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가수 故 구OO 씨의 안타까운 사망은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사망 후 20년 만에 나타난 어머니가 법정 상속 비율에 따라 약 150억 원의 재산 중 40%를 상속받은 사실은 충격을 안겼다.
이는 유명인의 비극을 넘어, 현행 민법의 허점을 드러내고 사회적 정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구OO 씨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집을 나가고 아버지마저 생활고로 양육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성공적인 가수 활동을 통해 막대한 재산을 축적했지만, 정작 곁을 지켜준 가족은 오빠뿐이었다. 당시 민법은 부모의 부양 의무 소홀이나 범죄 행위 등을 이유로 상속권을 제한할 수 있는 명확한 규정이 없어, 구OO 씨 어머니의 상속을 막을 수 없었다.
이러한 불공정한 결과를 바로잡기 위해 2024년 8월 28일, 일명 '구OO 법'으로 불리는 민법 일부 개정 법률안, 즉 상속권상실청구제도가 국회를 통과했다. 이 제도의 핵심은 피상속인(자녀)의 부모가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양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중대한 범죄 행위를 저지르거나,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 부모의 상속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상속권 상실 청구는 피상속인이 생전에 공정증서 유언으로 상속권 상실 의사를 표현하고 유언집행자를 통해 가정법원에 청구하거나, 공동상속인 또는 상속인이 될 사람이 가정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특히, 2024년 4월 25일 이후 상속 개시 및 상속권 상실 사유 발생 시에도 적용되어, 구OO 씨와 같은 사례에도 소급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은 중요하다.
만약 상속권상실청구제도가 시행된 후에 구OO 씨가 사망했다면, 그녀의 오빠는 어머니의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어머니는 구OO 씨가 미성년일 때 부양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했으므로, 법원은 이를 근거로 상속권 상실을 선고할 수 있었을 것이다.
상속권상실청구제도는 부양 의무를 저버린 부모의 부당한 상속을 막고, 공정한 상속 질서를 확립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구OO 씨 사례는 해당 제도의 필요성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며, 앞으로 이 제도를 통해 더 많은 이들이 공정한 상속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구OO 씨 사례와 유사하게, 부모의 부양 의무 소홀로 인해 상속 분쟁이 발생한 사례는 국내외에서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미국에서 자녀를 학대하거나 유기한 부모의 상속권을 제한하는 '살해자 규칙(Slayer Rule)'과 유사한 법률이 여러 주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는 부모의 범죄 행위로 인해 자녀가 사망한 경우, 부모가 자녀의 재산을 상속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일본에서도 부모의 학대나 중대한 범죄 행위를 이유로 상속 결격 사유를 인정하는 판례가 있다. 이는 일본 민법 제891조에서 상속 결격 사유를 규정하고 있으며, 법원은 이를 근거로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상속 결격 여부를 판단한다.
국내에서는 최근 자녀를 장기간 방치하거나 학대한 부모의 상속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자녀를 학대한 부모의 상속권을 제한하는 소송이 제기되어 법원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사례도 있다. 이는 법원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부모의 부양 의무 위반 정도를 판단하고, 상속권 제한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례들은 상속권상실청구제도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며, 다음과 같은 통계 자료를 통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아동 학대 신고 건수는 연간 5만 건을 넘어섰으며, 이 중 상당수가 부모에 의한 학대다. (출처: 보건복지부 아동학대 현황 보고서) 또한, 노인 학대 신고 건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가 자녀에 의한 학대다. (출처: 보건복지부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
법원 통계에 따르면, 상속 관련 소송 중 부모의 부양 의무 소홀로 인한 분쟁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출처: 대법원 사법 통계) 특히, 장애인 자녀의 상속 관련 분쟁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이는 장애인 자녀가 부모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고, 부모의 학대나 방임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통계 자료는 상속권상실청구제도가 단순히 일부 사례에 대한 예외적인 조치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공정한 상속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필수적인 제도임을 보여준다.
특히, 이 제도는 장애인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장애인은 신체적, 정신적 어려움으로 인해 타인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취약한 환경에 놓이기 쉽다. 이러한 취약성을 악용하여 부양 의무를 소홀히 하거나 학대하는 가족 구성원이 있을 수 있다. 상속권상실청구제도는 이러한 상황에서 장애인의 권익을 보호하고, 부당한 상속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장애인은 평생에 걸쳐 지속적인 돌봄과 지원이 필요하다. 장애인 자녀를 오랫동안 헌신적으로 돌본 부모 또는 가족 구성원에게 상속 우선권을 부여하는 것은 당연하다. 상속권상실청구제도는 이러한 헌신을 인정하고, 장애인 가족의 안정적인 생활을 지원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장애인 자녀의 자기 결정권을 강화하고, 장애인 가족 간의 갈등을 예방하며, 사회적 인식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다. 상속권상실청구제도는 장애인 당사자뿐만 아니라, 장애인 가족 전체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제도이다.
상속권상실청구제도는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지만, 2024년 4월 25일 이후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로서 상속권 상실 사유가 있는 건에도 적용되므로, 구OO 씨와 같은 사례에 대해서도 법 적용이 가능하다. 이 제도를 통해 더 많은 이들이 공정한 상속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