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이보다 분위기로 말하는 밤

(부제: 청춘은 사라지지 않아, 다만 조용해질 뿐)

by 소피아

어떤 와인을 고를까.

오래 익어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걸로.

마치 오늘의 감정처럼
그 사이 어딘가에서
잔을 하나 고른다.


“몇 년생이세요?”
“또래시죠?”

그런 말 앞에선
한 박자 늦게 웃거나
와인잔을 천천히 돌린다.

그렇게 사모님은

살짝 새는 대답에서

나름의 미학을 찾아낸다.


숫자는 마음의 온도를

정확히 재지 못하니까.


대신 분위기를 정해본다.

어떤 잔을 고를지
조명을 얼마나 줄일지
말의 속도를 어떻게 조절할지.

그날의 감정을 맞추는 센스.
그게 자신만의 나이 계산법이다.


그녀 안에는 여전히
네잎클로버를 찾고

서랍 맨 안쪽에 일기장을 숨기던

새초롬한 소녀가 산다.

그 소녀는 꽃잎을 모으고
손끝으로 바람을 잡고
가끔 거울을 보며 사모님에게 말한다.


“그래도 오늘 괜찮았어.”


그 말에 사모님은
살포시 웃음을 머금고
잔을 들어
한 모금, 시간을 마신다.


얻고도 잃은 건 청춘이 아니라
그걸 너무 꼭 쥐고 있던 마음이라는 걸

알게 된 그 시간을.


젊다는 건 가능성이고
나이 든다는 건 깊이라는,

어디선가 들었고

아직도 잊지 않고 있는 그 말을

그녀는 거울 속의 자신과

마음속 소녀에게 건넨다.


“괜찮아.
우리의 시간은 잘 흐르고 있어.”


나이와 감정,

소녀와 사모님,
그 모든 것이 공존하는 밤.


잔을 바라보며

사모님은 미소 짓는다.

가능성의 시간이 지나가고

마음은 어느새 조금 더 깊어졌으니까.

그리고 이 취기 한 방울을 빌려

살짝 허세를 입힌다.

건배, 지금 이만큼의 나에게.





감정적 사모님의 감정 요약


“청춘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고요한 옷을 입는 것.”


"내일은 숙취약과 함께

이 감정을 복기하겠지만

그건 내일의 나에게 양보한다..."




keyword
이전 05화냉이는 무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