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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를 뿌린 이유가 꼭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었던 날

(부제: 오늘의 나는, 내 기분이 먼저였다)

by 소피아

옷을 고르고
가방을 챙기고
문득 손이 향수 쪽으로 갔다.

누가 나를 만날 예정도 없었다.
특별히 꾸밀 일도 없었고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것도 아닌데.


그런데도 아주 자연스럽게
향수를 한 번, 슥 뿌렸다.

그건 나를 위한 연출이었다.
말 그대로
내 하루에 은은하게 번지는 감정적 조명.

거울을 보며 속으로 말했다.
“그냥 이 베르가못 향이 어울릴 것 같아서.”


예전 같았으면
누군가를 의식하고
누구의 눈길을 상상했겠지만
오늘은 그런 게 없었다.

그저 내 기분이
이 향을 입고 싶었던 거다.


카페에 앉아 책장을 넘기다가
슬쩍 손목을 코에 가져간다.
방금 읽은 문장보다
지금 맡은 향이 더 위로가 된다.

지금 이 향은
누구에게 닿지 않아도 좋고
흩날려도 괜찮고
그저 나를 감싸주는 분위기면 충분했다.




감정적 사모님의 감정 요약 정리


향: 사모님 시그니처 (은근히 강하지만 오래 남는 타입)

목적: 타인을 위한 연출이 아닌 나의 기분 조율

상황: 별일 없는 날에, 나를 예쁘게 만드는 행동 1순위


마지막엔 이렇게 생각했다.
“이 향은 나를 위한 배경음악이야.
누가 듣지 않아도, 나는 춤출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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