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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리본 황정희 Oct 17. 2019

국이야 죽이야? 제주 별미, 고사리해장국 – 우진해장국

제주 맛이야기

해장에 최고! 나이 드신 분도, 어린이도 부담 없이 먹는 제주 전통음식

"고사리육개장" -우진해장국


4, 5월이면 제주에는 고사리장마가 진다. 고사리장마가 들면 제주의 고사리가 쑥쑥 자란다. 봄에 뜯은 고사리를 뭉근히 끓여 뜨끈한 아랫목이 생각나는 계절에 먹는 맛이란. 가을날 먹은 고사리해장국 한 그릇에 속이 편하고 따뜻해진다.  

   

좌는 고사리해장국, 우는 몸국

봄철 안개비처럼 내리는 비를 맞고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제주산 고사리는 맛과 이름값이 꽤 나가는 식재료다. 유럽 쪽에서는 독성이 강하여 애초에 먹지 않는 식품이라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명절이나 제사 때는 어김없이 상에 올리며 즐겨 먹는 나물이다. 독성이 있다 하여도 데쳐서 담가 두면 대부분의 독성이 빠진다. 5월에 제주의 들녘에 나가보면 고사리를 뜯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띈다. 오름 자락이나 들녘에서 가시덤불 사이를 헤치며 고사리를 뜯어다가 보관해서는 제사나 명절, 잔치에 필수로 사용하였다.     

마을 잔칫날이면 고사리가 들어간 고사리육개장을 끓여먹었다. 비슷한 방법으로 끓이는 몸국도 잔치음식 중의 하나다. 두 음식은 오랜 시간 재료가 푹 고아지도록 끓인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마을 잔치를 하면 우선 추렴하여 돼지를 잡는다. 살코기를 나누어 가진 다음 남은 돼지고기 부산물로 국을 끓여 정을 나누었다. 고사리육개장은 하루 이상 뼈와 내장, 머리고기 등을 넣고 가마솥에 건더기가 흐물거릴 정도로 푹 곤다. 여기에 짓찧은 고사리를 듬뿍 넣고, 마지막에 메밀가루로 농도를 조절하여 걸쭉하게 만든다. 이외로 돼지 잡내도 나지 않고 맛이 담백하면서도 목 넘김이 부드럽다.     

제주인들에게 고사리육개장은 함께 나누었던 옛 시절을 되살리는 추억의 음식이자 보양식이다. 좋은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이외로 고사리육개장을 제대로 하는 집이 많지 않다. 수년 전에 갔던 전문점은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문을 닫았다. 다행히 제주식 고사리육개장 맛을 내는 곳이 있으니 그 맛을 궁금하다면 우진해장국을 추천한다. 유명세를 탄 탓에 평일이라도 밥시간 때에는 1시간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하는 집이다. 주말은 기다림의 시간이 더 길어진다. 그나마 손님이 적은 시간은 오전 8시 이전과 오후 8시 이후라고 한다. 사람들과 함께 1시간을 기다려 먹은 고사리해장국은 기다림의 시간을 보상할 정도로 베지근하다. 베지근하다는 고기 따위를 푹 끓인 국물이 구미가 당길 정도로 맛이 있다는 제주 토박이 말이다. 자극적인 음식으로 속이 시끄럽다 싶으면 고사리해장국으로 속을 달래 보는 것이 어떨까?    


◾ 우진해장국 064-757-3393 (★★★★★)

제주시 서사로 11 (제주공항에서 버스로 20분 거리, 서문시장에서 하차)

06:00~22:00 (명절 휴무)

메뉴 : 고사리육개장 9,000원 / 몸국 9,000원 / 고등어구이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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