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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se Oct 10. 2021

초보운전자

2021.10.9


하루, 이틀 걸러 한 번 한 친구의 고민을 듣는다.

통화 끝에 한결같이 자리하는 말,

잘하고 있으니, 다 잘 해결될 거야.


않는 편이 좋겠지만, 막상 곁에 바짝 붙어 서 있는 것을 느끼면 하지 않을 도리가 없는 후회들이 있다.

잘 '해결' 이 되어야 하기 전에

'잘' 하진 못했더라도, 그저 흘러가 주기나 했더라면.


썩 늦은 나이에 딴 면허

그리고 운전 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당한 사고.

좀 더 능숙한 운전자였다면, 옆에서 밀고 들어오는 그 차를 보고 속도를 내어 앞서 갈 수 있었을 거라 했다.

그 말에 억울함은 뒤로하고 사고의 현장을 초단위로 곱씹어 본다.

앞으로 같은 사고를 당하고 싶지는 않다.


삶에 능숙한 사람이었다면,

친구가 잘 해내지를 못해, 잘 해결되길 기다릴 수밖에 없는 그 일을

미리 알고, 속도 내어 지나칠 수 있었을까.


문득 살아가는 것에 능숙한 사람들의 심리가 궁금하다.

입에 고인 텁텁하고 쓴 내 나는 침을

태연한 척, 눈 딱 감고 삼켜낼 수가 없는 나는,

영영 ‘잘 살아가고 있다’ 는 말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한 인생엔 다른 그 누구도 도움 주지 못할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이라는 게 있게 마련이라.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 기준은 명백히 개인차를 가지고 있어, 타인에게 이해조차 구걸할 수 없다.

벌어지고만 일에 내뱉는 훈수는 기꺼이 들을지언정.


내일 닥칠 고독이, 언젠가 저지르고 말 나의 실수가

두렵고, 막막하다.

아직 오지도 않은 일들이라,

어쩌면 오지도 않을 일들이라 더없이 막연한 것이다.


그러니 더 악착같이 이성적으로 판단하려 한다.

현실을 직시하려 든다.

어느 방향으로든 ‘손해’ 니 ‘피해’ 니 하는 말이 오고 가는 상황은 달갑지 않고, 그런 주제에도 상처를 받으니.

또다시 같은 사고를 당하지 않기 위해

더욱더 힘껏 운전대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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