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를 시작하며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시장이 호황이었다. 아, 시장이 호황이라고 하기보다는 새로운 시장이 문을 열고 있었다. 북아프리카 프랑스어권의 개발 계획이 본격화했고, 국내 설계건설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마그레브 국가들은 국제경쟁입찰을 하면서 사용언어를 아랍어와 프랑스어로 못박았기 때문에 갑자기 프랑스어 번역가들이 많이 필요했다. 졸업시험을 한 번에 패스한 덕분에 일을 한발 빨리 받을 수 있었다. 입찰이다 보니 단기간에 엄청난 양의 서류를 번역해야 했는데, 일을 시키는 사람이나 일을 하는 사람이나 서로 감이 없으니 시행착오가 많았다. 내가 이 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만 신기하고 신나서 차력을 발휘할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