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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노 Jun 08. 2020

식물을 돌보는 마음

이번엔 제대로 키워보자

나와 아내는 식물을 잘 돌보는 타입이 아니다. 지금껏 집에 들였던 식물은 하나도 빠짐없이 시들어 버렸다. 아무리 키우기 쉬운 식물을 데려와도 우리 집에서는 무의미하다. 길어야 반년이다. 물을 너무 많이 줘서 시들기도 하고, 너무 안 줘서 시들기도 한다. 여름 동안 에어컨 바람에 말라죽기도 하고, 햇볕을 받지 못해 성장을 멈춰버린 녀석도 있다. 똥 손도 이런 똥 손은 드물 것이다.


이렇게 식물과 인연이 없는 우리 가족이 최근에 식물을 하나 둘 모으고 있다. 마침 집 근처에 꽤 유명한 식물 가게가 있는데, 가끔 들려 식물을 데려온다. 딸은 꽃을, 아내는 올리브나 유칼립투스 같은 하늘하늘한 나무를 좋아한다. 나는 지금껏 식물이나 화분에 관심을 둔 적이 없기에 딱히 취향도 없다. 기억에 내가 돌볼 화분을 내 의지로 구입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지난 결혼기념일에 아내에게 선물한 올리브 나무가 아마 내가 데려온 유일한 화분일 것이다.


사실, 우리 집 두 여자는 식물 들이는 열정에 비해 돌보는 데는 무관심한 편이다. 이쁘다고 화분을 사놓고 언제 물을 주고 햇볕을 받게 해야 하는지 잘 신경 쓰지 않는다. 우선 사놓고 처음에만 “와, 이쁘다!!” 하며 감탄할 뿐이다. 시간이 조금만 흘러도 한쪽 구석에 놓아두고 잊어버리기 일쑤다. 볕을 쬐지 못하고 제때 물을 먹지 못하는데 잘 자라는 식물이 있을까? 집에 들여온 식물들이 얼마 못가 시들어 버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딸이 데려온 아이들, 살려보려 노력 중이다.


하지만 요즘, 사정이 달라졌다. 내 마음의 변화 때문인지(늙어서??), 길어진 재택근무 때문인지는 몰라도 집에 있는 것들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특히 집에서 키우는 식물에 관심이 부쩍 늘었다. 눈에서 가까워지니 관심도 생기는 걸까? 회사에 출근할 때는 몰랐는데, 자꾸 보이니까 나도 모르게 괜스레 눈이 간다. 볕은 충분히 받고 있는지, 흙은 마르지 않았는지, 새 잎이 났는지, 혹시 병들지 않았는지.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만져보고 관찰한다. 최근 들여온 올리브는 멋지게 키워보려고 카페에도 가입했다. 수시로 방문하면서 가지치기나 물 주기는 어떻게 하는지 찾아본다. 덕분에 많은 정보를 얻었다. 자른 가지로 삽목에도 도전 중이다. 뿌리가 나는데 2~3개월이나 걸린다고 하는데, 성공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이번에 데려온 올리브 나무와, 오래된 스투키


식물을 키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관심이다. 가급적 자주 들여다보고 상태가 괜찮은지 확인해야 한다. 물도 함부로 주면 안 된다. 너무 많은 물을 주면 과습으로 시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항상 흙의 마름 상태를 확인하고 적당히 물을 줘야 한다. 고루 볕을 받을 수 있도록 화분을 돌려주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화분을 한 방향으로 방치하면, 한쪽으로 치우쳐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가지가 너무 웃자란다면 더 이상 길게 자라기 전에 잘라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는 손을 쓸 수가 없어 수형이 망가질 수 있다. 식물은 관심을 주는 만큼 잘 자란다. 계속해서 관심을 주고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기울인 관심에 보답하는 게 바로 식물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타인에게 관심받고 싶어 한다. 나를 봐줬으면 좋겠고, 내게 말 걸어줬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특히, 아이를 키운다면 관심과 관찰은 더욱 중요하다. 비싼 선물을 사주고 용돈을 많이 주라는 말이 아니다. 아이에게 비싼 선물을 사주면 좋아하겠지만, 그때뿐이다. 아이는 비싼 선물을 사주는 부모보다 자신과 많이 놀아주는 부모를 더 잘 따르는 법이다. 아이가 어떤 말을 배우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그리고 기분이 어떤지 늘 관찰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부모에게 관심과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정신적으로 더 건강하다.


사람은 관심을 받지 못하면 우울해지기 쉽다.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던 슈퍼스타가 인기가 시들자 우울증에 빠졌다는 기사는 더 이상 특별한 뉴스가 아니다. 자살하려고 마음먹은 사람에게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들의 생명을 구하기도 한다. 좋아하지 않더라도, 사랑하지 않더라도,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고 관심을 가지자. 나 하나 건사하기 힘든 세상이지만, 조금만 여유를 갖고 주변에 관심을 기울이자. 눈을 마주치고, 기분이 어떤지 물어보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 보자. 내게는 의미 없는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말 한마디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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