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빈낙도의 삶 - 백운동 정원

강진의 멋! 동백 숲 사이 숨겨진 별서정원

by 파란리본 황정희

강진의 숨겨진 멋을 만나다. '백운동 정원'

HJH_1761.jpg 여름날 '백운동 정원'의 늘어진 나뭇가지 아래 자리한 정자에서 쉼의 여유를 찾다.

은거의 멋을 즐길 줄 아는 이라면 이곳에서 남다른 편안함을 느낀다. 울울창창한 숲과 작은 계곡가 별서정원이 내뿜는 은밀한 정겨움에 마음을 다독인다. 울퉁불퉁한 바위산의 기개가 넘치는 월출산 자락에 감추어진 ‘백운동 정원’은 담양의 ‘소쇄원’, 완도의 ‘부용동 정원’과 더불어 호남의 3대정원이다. 세 곳은 느낌이 조금씩 다르다. ‘소쇄원’이 나지막한 산자락을 오밀조밀하게 채운 이름처럼 맑고 깨끗함이 느껴지는 곳이라면 ‘부용동 정원’은 섬속의 섬에 자리하여 외로운 듯 고고하다. 부용동 정원은 완도에서 배를 타고 더 들어가는 보길도에 있다.

소쇄원.jpg '소쇄원'은 격조와 여유가 있는 정원으로 여름철 붉디붉은 배롱나무 꽃이 탐스럽다.
부용동 세연정.jpg 보길도의 '부용동 정원'은 연못이 잘 꾸며져있다. 연못위의 정자가 고고하다.

백운동 정원에 대한 나의 첫 느낌은 세상의 시름을 잊고 싶은 듯한 무심함이다. 세속에서 멀리 떨어져 안빈낙도의 삶을 누리는 자의 여유가 느껴진다. 월출산 자락 깊은 골짜기에 은거한 그곳에서 여름을 피하려 한다. 백운동 정원을 들어가는 초입에 작은 구름다리가 있다. 다원과 가까운 입구를 따라 내려가면 만나게 되는 작은 아치형 다리다. 입구부터 은닉이자 세상과의 멀어짐이 시작된다. 동백나무가 줄기가 꽤 두텁다. 가지 늘어짐도 빽빽하다. 동백나무 필 때, 아니 동백꽃이 후두둑 떨어질 때 이곳을 찾으면 얼마나 가슴이 시릴까.


백운동 정원은 현재 사유지다. 정원을 처음 꾸민 처사 이담로의 후손이 머물고 있다. 절구통에 가지런히 놓인 죽순이 이곳에 사람이 살고 있음을 드러낸다. 얼마나 세상과 격리되고 싶으면 이리 깊은 산자락아래 거처를 마련하였을까. 그런 마음이 담긴 사사로운 생활공간이었기에 그닥 알려지지 않았다.

HJH_1721.jpg 왼쪽에 작은 계곡이, 정원의 담장에 자란 양치류가 정원에 자연미를 더한다.


정원의 빼어남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다산 정약용에 의해서다. 유배 중에 제자들과 함께 월출산을 등산하고 난 뒤 백운동 정원에서 하룻밤을 묵게 된다. 다산의 제자 가운데 이담로의 6대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곳에서 하루를 지낸 다산은 정원에 흠뻑 빠져든다. ‘백운동 12경’을 뽑아 그의 제자 가운데 한명인 초의선사를 불러 이를 그리게 한 후 그의 시와 함께 ‘백운첩’을 남겼다. 정원을 돌아보다 보면 곳곳에 다산의 경(景)을 칭하는 안내판과 아름다움을 칭송하는 시가 있다.

HJH_1787.jpg 정원 옆 대밭에 차밭이 있고 이곳에서 나는 차가 다산 정약용과 초의선사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초의선사는 일반인에게는 낯 설지만 차를 좋아하는 이는 모를 수가 없는 인물이다. 우리나라 다도를 중흥시켜 다성(多聲)이라 불리는 다인이다. 그는 차와 선을 하나로 보아 다선일미(茶禪一味)라고 표현하였다. 초의선사는 그보다 24세 연상이었던 정약용을 스승으로 극진히 모셨다 한다. 그 둘은 이곳에서 정원의 아름다움을 즐기며 차를 함께 나누었다. 다산이 굳이 다도에 조예가 깊은 초의선사를 불러 백운동 정원을 그리게 한 것은 이곳에서 나는 차의 풍미가 남달랐음을 알게한다.


이를 증명하듯 백운동 옥판봉에서 나는 차라는 뜻의 백운옥판차가 바로 이곳 대밭에서 자라는 차나무에서 만들어졌다. 일교차가 크고 안개가 많은 곳에서 재배하는 차가 떫은맛이 적고 강한 향이 난다고 한다. 좋은 차의 산지답게 수분 거리에 대규모 녹차밭이 월출산을 뒷배로 하고 펼쳐져 있다. 바위산의 웅장함을 드러낸 월출산과 그 아래 펼쳐진 너른 차밭이 이곳이 선경인가 싶다.

HJH_1866.jpg 뾰족뽀족 솟아오른 월출산 봉우리를 배경으로 드넓은 녹차밭이 선경을 이룬다.


별서정원에서는 마음이 여유롭고 너른 녹차밭에서는 가슴이 드넓어진다. 두 곳을 잇는 작은 소로길은 이른 봄의 동백꽃과 가을의 단풍을 그려보게 한다. 다시 이곳을 찾을 날이 기다려진다. 올해가 가기 전 단풍이 고울 때 이곳을 다시 올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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