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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작가 Nov 27. 2019

슬라임이 유행한 3가지 이유

feat. 슬라임 백과사전

‘요즘 초딩이 좋아하는 여자에게 고백하는 법’이라는 4컷짜리 만화가 있다.


상기된 표정의 남자아이가 여자 아이에게 ‘선물이야’ 라며 슬라임이 담긴 통을 수줍게 내밀고, 여자 아이가 부끄러운  얼굴로 슬라임 통을 열어보면 슬라임 안에 반지가 들어있다는 내용이다.     


한창 슬라임이 엄청난 인기로 초딩들을 점령하고 있을 때 본 만화여서 웃음을 터뜨렸던 기억이 있다.


2017년, 2018년은 초등학생들에게 슬라임의 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슬라임이 전국 초등학생들을 휩쓸었다.      

슬라임이 다른 장난감들과는 달리 강렬하고 파괴적일 정도로 유행을 탄 이유가 무엇일까?

그 쓰나미 같은 유행에 휩쓸렸다 살아 돌아온 사람으로서  생각해보자면 그 이유를 세 가지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 과학실험하듯,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를 이렇게 저렇게 섞으면 슬라임이 만들어지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이런저런 재료들을 바꿔가며 나만의 커스텀 슬라임을 완성하고 있으면, 잠재된 창작 욕구와 실험정신이 불타오르는 느낌이다.       


둘째, 미각을 뺀, 시각, 촉각, 후각, 청각의 감각을 만족시킨다. 보기에도 예쁘고(시각), 종류마다 촉감이 상이하게 다르며(촉각), 비주얼에 맞는 달달하고 향긋한 향기가 나고(후각), 기포를 만들어 터뜨릴 때마다 ASMR (청각) 이 따로 없다. 하나의 장난감에서 이렇게 다양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데 다른 장난감이 왜 필요하겠는가!  

   

셋째, 그 종류가 무궁무진하다.

슬라임의 종류는 다 기술하기 힘들 정도로 많지만, 슬라임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슬알못 독자들을 위해 그 종류를 간단하게 분류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크게 슬라임의 베이스는 두 가지로 나뉜다. 투명한 클리어 베이스와 불투명한 엘머스 베이스.      

왼쪽 : 클리어 베이스 / 오른쪽 : 엘머스 베이스

- 클리어 슬라임 : 물처럼 투명한 슬라임으로, 투명 물풀로 만든다. 처음엔 물처럼 완벽하게 투명하지만 갖고 놀다 보면 기포가 차며 불투명해진다. 안에 다양한 구슬과 파츠를 넣어 비주얼이 예쁘다.


엘머스 슬라임 : 불투명한 엘머스(미국 풀 브랜드) 풀로 만든 슬라임, 촉감이 유난히 부드럽고 클리어에 비해 수명이 길다. 바풍(바닥 풍선)이 잘 만들어지고 재료를 넣었을 때 소리가 좋다. 스쿨 글루를 사용하느냐, 글루올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촉감이 다르다.       


베이스에 넣는 재료의 종류에 따라서는 더욱 상세하게 하위분류가 된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클라우드, 젤라또, 크런치, 폼 슬라임

- 버터 슬라임 : 주로 엘머스 베이스에 클레이를 섞은 슬라임으로, 손에 잘 달라붙지 않아 초보들도 가지고 놀기 쉽다. 넣는 클레이 종류에 따라 촉감이 다르다.      


- 크런치 슬라임 : 클리어 베이스에 구슬이나 스팽글, 파츠류를 넣어 크런치 하게 만든 슬라임. 비주얼이 예쁘고 파츠 종류에 종류가 무궁무진하다. 크런치한 소리가 나는 것이 특징.


-클라우드 슬라임 : 베이스에 스노우 파우더를 넣어 구름 같은 폭신한 질감이 특징.


-샤베트(젤라또) 슬라임 : 클라우드 슬라임보다는 스노우 파우더를 적게 넣고 물을 많이 넣어 샤베트처럼 촉촉한 질감이 특징인 슬라임.      


-눈꽃 슬라임 : 베이스에 눈꽃 가루를 넣은 슬라임으로 비닐 눈꽃이 차르륵 거리는 소리가 좋아 인기가 많지만 금방 굳거나 녹아서 다루기 힘든 슬라임.       


-샌드 슬라임 : 클리어 베이스에 샌드를 가득 넣어, 만질 때마다 사아- 사아- 하는 모래 밟는 소리가 나는 슬라임, ASMR 용 슬라임으로 좋다.      


-지글리 슬라임 : 베이스에 물을 많이 넣어 찰방찰방하고 시원한 촉감의 슬라임.     


워터슬라임

-워터 슬라임 : 클리어 베이스에 풀보다 물 비율을 더 많이 늘려서, 손으로 잡을 수 없게 찰랑찰랑하게 만든 슬라임. 여름에 가지고 놀면 매우 시원하다. 물젤리 슬라임이라고도 부른다.      


-폼 슬라임 : 베이스에 크기가 다양한 폼을 가득 넣어 한과 같은 모양으로 만드는 슬라임, 폼 크기에 따라 소리와 촉감이 다 다르다.      


-스펀지 슬라임 : 베이스에 부서지는 매직 스펀지나 부서지지 않는 쿠션 스펀지를 넣은 슬라임. 부서지는 건 부스는 맛에, 안 부서지는 건 손 사이로 빠져나가는 촉감 때문에 인기가 좋다.      


당고슬라임

-당고 슬라임 : 동그란 폼폼이를 넣어 만드는 슬라임으로 동글동글한 당고 같은 비주얼과 촉감이 좋은 슬라임.      


크런치 슬라임이라고 해도 그 안에 넣는 재료에 따라, 규사 슬라임, 스팽글 슬라임, 스크럽 슬라임, 디폼 슬라임, 라이스볼 슬라임, 글리터 슬라임 등 그 종류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하나를 만지고 나면 다른 슬라임을 만져보고 싶은 욕구를 끊기가 힘들다. (차리 개가 똥을 끊지!)


슬계(슬라임계)의 입구는 넓지만 탈출구는 없다는 말이 알려진 설인 것이다.


이토록 다양한 수제 슬라임의 모든 종류들을 하나씩 모으며  섭렵하던 나는, 어느 순간 직접 한번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지경까지  오는데 2주도 안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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