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나이 60의 60일간 25,000km 미국, 캐나다횡단기
꿈꾼다고 누구나 다 꿈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평균 60, 몸무게 아니고 나이다. 네 명의 60일간 미국, 캐나다 자동차여행. 25,000km를 달렸다. 국립공원 텐트에서 잠을 잤으니 텐트 밖 미국, 캐나다다. 캠핑 꽤 해본 사람 아니다. 난 연습 삼아 2번 캠핑해본 것이 다인 왕초보 캠퍼다.
캐나다와 미국을 한 차례씩 횡단했고 국립공원 캠핑장에서 한여름에 오들오들 떨어가며 은하수를 보았다. 도시는 짧게 지나쳤고 국립공원은 며칠씩 머물며 샅샅이 보았다. 미국·캐나다 로드트립, 국립공원에서 캠핑하면서 도시를 넘나드는 자동차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길잡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여행을 기록한다.
동기는 거창하지 않다. 미국의 국립공원에 대한 선망은 누구나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고 짧은 일정으로 패키지여행을 다녀오는 것은 싫었다.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고 할까? 아들과 자동차 여행을 다녀온 지인이 그때 기억이 너무 좋아 미국, 캐나다 자동차여행을 하기 위해 여행 경비를 모으고 있다고 하였다. 부러움 반, 시기 반으로 ‘좋겠다’고 얘기한 지 한참이 지난 어느 날 제안을 받았다. 네 명이 떠나기로 한 여행에 한 명이 빠지게 되었다니 관심 있냐는 말에 재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두 번도 생각 안 하고 두 손을 모았다. 제발 데려가 달라고. 여행은 다리가 성할 때 떠나야 하고 기회가 왔을 때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평소의 지론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패키지로 떠나는 여행이 아닌 국립공원 위주로 캠핑을 할 거고 미국과 캐나다를 횡단하는 자동차여행이라는 여행의 콘셉트만 정해진 상태였다. 여행 팀에 합류해서 그동안 모았던 회비를 한꺼번에 내고 이후 매달 회비를 내면서 여행을 그려보기 시작했다. 실제 여행을 떠나기 전 딱 1년 전부터 여행에 대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여행코스 짜기는 내 차지다. 동선을 대강 짜고 날짜를 계산하다 보니 일정이 45일에서 60일로 늘어났다.
60일간의 미국캐나다 로드트립을 본격적으로 준비한 것은 6개월 전부터다. 먼저 코스를 짰다. LA인 LA아웃을 정하고 갈 도시들, 꼭 가야 할 국립공원을 체크한 후에 동선을 그리고 그곳에 며칠을 머무를지를 정했다. 코스 수정은 몇 차례를 했는지 셀 수가 없다.
여행 스타일에 따라 그냥 떠나고 보는 여행이 있는 가 하면 미리 모든 일정을 꼼꼼히 짜서 가는 여행이 있다. 국립공원 캠핑에 미국, 캐나다 횡단은 반드시 여행계획을 꼼꼼하게 짜야한다. 너무 욕심이 앞서 가고 싶은 곳을 모두 다 가려고 하면 힘든 여행이 될 수밖에 없다. 무리하지 않은 일정으로 서로 얘기를 해서 뺄 곳은 빼는 방향으로 정했다.
예를 들면 오로라가 보고 싶은 한 명이 캐나다 옐로우나이프를 가고 싶다고 했지만 캘거리나 재스퍼국립공원에서 16시간 이상을 자동차로 이동해야 하므로 의견 조율 후 가지 않는 걸로 정하는 식이다. 나도 오로라를 보고 싶었다. 언젠가 오로라를 볼 수 있는 날이 있을 것이다.
미국 LA도착 -> 요세미티국립공원 -> 샌프란시스코 -> 레드우드국립공원 -> 솔트워터주립공원 -> 마운트 레니에 국립공원 ->시애틀 -> 캐나다 빅토리아섬 -> 스쿼미시 -> 밴쿠버 -> 재스퍼국립공원 -> 요호국립공원 -> 밴프국립공원 ->쿠트니국립공원 -> 캐나다 횡단 -> 나이아가라 -> 천섬 -> 퀘벡 -> 프린스에드워드섬 -> 펀디국립공원(호프웰) -> 미국 메인주 -> 뉴욕 -> 시카고 -> 미국 횡단-> 배드랜드스국립공원 -> 러시모어기념물 -> 옐로우스톤국립공원 -> 솔트레이크시티 -> 아치스국립공원 ->캐년랜즈국립공원 -> 캐피톨리프국립공원 -> 브라이스국립공원 -> 자이언국립공원 ->글랜캐니언국립공원 ->엔텔롭 -> 모뉴먼트밸리 -> 그랜드캐년국립공원 -> 세도나 -> 라스베이거스 -> 조슈아트리국립공원 ->애너하임 -> LA 출발(진한 색은 국립공원 / 국립공원 20개)
코스가 정해지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국립공원 캠핑장 예약이다. 아무리 저렴한 모텔이라도 2인이 한 방을 쓴다 하고 방 2개를 빌릴 경우 25만 원~30만 원이다. 이에 비해 국립공원 캠핑장은 4인 텐트 치는데 보통 4~5만 원 선이다. 물론 캠핑장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다. 국립공원 캠핑장뿐만 아니라 사설 캠핑장, KOA를 이용했는데 KOA캠핑장이 만족도가 높다. 국립공원캠핑장은 간혹 2인 텐트만 가능한 곳도 있으니 예약에 관한 내용을 잘 읽어보도록 한다.
국립공원 내 캠핑장 예약 사이트(https://www.recreation.gov/)에 들어가서 Camping &Lodging 메뉴에서 원하는 사이트와 날짜를 입력하고 예약 가능한 지 체크해서 예약을 진행한다. 회원가입이 돼야 예약을 할 수 있다.
국립공원캠핑장 예약에 가장 애를 먹은 곳은 요세미티국립공원이다. LA 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4~5시간이면 갈 수 있어서 그리 멀지 않고 우리의 여행 일정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국립공원이어서 예약에 있어서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었다. 국립공원 내 캠핑장은 최소 네 달 전부터 예약하는 것이 좋다.
특히 휴가시즌이나 성수기 일 때는 몇 달 전부터 눈여겨보았다가 예약 오픈하는 날짜에 맞추어 경쟁을 뚫고 예약을 해야 한다. 오픈 날짜에 예약에 실패해서 결국 요세미티에서 1시간 거리의 캠핑장을 예약할 수밖에 없었고 이동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캠핑장 예약에 서툴다 보니 1시간 가까이 떨어진 곳에 캠핑장을 잡는 바람에 이동하는 데 시간을 허비했던 경우가 그 이후도 몇 번 있었다. 국립공원 내라면 문제가 그리 없지만 그 외의 장소에 캠핑장을 예약할 때는 거리를 잘 따져야 한다. 구글 지도를 펴고 가고자 하는 곳 주변 검색을 캠핑장(Camp ground)으로 해서 찾아서 예약하지만 지도상에서와 실제 거리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것이 산길일 때는 시간 오차가 커진다. 장거리 자동차여행을 할 때는 도로가 비포장도로인지 여부도 잘 체크해야 한다.
비행기표는 달러 환율이 너무 올라 미적거리다 비싸게 예약해야만 했던 우리처럼 되지 않으려면 몇 달 전에 구입하는 것이 좋다. 렌터카는 믿을 수 있는 렌터카 회사를 선택한다. 허츠나 알라모 정도. 우리가 선택한 렌터카회사는 알라모였고 렌터 한 차량은 미니밴 크라이슬러 퍼시피카다. 장거리 자동차 여행인 점을 감안해서 보험과 차종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결정하였다.
60일 렌트에 종합보험, 대인/대물 책임보험, 자차보험 등 풀로 가입하여 비용은 1천만 원이었다. 여행 도중 차량 전면 유리에 금이 갔는데 공항 근처 렌터카 사무소에 갔더니 동일 모델 차량으로 빠르게 교체해 주었다. 운전자는 2명까지 등록할 수 있고 차량 인수 시 국제운전면허증과 국내운전면허증을 함께 보여주고 인수절차를 밟았다. 한국에서 통용되는 운전면허증도 꼭 가지고 가도록 한다.
미국 ESTA는 인터넷에서 작성해서 제출하면 보통 하루 이내 결과가 나온다. 물론 며칠이 걸릴 수도 있다. 결과는 이메일로 보내온다. 비행기로 캐나다 입국 시에는 ESTA를 받아야 하지만 배 또는 자동차로 입국할 때는 ESTA를 따로 받지 않아도 된다. 여행자보험은 만일을 위한 것이니 꼭 들도록 한다.
미국과 캐나다를 여행하므로 유심칩을 사용할 시 두 나라에서 모두 잘 되는 것인지 잘 알아보아야 한다. 두 개의 핸드폰을 가져갔고 하나는 유심침을 넣어 쓰고 하나는 로밍서비스를 이용했다. 유심칩을 넣은 것은 그나마 미국의 도시에서는 잘 터졌지만 캐나다에서는 먹통이었고 로밍서비스는 도시 외곽지역이나 국립공원 안에서는 잘 작동하지 않았다.
미국과 캐나다는 인터넷이 안 터지는 곳이 많다. 여행하려는 지역의 구글 오프라인 지도를 다운로드하여서 가지고 가야 한다. 쓰지 않는 핸드폰에 지도만 다운로드하여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여행가방은 하드케이스가 아닌 이민가방과 같은 짐을 싣는데 최대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정했다. 소프트한 여행가방을 구입해서 거기에 캠핑용품(텐트), 주방용품 등을 넣었다.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바닥매트, 침낭 등과 기타 캠핑용품은 미국 월마트에서 구입했다. 몇 군데 대형 마트를 가봤지만 월마트가 가장 저렴했다. 여행 내내 월마트는 우리의 최애 마트였다.
7월, 8월 여행이지만 국립공원은 도시와 온도차이가 10도 이상 차이 나고 낮과 밤의 기온 차는 20도 가까이 나기도 한다. 미국의 요세미티부터 캐나다 펀디만 까지 밤에는 내내 추웠다. 여름이니 더워질 거라고 두꺼운 옷을 사는 것을 미루고 미루다 고생만 했다. 아무래 한여름이라도 경량패딩, 조끼 등 추위에 대비는 꼭 하도록 한다. 요세미티, 샌프란시스코, 캐나다 록키 쪽은 정말로 추웠다. 있는 옷을 세 겹, 네 겹을 껴입고 잤다. 물주머니를 챙겨가지고 가서 밤에 텐트에서 잘 때 뜨거운 물을 넣어 침낭 안에 넣고 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외에 의약품, 개인 용품(옷, 세면도구, 수건, 보조배터리, 카메라 등)은 리스트를 써서 하나씩 챙겨 넣었다. 짬짬이 여행영어 공부를 하면서 현실을 살다 보니 어느덧 출발 날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