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여행준비 - 폭풍 검색과 빠른 예약으로 여행경비 아끼기
"딸과 나는 닮았다!"가 아니라 너무나 달랐다. 우리가 완전히 다른 행성에서 살고 있음을 24년이 지난 지금에야 발견한 느낌이다. 여행 중에 티격태격은 기본, 더 이상의 불협화음은 감당을 못할 듯하여 서로 얼굴을 피한 적도 많고 결국에는 머나먼 타국에서 따로 놀기도 했다. 그런 좌충우돌 속에서 성질을 꾸욱 누르고, 서로 양보하고 조금씩 맞춰 가면서 한뼘 만큼 가까워졌다. 딱 한뼘이다. 더 이상도 아니다. 여행을 통해서 서로를 알게 되긴 하였으나 각자의 개성이 너무 강해 이해하는 정도로 마무리 하였다.
너무나 다른 딸과 나, 어떻게 동유럽여행을 하였을까?
“우린 왜 이렇게 다른 거니?”는 여행계획을 세우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딸과 나는 애초에 성향이 다르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고, 비교적 책을 좋아한다. 많이 읽는 편은 아니니 비교적이다. 사진 찍는 것을 엄청나게 좋아해서 사진을 찍을 때는 정신을 빼놓다시피 몰입한다. 나는 집 밖에서 나의 욕구를 충족시킨다. 딸은 나와 정반대다. 딸에게는 집이 최고다. 미드와 영화를 무지막지하게 많이 보고 태블릿으로 그림을 그린다. 손목이 아플 정도로. 나도 무거운 카메라 드느라 손목은 아프다. 딸의 전공은 만화애니메이션이다. 엉덩이로 그림을 그리고 낮과 밤을 뒤집어 산다. 밤에 더 집중이 잘 되는 걸까? 그 부분은 내가 이해 못하고 있지만 존중한다. 딸은 잠 자는 시간만 빼면 그림을 그리거나 뭔가를 보고 있다. 나는 집에 있으면 좀이 쑤시는데 딸은 집에 있어야 편안하다. 그래도 우리는 가족이고 충분히 잘 지내온 딸과 엄마니 여행을 잘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이것이 얼마나 해맑기만 한 생각이었는지 여행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그것이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말이다.
여행 계획 짜기는 온전히 내몫이다. 딸에게 여행은 그저 쉼!이라는 의미다. 그런 딸에게 맡길 수는 없지 않은가. 하루하루를 쪼개서 유럽 곳곳을 세밀하게 보고 사진에 담고 싶은 내가 짜는게 당연하다. 계획을 세우는 과정이 즐겁기도 했지만 가볼 곳을 미리 만나는 기쁨도 컸다. 여행계획을 세우는 데 꼬박 4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체코 프라하와 체스키크롬로프, 오스트리아 빈, 헝가리 부다페스트,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슬로베니아 블레드, 오스트리아 찰츠부르크, 스위스 루체른과 그린덴발트, 취리히에서 인천공항으로 돌아오는 24일간의 동유럽 여행을 무모하다싶게 자유여행으로 떠나려고 한다. 친구들이 말린다. 첫 유럽여행인데 너무 긴 거 아니냐고, 잘 할 수 있겠냐고? 세상은 긍정마인드로 보면 다 좋다. 얼마든지 가능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큰소리 치고는 내심으로는 걱정이 태산이다. 항공 경유와 동유럽에 소매치기 많은 것, 도시간 이동할 때 제대로 기차나 버스를 타려나? 이것 저것 걱정거리가 많지만 그때 가서 해결하면서 여행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한다.
일정을 짜고 가장 먼저 항공권을 구입했다. 6개월 이전부터 알아보는 것이 가격면으로 저렴하다. 숙박은 아주 중요하다. 퀄리티보다는 숙박지와 주요 관광지와의 거리, 다른 도시와의 연계성 등. 우리는 렌트를 하지 않기 때문에 기차나 버스를 이용해 도시간 이동을 해야한다. 숙박은 무조건 버스터미널이나 기차역에서 가까운, 그러나 후기는 적당히 좋은 곳으로 정했다. 현지결제는 미리 결제하는 것보다 비싸긴 하지만 일정을 어느정도는 자유롭게 정하고 싶어서 첫 번째 도시인 프라하 이후부터는 현지결제를 선택했다. 탁월한 결정이었다. 도시를 하나 생략하고 블레드 숙소를 바꿨는데 이곳이 숙소 중에 가장 완벽했다.
항공과 숙소를 정하고 나서 여행지에 대한 공부에 들어갔다. 도시에 대해 사전지식을 쌓고 관광지와 맛집을 미리 알아보고 정해놓은 것이 여행 중에 도움이 되었다. 처음 개괄적인 계획을 세울 때는 관련 도서를 한권쯤 읽어보는 것이 좋다. 나는 <프렌즈동유럽>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 일정에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자연이 있는 스위스가 포함되어서 <프렌즈유럽>도 함께 샀는데 이 책은 상세한 내용 부분에 있어서 부족했다. 책을 통해 여행할 도시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훑어본 후 세부 계획을 짰다. 관련 카페에 가입해서 정보를 얻고 좀더 상세한 정보를 원하면 검색어를 넣어 블로그를 샅샅이 뒤졌다. 검색의 꼬리를 물고 들어가다보면 결국에는 내가 원하는 정보가 짠 하고 나타났다.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나도 세세한 정보를 알려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런 과정을 일일이 적고 있다.
2개월 전까지 대도시간 교통편 구입을 완료해야한다. 특히 스위스는 두달을 기점으로 기차권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스위스를 여행하면서는 스위스패스나 유레일패스를 구입하는 것이 이득이지만 나처럼 하루나 이틀 정도만 기차를 이용할 때는 세이버데이패스가 합리적이다. 스위스패스처럼 기차와 대중교통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이용권으로 지정한 날짜 하루종일 사용할 수 있다. 스위스 철도회사인 SBB는 세이버데이패스를 2달 전부터 판매한다. 판매 시작점이 가장 싸고 사용 날짜에 가까울수록 값이 올라간다. 판매량이 소진되면 아예 세이버데이패스를 구입할 수 없다. 아참 그린덴발트권역을 자유여행하기 편한 VIP패스를 할인가격으로 구입하기위해 동신항운에서 할인권을 신청해두는 것도 잊지말자.
교통권을 구입하면서 지역 투어프로그램을 찾았다. 프라하에서 드레스덴 당일투어, 딸의 스카이다이빙체험 그리고 부다페스트의 야경투어를 신청했다. 투어 이틀 전까지 온라인 신청이 가능하므로 여행날짜에 닥쳐서 해도 상관없다. 여행자보험을 들고(특히 프라하는 여행자보험을 꼭 들어야 하는 방문국이라고 한다), 프라하나 부다페스트에 소매치기가 많다는 이야기에 지레 겁을 먹고 칼로도 잘 안찢어지는 재질의 가방, 가방에 연결해서 잠가 둘 열쇠와 핸드폰을 가방에 연결하는 줄, 기차에서 가방을 고정시킬 와이어 등 소매치기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했다. 여권이나 돈을 잃어버리면 얼마나 낭패겠는가. 패션은 포기할 망정 앞으로 가방을 매고 줄에 매달고 내내 다녔다. 여행에서 소매치기 비슷한 사람을 한명도 만나지 않았는데 대비를 잘한 때문인지 우려보다 소매치기가 없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대비를 하는 것은 미연의 사태를 방지하는 최선책이라고 생각한다.
여행 준비물은 리스트를 작성해서 하나하나 챙겼다. 여행을 다녀오고 나니 필요 없는 것도 있다. 꼭 가져가야 하는 여행준비물은 여권, 현금, 신용카드, 체크카드, 바우처(호텔, 기차, 버스), 카메라, 백팩, 크로스백, 옷, 유심칩, 트레킹화, 슬리퍼(실내용, 실외용), 샌달, 비상약, 손톱깎기, 패딩, 우산, 썬크림, 화장품, 멀티플러그, 유럽콘센트, 와이어(자전거용), 썬그라스, 자물쇠, 지퍼백, 컵라면, 김치, 쌀, 김, 볶음고추장, 샤워기필터, 여행용커피포트다.
딸이 내가 짐 싸는 것을 보더니 질색팔색이다. 뭐 그리 짐이 많냐고? 음식은 왜 그렇게 많이 챙겼냐며 궁시렁거린다. 외국에 나가면 현지식을 먹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맞는 말이다. 하지만 열흘 이상 해외에 있으면 한국식이 그리워진다는 말을 수없이 들은 나는 나의 고추장과 김치, 김, 햇반, 라면을 포기할 수가 없다. 그렇게 싸간 짐은 어떻게 되었을까?
짐을 싸는 데는 거의 3일이 걸렸다. 생각보다 많아진 짐을 덜어내고 다시 싸고 하는 과정에 빠진 물품도 구입하는 등 싸고 풀고를 몇 번이나 하다가 마지막 밤에는 후다닥 준비한 여행 준비물을 꾸역꾸역 캐리어에 담아서 마무리했다. 10시 비행기이니 공항에 3시간 전에 도착하려면 일찍 자두어야 한다. 내일이면 진짜 출발이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