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엄마'라는 이름의 무게가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해야 하는 것들이 끊이지 않을 때.
컨디션이 괜찮을 때는 그나마 괜찮은데, 컨디션이 별로라서 좀 쉬고 싶은데 그럴 수 없을 때.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집안일하는데 그렇게 부지런을 떠는 건 아니다.
매일 집을 윤이 나게 청소하는 것도 아니고, 매 끼니 다른 반찬을 하는 것도 아니다.
워킹맘처럼 직장을 다니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 학원 라이딩하느라 바쁜 것도 아니다.
그래도 하루가 미친 듯이 바쁠 때가 있다. 이건 내 성향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일단 집이 어지럽혀진 걸 싫어한다. 내 정신 건강을 위해 먼저 아이들에게 스스로 정리하라고 이야기한다.
아이들 나름대로 하지만, 성에 차지 않으면 내가 직접 한다.
반찬은 정말 하기 싫을 때는 사 먹는다. 그런데 문제는 사 먹는 반찬을 내가 쉽게 질려한다는 거다.
그러면 날 잡아서 반찬을 이것저것 한다. 한번 해놓으면 며칠은 먹으니까.
직장에 출퇴근하는 건 아니지만 남편 일을 재택으로 한다. 매일 일이 있긴 하지만 그렇게 바쁜 건 아니다.
그런데 일이 있으면 어떻게든 그날 끝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진이 빠질 때까지 하는 게 문제다.
두 아들은 학원을 한 군데 다니는데, 그것도 학교와 집 근처라 라이딩할 필요가 전혀 없는 거리다.
하지만 두 아들은 그 가까운 거리도 내가 왔으면 하고 바라서 가는 경우가 많다.
그 외 자질구레한 집안일들이 항상 나를 기다린다. 집안 경조사도 대부분 내가 챙기고.
집안일, 가족 챙기는 것 외에 나를 위해서도 시간을 할애한다.
이렇게라도 해야 나를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아서. (아이들 방학 때 많이 무너지기는 하지만)
일단 두 아들 등교할 때 헬스장에 간다. 운동을 해야 그나마 체력이 유지되기에 1시간 정도 운동한다.
집에 와서 씻고 글을 쓴다. 거창하거나 그런 것보다는 그냥 책상에 앉아서 이것저것 끼적인다.
매일 책을 읽는다. 책을 읽은 후 되도록 리뷰를 쓰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오전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두 아들이 오면 혼자만의 시간은 물 건너가니까 조용할 때 집중해야 할 일을 하는 편이다.
그런데 오전 내에 끝나지 않는 경우도 꽤 있다. 인생이란 게 원래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니까.
아이들 있을 때 나름 집중해서 해야 한다는 얘긴데, 아이들이 '엄마'를 부른다.
아이들의 요구에 응할 때도 있지만, 그게 그렇게 귀찮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서 이제 초2, 초4니까 조금씩 직접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알려줬다.
다행히 먼저 어떻게 하는지 알려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어서 기꺼이 알려준다.
두 아들이 스스로 하기만 해도 내 손은 그만큼 덜어지니까.
그렇게 알려준 것들이 밥상 차리기, 치우기, 믹서기에 과일 갈아서 과일 주스 해 먹기, 설거지하기, 가스 밸브 열고 잠그기, 가스레인지 불 켜고 끄기(물론 가스레인지 사용은 내가 있을 때만 하라고 한다), 전자레인지 사용법, 달걀 프라이, 달걀찜 등이다.
내가 하는 걸 보고 해 보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어서 김밥 싸기, 나물 무치기 등도 직접 하게 한다.
나는 그 사이 다른 일을 할 수 있고, 아이는 자기가 직접 하니 재밌어하고 일석이조다.
하루는 남편 일인지 뭔지 바쁘게 하고 있었다.
집중해서 해야 할 일이었기에 두 아들과 함께 밥을 먹고 설거지까지 다 마치고 책상에 앉았다.
노트북으로 손과 눈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첫째 아들이 뭘 더 먹겠다고 해서 알아서 먹으라고 했다.
저녁 다 먹은 후이고, 설거지까지 다 했는데 다시 움직이고 싶지 않다고 얘기하면서.
그랬더니 달걀을 꺼내서 프라이를 해서 먹고, 냉장고를 뒤져 자기가 먹고 싶은 걸 알아서 꺼내 먹었다.
저녁 먹은 후여서 과하게 먹지 말라고 이야기하면서 설거지까지 다 해놓으라고 했다.
그랬더니 알아서 천천히 먹은 후 자기가 먹은 그릇과 수저 설거지를 해 놨다.
조금 어설프긴 했지만 이 정도만 돼도 괜찮다 싶었다.
두 아들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편이다. 요즘엔 해가 빨리 떠서 6시 정도 일어나는 것 같다.
나도 그때 일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7시 알람 울릴 때까지 자는 경우도 많다.
주말에는 조금 더 늦게 일어나는 경우도 있고. (주말이라 아이들 학교에 안 간다는 핑계로)
그러면 두 아들은 일어나서 거실에 나가서는 자기들이 먹고 싶은 걸 알아서 챙겨 먹고 있다.
과일도 챙겨 먹고, 밥을 먹고 싶으면 밥을 먹기도 한다.
냉장고에 밥을 해 놓은 게 있으면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으면 되는데 굳이 찬 밥이 맛있다며 먹는다.
달걀프라이도 먹고, 두부 같은 게 있으면 잘라서 먹기도 하고.
가끔 나를 깨우기도 하는데, 대체적으로는 더 자게 내버려 두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는 너희들도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하나씩 늘어가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솔직히 내가 귀찮아서 그런 경우가 꽤 있다.
가끔은 내가 하는 게 더 빠르고 쉬워서 그렇게 할까 싶기도 하지만, 아이들도 스스로 해보고 싶어 하니까 기다려주는 것도 있고. 처음에야 서툴지만 하다 보면 익숙해지는 법이니까.
그러면 엄마를 찾는 횟수가 조금씩 줄어들 테고.
이렇게 하다 보니 가끔 의문이 들기도 했다. 나만 그런가? 나만 이렇게 귀찮아하나?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언제부터인가 티도 안 나고 돈도 안 되는 집안일에 이렇게 매달릴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다들 하는데, 왜 나만?
친정엄마가 나 같은 얘길 하는 건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시어머님은 남편 어릴 때부터 얘기하셨단다.)
일도 하시고 집안일도 하시면서도 귀찮다, 싫다 이런 얘기 한 번도 안 하셨는데.
하긴 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내가 집안일을 알아서 하기는 했다. 그래도 힘드셨을 것 같은데.
모르겠다. 각자 성향이 다르니까 어쩔 수 없지 뭐.
집안일이라는 것이 누가의 몫이랄 게 있을까. 집안에 사는 모두가 각자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엄마의 분량이 다른 가족들에 비해 많긴 하지만, 이것도 조금씩 가르쳐주면 되지 않을까.
남편은 시간 있을 때 어떻게든 같이 하려고 하니까.
두 아들도 그런 걸 보고 배우기도 할 테고, 앞으로도 조금씩 더 시켜야겠다.
그래야 나중에 독립해서 혼자 살더라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뭐, 나의 귀찮음이 두 아들에게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준다면야 조금은 죄책감을 덜 느껴도 되지 않을까. 가끔은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니까.
집안일, 꼭 필요한데 티가 나지 않고 보상이 없다 보니 재미없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인 건 항상 그렇지는 않다. 가끔은 막 이것저것 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자주 있는 건 아니지만.
내 마음이지만 나도 알 수 없다. 어쩔 수 없지. 그냥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