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산물 중모양은 서민적인데 사람의 입맛을 현혹시키고야 마는 보말의 매력에 빠져보자.다른 지역에서도 보말이 나긴 하지만 음식의 주재료로 사용하는 곳은 거의 없다. 제주 여행이라면 보말죽 한 그릇이나 보말칼국수 한 끼 정도는 필수적으로 먹어줘야 한다.
보말이 종류가 많다는데? 수두리 보말,먹보말...
제주에서는 바다에서 나는 고둥 종류를 통틀어 ‘보말'이라고 한다.
흔히 바닷물이 빠진 얕은 곳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약간 둥글고 짙은 흑색을 띠는 것이 먹보말이다. 깊은 바닷가 쪽 바위틈에 각이 진 암갈색으로붙어있는 것이 수두리보말이다. 그 외에 고메기, 문데기보말, 매옹이 등으로 불리는 것들이 모두 보말의 종류다.
맛이 좋기로는수두리보말이 으뜸이다.
통통하고 쓴 맛이 덜해 맛이부드럽다. 먹보말은 쓴맛이 강하고 알맹이도 너무 작다. 보말칼국수, 보말국, 보말수제비 등의 요리에 들어가는 건 수두리보말이다. 물이 웬만큼 빠져서는 수두리보말을 구경하기도 힘들다.
보말잡이 노하우 공개
물이 왕창 빠지는 사리 때 바닷가에 있다면 소매와 바지를 걷어 올리고 바다와 가까운 쪽으로 나가보자. 돌틈이나 바위 아래쪽에 붙어있는 보말을 손으로 떼어 내기만 하면 꽤 많은 보말을 딸 수 있다.
물때가 잘 맞았다는 전제하에 보말잡이에 들어갔다면 2가지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첫 번째는 수십수백 마리가 떼 지어 몰려다니는 갯강구의 습격 아닌 습격이다. 바다의 바퀴벌레라고 불릴 정도로 육지의 바퀴벌레와 비슷한 모양이어서 질색하는 사람이 많다. 잡식성으로 바퀴벌레와 식성도 비슷하다. 사람이 있으면 흩어지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존재긴 하지만 싫은 건 싫은 거다. 눈 딱 감고 보말잡이에만 집중해야 보말잡이에 성공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보말 속에 사는 게인지 새우인지 모르게 생긴 존재다. 처음 보말잡이를 할 때는 속기 일쑤다. 보말인 줄 알고 집었는데 껍데기만 보말인 경우가 많다. 나만의 구별 포인트를 공개하자면 보말 껍데기에 바다 이끼 같은 것이 많이 껴있고 움직임이 둔하고 느리면 보말일 확률이 높다. 몇 번 시도하다 보면 보말과 보말에 집을 집고 사는 게를 구별하는 게 빨라진다.
수렵, 어로, 채집이 사람을 신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물때를 잘 보고 있다가 한 끼 정도 죽을 끓일 수 있을 만큼의 보말을 잡으면 뿌듯함 그 자체를 느끼게 될 것이다. 한 가지 당부라면 바닷가는 해녀들의 밭이니 체험 삼아해 본다는 정도로 적당히 하는 것이 좋다.
보말은 잡는 즐거움도 크지만 식구들이 모여 앉아 삶은 보말을 까먹는 정겨운 시간을 만들어준다. 보말 살을 가지고 죽을 끓이면 구수하고, 칼국수에 넣으면 국물 맛이 진하며 감칠맛이 좋다. 조려서 먹기도 하는데 요즘은 보말 몸값이 비싸져서 엄두가 안나는 요리 방법이다.
“보말도 궤기여” 제주사람들과 보말 음식이 귀하던 시절 보말은 제주 사람들이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식량이었다. 제주에 '보말도 고기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보말은 영양이 풍부하고 특히 간에 좋은 식재료로 알려져 있다. 해장으로는 보말국 만한 것이 없다고 하며 자양강장에도 좋다.
남도 쪽 여행을 하면서 수산시장에서 제주에서 본 보말과 비슷하게 생긴 보말을 발견하고 신났었다. 제주에서는 비싼 값에 파는 보말을 비교적 싼 값에 살 수 있어서 '옳다구나' 하며 집에 와서 삶아 보말미역국을 끓였는데 솔직히 그 맛이 제주에서 맛본 것만 못하였다. 보말은 제주 보말이 제일 맛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