뜨린다.
아이들은 잘 봐야 한다. 일부러 떨어뜨렸는지 실수로 떨어뜨렸는지.
표정을 보면 느껴진다. 이건 실수구나, 이건 장난이구나.
장난으로 떨어뜨리면 물건이 얼마나 슬퍼하겠냐며 그러지 말라고 하고, 실수면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 얘기해 준다. 내가 그러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가끔은 스마트폰을 들고 무한 스크롤을 해서 그런 건가 싶을 때도 있다.
그럴 때 다짐한다. 스마트폰을 자제하겠다고.
그런 다짐이 무색하게 또 들고 있지만.
내 손목을 위해서는 적당히 해야겠다.
집안 살림들이 어디로 다 도망가기 전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