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벚꽃은 말이 없지만, 나는 못 참지

(부제: 수다스럽게 피고 조용히 남는 봄)

by 소피아

벚꽃을 바라보다가
문득, 내 표정을 의식하게 된다.
입꼬리가 올라갔는지

눈은 조금 촉촉해졌는지.
꽃을 보고 있었는데
어느새 나를 보고 있다.
나 왜 이렇게 감성적이야.


“어머머, 누가 저렇게 피우랬대?

자기 혼자 예쁘면 반칙 아니에요?”

“아니 봄바람이랑 계약했나 봐,

각도며 조명이며 완벽이야.”

“사람 많은 거 좀 봐.

벚꽃이 사람 장사 한다니까.”


벚꽃은 아무 말 없이 피어 있는데

나는 말이 퐁퐁 샘솟는다.

가슴 어딘가가 벌렁이고

심지어 혼잣말을 하면서까지 감탄을 한다.
예쁜 걸 보면 마음이 먼저 반응하니까.

그리고 그건

지금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다.


벚꽃을 가만히 오래 들여다보다 보면
그 안에 묻어 있는 나의 시간이 보인다.
작년에 왔던 벚꽃 길,

함께 걷던 사람들,

봄바람에 살짝 흔들리던 마음,

그리고 괜히 웃음이 났던 순간들.


그리고 지금의 나.

작년보다 조금 더 단단해진 표정

조금 더 느긋하게 걷는 걸음...


벚꽃은 해마다 비슷하게 피지만
그걸 바라보는 나는 매년 조금씩 다르다.
사랑스럽게 흐드러진

벚꽃을 보다 보면
인파 속에서도

결국 나를 보게 된다.

그래서 다들 꽃구경을 나오는지도.

물론, 사진은 잔뜩 찍지만.






감정적 사모님의 벚꽃 감정 요약


벚꽃이 나보다 더 주목받으면 서운하다

근데 또 예쁜 건 질투 안 나고 그냥 좋다

혼잣말이 점점 늘면 봄이다

감탄이 많아지면 요즘 나, 살아있다

keyword
이전 03화향수를 뿌린 이유가 꼭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었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