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여행 1일 차, 인천공항에서 프라하까지
비행기에서 하루 종일. 결과는 그랬지만 드디어 출발이라는 생각에 새벽같이 눈이 떠졌다. 4시다. 인천공항까지 가는 공항버스 시간을 염두에 두어도 꽤 이른 시각이다. 눈을 떴으니 일어나야지. 챙겼던 캐리어를 다시 한번 열어서 확인하고.... 음 아무래도 짐이 너무 무거운데, 딸이 아직 자고 있으니 부리나케 캐리어를 잠근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약해지는 대상이 딸이라니.
일정은 오전 10시에 영국항공(BA)을 타고 런던을 경유해 프라하에 도착할 예정이다. 굳이 경유 항공을 선택한 이유는 당연히 항공료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직항에 비해 딸과 나 두 명이면 얼추 50만 원이 절약된다. 절약한 항공료로 맛있는 것을 먹기로 했다. 그런데 동유럽의 음식이 그리도 맛없을 줄이야. 지금도 음식에 대해서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동유럽여행은 한국음식이 얼마나 훌륭한 가 깨닫게 해 준 여행이기도 했다.
집에서 공항까지는 공항버스를 타고 간다. 5시 40분 버스를 타니 6시 50분에 도착이다. 영국항공은 제1여객터미널이다. 항공사에 따라 터미널이 달라지고 터미널 간은 버스로도 몇십 분이 걸린다. 꽤 멀다는 이야기다. 혹시라도 체크인 시간에 딱 맞춰서 왔는데 자신이 탈 비행기가 서는 터미널이 아닌 곳에 내렸다면 얼마나 낭패일까. 항공사의 터미널을 정확히 꿰고 있어야 한다. 제1여객터미널은 아시아나항공(OZ), 제주항공(7C), 진에어(LJ), 티웨이(TW), 이스타항공(ZE), 에어서울(RS), 기타 외국항공사가 취항하고 있다. 제2여객터미널은 대한항공(KE), 에어프랑스(AF), 네덜란드 항공(KLM), 델타항공(DL), 아에로멕시코(AM), 알리딸리아(AZ), 중화항공(CI), 가루다항공(GA), 샤먼항공(MF), 체코항공(OK), 아에로플로트(SU)가 취항하고 있다.
공항리무진 버스를 이용하면 제2터미널부터 하차하고 그 후에 제1터미널에 하차한다. 너무 서둘렀나 보다. 출발 3시간 전보다 한참 전이다. 혹시나 하여 영국항공 발권 카운터인 J카운터에 갔는데 휑하니 바람이 지나가는 듯 조용하다. 2시간 전부터 발권을 한다는 친절한? 안내가 보인다. 시간이 남아도 너무 남으니 아침을 먹기로 한다. 앞으로 한식 먹을 일이 드물 테니 무조건 한식당이다. 흡족하진 않았지만 배를 채우고 2시간 조금 전에 발권카운터에 도착하였는데 벌써 10여 명이 줄을 서있다. 2시간 30분 전에 카운터에 도착하면 빠르게 발권을 할 수 있을 거였구나. 경유하는 비행기라서 우리가 갈아타면 짐은 어찌 되나 궁금하였는데 사람 갈아타는 것과 상관없이 짐은 최종 목적지인 프라하까지 논스톱이란다. 짐을 들고 경유 항공을 찾아서 헤매지 않아도 되니 천만다행이다. 영국항공 좋은 점은 기내식은 평범한데 뒤에 있는 바에 가면 하이네켄 맥주와 음료 그리고 컵라면을 무한정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맥주와 음료는 두 번, 컵라면은 한번 먹었구나. 두 번의 기내식을 먹을 때도 맥주, 와인을 요청해서 먹었다는.
뒤쪽 바를 들락날락하다 보니 어느새 영국 히드로 공항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싸다는 생각에 경유 항공을 택하긴 했지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히드로공항에서 프라하 행 비행기를 잘 환승할 수 있을까? 대기시간이라고 해봐야 2시간 30분, 도착 터미널은 5 터미널이고 환승터미널은 3 터미널이다. 어리바리했다가는 공항 미아가 될 판이다. 무사히 착륙을 하고 난 뒤 나도 모르게 사람들이 우르르 움직이는 동선을 따라가고 있음은 대중에 업어가려는 심리였을까. 다행히 터미널 간 운행하는 지하철로 가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엉겁결에 환승 교통수단에 제대로 간 것이다. 사실 방향 표시만 잘 보고 움직이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는데 잔뜩 겁먹은 탓에 그것을 확인할 여유가 없었다. 이쯤부터 정신을 차리고 표지판을 찬찬히 살폈다. 딸아이도 이 방향이 맞다고 의견을 보탠다. 지하철을 타고 3 터미널로 이동하는 시간은 몇 분이나 될까 할 정도로 짧다.
또 시간이 꽤 남는다. 작은 면세점에서 딸이 원하는 워터 프루프 핸드폰 케이스를 구매했다. 부다페스트에서 온천도 가고 수영도 해야 하니까. 작은 면세점 크기에서 예상했지만 프라하행 비행기는 같은 영국항공이라도 작고 소박하다.
기내에 들고 타는 캐리어의 크기와 무게를 철저히 검사한다. 기내 사정은 더 박하다. 심지어는 음료나 커피도 돈을 주고 구입해야 한다. 같은 영국항공이라도 판이하게 다르다. 전 비행기에서는 달라는 대로 다 주었던 걸 생각하면 씁쓸하기까지. 100ml 이상의 액체류 반입금지에 검색대 통과하며 물도 다 마셔버렸다.
런던에서 프라하까지 비행시간은 2시간이다. 물 한 병도 돈이라는데 꾹 참을 수밖에.
인천공항 오전 10시에 출발, 프라하공항에 저녁 8시에 도착이다 서울과의 시차는 +9시간이다. 숙소는 바츨라프 광장에서 가까운 Hotel Sovereign Pargue. 숙소까지는 우버를 타고 이동하였다. 버스는 아슬아슬하고 사실 캐리어가 너무 무거워 일반 버스를 엄두 낼 수도 없다. 한국에서 미리 우버 앱을 깔아 두었다. 택시 창 너머로 스쳐 지나는 우울한 건물들이 프라하의 첫인상이다. 회색 담장에 홑 뿌려진 낙서가 프라하가 관광도시만은 아님을 보여준다. 호텔에 거의 도착했을 때부터는 택시가 지나는 길인데도 돌바닥이다. 유럽의 오래된 도시는 대부분 이렇게 바닥이 울퉁불퉁하다. 공항에서 호텔까지 요금은 Kc360이다. 요금이 카드로 결제가 될 줄 알았는데 현금으로 달란다. 공항에서 환전도 안 했는데 어쩌지. 다행히 친구가 여행하고 남은 돈이라며 챙겨준 체코와 헝가리 돈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낭패를 볼 뻔하였다. 공항에서 소량 환금을 하는 것이 좋겠다. 무뚝뚝한 운전사가 조금은 무섭게 느껴지기도 해서인지도. 우리나라와 달리 카드 수수료를 가게나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니 현금결제 요청이 무리가 아니다 싶기도 하다. 그래도 Kc400을 내고 나머지는 팁이라는 나름 호기를 부렸다. 호구가 되면 안 되겠지만 매너 있는 여행자이고 싶다.
숙소에 도착하니 거의 밤 9시 반이 되었다. 예정에는 밖에 나가서 저녁을 먹으려 했지만 오랜 비행시간에 만사가 귀찮다. 이럴 때 가져온 식량이 요긴하다. 의기양양하게 컵라면을 꺼내려 캐리어를 열었더니 딸이 뭐 이리 먹을 걸 많이 싸왔냐며 여행에서는 현지 음식을 먹어줘야 한다고 가르친다. 내가 생각해도 먹을 게 많긴 많다. 그래서 캐리어가 이렇게 무거웠구나. 캐리어 무게를 줄이긴 해야겠는데 고민 좀 해봐야겠다.
나한테 요긴했던 팁은 캐리어 벨트다. 짐을 찾고 보니 캐리어 두 개중 한 개의 지퍼 하나가 빠져나왔다. 얼마나 짐을 내동댕이쳤으면. 지퍼가 열려있기에 뭐 없어진 거 없나 수선을 떨었더니 딸이 나무란다. 지퍼가 열렸어도 캐리어 벨트를 해두어서 짐이 쏟아지진 않았다. 내 캐리어를 쉽게 찾을 수 있게 해주기도 하지만 지퍼 고장의 사태에 임시 처방 역할을 해줬다. 긴 해외여행에 캐리어 벨트 챙기자.
컵라면으로 저녁을 때운 프라하 도착의 첫날이 저물어 간다. 서울하고 공기가 틀린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