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맛이야기
제주어인 몸은 모자반을 말한다. 모자반은 음력 정월과 2월 사이에 가장 많이 채취한다. 겨울에 제주 바닷가를 걷다 보면 해녀들이 모자반을 망사리에 가득 담아 뭍으로 끌어올리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겨우내 제주 해녀들이 채취한 몸은 말려서 저장하였다가 혼례나 상례가 있을 때 사용하였다.
모자반과 톳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톳은 통통하면서 길쭉한 모양이고 모자반은 얇고 동글동글한 기포가 달려있어 구별이 가능하다. 모자반은 데쳐서 무침을 해 먹거나 국을 끓여먹는 먹는다. 제주에서는 반드시 돼지기름을 비롯한 등뼈, 골 등을 푹 곤 국물에 모자반을 넣어 국을 끓인다. 제주 사람들이 잔칫날 필수적으로 먹었던 음식으로 끓이는 방법이 비슷한 고사리육개장과 더불어 잔치음식의 쌍두마차다.
먹거리가 풍부하지 않았던 제주사람들에게는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게 해 주던 몸국은 현대인에게도 건강식이다. 모자반에는 돼지고기 지방이 흡수되는 것을 막아주는 성분이 들어있다. 칼슘덩어리여서 골다공증 예방에 좋은 데다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 음식으로도 알맞다. 따뜻할 때 먹어야 제맛이다. 식으면 어쩔 수 없이 느끼한 맛이 난다.
십수 년 전에 처음 먹어본 몸국에 비해 맛이 대중화되었다. 그 당시에는 돼지국다운 느끼함과 텁텁함에 산뜻함이라고는 느껴볼 수 없는 뭉근한 맛이었다. 그래서 몸국을 잘 먹으면 제주 사람이 다 되었다는 말을 한 것일 테다. 지금은 몸국 맛이 많이 개운해졌다.
몇 군데 몸국을 비교해서 먹어본 바에 의하면 ‘모자반을 얼마나 넣느냐, 모자반의 식감이 어느 정도 살아 있느냐, 돼지 국물의 느끼함이 느껴지느냐’의 여부에 따라 맛이 판가름 난다. 제주시 오일시장 안 ‘춘향이네’에서 먹은 몸국은 오일마다 열리는 시장의 특성상 그러한 것인지 들어간 몸의 양이나 끓인 시간이 부족해 보인다. ‘우진해장국’은 고사리육개장이 맛있는 집이라고 소개한 바 있는데 여기서 내놓는 몸국은 맛은 훌륭하나 몸의 식감이 너무 부드러운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가장 추천하는 몸국 맛있는 집은 ‘김희선제주몸국’이다. 국물 맛도 적당히 베지근하고 특히 몸의 식감이 살아있어 엄지를 치켜세울 만하다. 육수는 오래도록 끓여 미리 준비해 놓고 주문이 들어오면 모자반을 넣고 다시 끓여낸다고 한다. 식감이 살아있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가격까지 착하다.
◾ 김희선제주몸국 064-745-0047 (★★★★★)
제주시 어영길 19 (제주공항에서 버스로 20여분, 서해안로 정류장 하차 / 올봄에 용연에서 용담 해안도로 중간으로 이사함)
07:00~16:00 (평일) / 07:00~15:00(토요일) 일요일 휴무 / 재료 소진 시 일찍 끝마칠 수 도 있음
메뉴 : 몸국 6,000원 / 고사리육개장 6,000원 / 성게미역국 10,000원 / 고등어구이 1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