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15
2년 남짓, 되었나 보다. 미용실에 들른 것이.
올 초, 겅둥겅둥 제멋대로 잘라놓은 머리마저
어느새 허리춤까지 자라고, 한두 가닥이던 새치가 뽑아내기엔 버거운 양으로 불어나버려, 도리 없이 예약을 했다.
어느새 또 이만큼 자랐구나
신경도 못쓰고 내버려 두면 잡초처럼 보란 듯이 쑥쑥 자라 있는 머리칼.
무성히 잘 자라면 뽑히거나 잘려 버릴 것을 알아도,
어떤 대가도 바람도 없이 자기 할 일을 하는 것들.
새삼 내 인생이 같잖다.
손익을 따짐 없이 그저,
앞으로 한 발짝 나가려니 그저.
해본 일들이 없느냐면 없지는 않으나
정신 차려보면 부지하기에 급급하고 만다.
그래 놓고, 누렇게 바래고 푸석푸석해진 머리칼 끝 하나를 잘라내는 데는 쓰일 데 없이 긴 시간이 걸리고 말아.
시작한 것을, 이미 내 손에 쥐어진 것을 놓는 일은
늘 쉽게 결정짓지 못한다.
이미 철이 지나고, 때를 놓친 것들은 말끔히 잘라내어야
윤기 있고 싱싱한 것이 또 새로 돋아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을 모르고 자라나는 것들을 보고 있자니
나의 불성실함이 부끄러워 고개를 숙인다.
나의 인생에 결말을 알면서도 몇 번이고 정주행을 하게 되는 드라마는 무엇인지,
스러져도 다시 일어나고, 잘라내도 다시 자라고 마는 잡초는 무엇인지,
조금은 때늦은 고민이 물꼬를 트고 달라든다.
요행을 꿈꾸지는 않았으나,
어쩌면 단 한 번도 성실하고 끈질기지 못했던
스스로의 삶을 반성해본다.
깜빡하고 물을 주지 않은지 한 달이 넘은 것 같은데
푸른빛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해 버티고 있던 화분을
오랜만에 욕조에 넣고 푹 젖게 물을 주었다.
그간의 미안함과 부러운 마음을 가득 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