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노 Apr 06. 2020

‪나는 이런 과정을 거쳐 하나의 글을 완성한다

브런치로 이사 왔다.

‪weekly-blogging을 이어온 지 8개월을 훌쩍 넘겼다. 횟수로 따지면 40회 정도. 이제는 익숙할 법도 한데, 여전히 글 하나 완성하기가 쉽지 않다. 소재를 찾는 과정부터 글을 구성하고 단어를 선택하고 퇴고하는 과정까지 글 하나에 소비하는 시간은 짧게 잡으면 5시간, 길게 잡으면 10시간을 상회한다. 글을 업으로 삼은 사람이라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일지도 모르지만, 나처럼 본업을 가진 사람에게 10시간은 꽤 오랜 시간이다. 게다가 가족까지 있으면 더더욱 어렵다. 가족의 배려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나마 지금껏 유지해올 수 있었던 것도 와이프의 배려 덕분이다. 참 고마운 일이다.‬

소재 찾기는 계속해서 글을 쓴다는 에서 ‪한번 언급한 적 있다. 5개월가량 지난 지금도 여전히 크게 다르지 않다. 일상생활, 트위터, 책에서 소재를 얻는다. 최근에는 소재 얻는 채널이 하나 늘었다. 바로 카카오의 블로그 플랫폼, 브런치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브런치에 글을 쓰려면 별도의 등록 과정이 필요하다. 본인의 이력, 운영하는 블로그, 저작 활동 등을 등록하고 샘플 글을 쓴다. 그 뒤, 브런치 측에서 심사한다. 심사가 완료되고 작가로 등록되면 비로소 포스팅이 가능하다. 브런치 글을 읽다 보면 확실히 다른 블로그 플랫폼과는 다르다고 느껴진다. 무엇보다도 퀄리티가 훨씬 높다. 글 하나하나에 정성이 담겨 있고 시간을 들였다는 느낌이 확연하다. 어떤 글을 선택하든 중간 이상을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브런치로 옮기기로 했다


정확히는 블로그를 나누려고 한다. 프로그래밍과 관련된 글은 기존 블로그에 그대로 작성하고, 에세이나 리뷰 같은 종류의 글은 브런치에 쓸 예정이다. 전에도 이처럼 블로그 2개를 따로 운영한 적이 있었다. 다시는 분리하지 않을 생각으로 합쳤었는데, 브런치라는 매력적인 플랫폼의 유혹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뿐 아니라 다른 이유도 있다. 사실, 내 블로그를 정기적으로 찾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 구글 검색에서 유입된다. 유입된 대부분은 프로그래밍 관련 글 방문자다. 에세이나 리뷰 같은 글을 읽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에세이나 리뷰를 아무리 많이 써도 전체 방문자는 크게 늘지 않는다. 별도의 플랫폼에 종속되어 있지 않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시간 들여 쓴 글을 읽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건 확실히 기운 빠지는 일이다.

‪다시 소재 찾기로 돌아오자. 소재를 정할 때, 요즘 화자 되는 이슈에서 찾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예를 들어 ‘코로나바이러스’나 ‘재택근무’ 등 최근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는 소재를 선택하면 읽힐 확률이 높다. 그렇다고 주제 의식 없이 키워드만 억지로 끼워 맞히는 식의 소재 차용은 기피해야 한다. 조회수가 높아질지 모르겠으나 장기적으로 보면, 블로그 자체의 질은 떨어질 게 뻔하다. 기레기가 많은 인터넷 언론사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

‪소재를 정했다면 다음에는 문단을 구성한다. 보통 4~10개 정도로 나누고 각 문단의 주제를 정한다. 주제를 모두 정했다면 다음에는 문단 순서를 정한다. 이때 도입부에 어떤 내용을 배치할지 가장 먼저 고민한다. 도입부는 독자가 처음으로 읽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도입부는 얼마나 많은 독자를 글 마지막으로 이끌 수 있을지 결정한다. 소설에서 죽음과 같은 충격을 도입부에서 먼저 보여주는 것도 같은 이유다. 주제와 상관없이 서술하거나 너무 평범한 단어들만 나열하면 독자의 흥미를 끌 수 없다. 에세이 같은 경우에는 개인의 경험, 영화 대사나 글귀 또는 주제와 관련된 단어 정의 같은 걸 도입부에 쓰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첫 문단이 정의되었다면 그다음부터는 어렵지 않다. 대체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

‪블로그에서 제목은 도입부보다 중요하다. 일단은 검색 결과에서 눈에 띄어야 클릭이라도 하지 않을까?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하고 일반적인 문장은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없다. 주제를 드러내면서 흥미를 유발하는 문장이어야 한다. 기자들이 글 내용과는 관계없는 키워드를 제목에 포함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조회 수가 곧 돈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제목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브런치를 애용하면서 제목이 중요하다는 걸 조금씩 깨닫는 중이다. 수많은 글 중에서 “읽고 싶다”라고 느끼는 글을  선택할 때 제목이 가장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사실 제목을 정하는데 순서는 없다. 편의상 ‘구성하기’ 다음에 배치했지만, 소재를 찾은 다음에 정할 수도 있고, 글을 다 쓴 다음에 퇴고 과정에서 바꾸기도 한다. ‬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다. 문단 구성을 제대로 했다면 하고 싶은 말은 충분하다. 생각한 바를 나열하면 그만이다. 뼈대를 만들고 살을 붙인다. 문장을 쓰고 문장을 이어 나간다. 그런데 간혹, 구조가 튼튼하고 뼈대는 잘 만들었지만, 생각만큼 잘 쓰이지 않을 때가 있다. 자기도 모르게 흐름에서 벗어나거나 주제와 상반된 내용을 쓴다. 변경된 흐름에 맞게 전체 글을 수정 가능하다면 모르겠지만, 이럴 땐 과감히 지우는 게 낫다. 아깝다고 주제와 맞지 않은 내용을 붙여 넣다가는 자칫 전체적인 일관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 또는 주제와 완전히 벗어나는 내용은 아니지만, 구성했던 문단의 주제와 살짝 벗어나는 경우도 있다. 그냥 지우기는 아깝다. 만약, 전체적인 구성을 다시 검토하고 가능하다면 수정하자. 별도의 문단으로 분리하고 적절한 자리를 찾아보자.‬

‪각 문단의 내용이 적절히 채워졌다면, 퇴고 과정이 남았다. 글 전체 흐름과 벗어나는 문단, 문장을 삭제하고 일관성을 확보한다. 문단 간의 연결은 적절한지 검토한다. 문장의 연결에 어색한 점은 없는지 살펴본다. 너무 많은 접속사로 도배한 건 아닌지 확인한다. 오타, 틀린 문법, 적절한 단어를 사용했는지 검토한다. 애매하거나 잘 모르는 부분이 있다면 브런치 문법 검사, 또는 인터넷 문법 검사기(검색하면 여럿 나온다)를 이용하자. 적게는 두세 번, 많게는 다섯 번 이상 반복해서 퇴고 과정을 거친다. ‬

이 과정을 전부 거치면, 비로소 글 하나가 완성된다. 뿌듯한 순간이다. 완성도는 관계없다. 전문적인 작가도 마찬가지겠지만, 항상 만족스러울 수 없다. 충분히 잘 썼다 느낄 때도 있다. 하지만, 때로는 이게 글인가 싶을 때도 있다. 개인의 만족도는 부차적인 문제다. 일주일에 글 하나를 쓰기로 스스로 약속했고, 이 약속이 끊이지 않으려고 노력할 뿐이다. 만족스러운 글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꾸준하게 계속해서 글을 써나가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 ‬
오늘도 이렇게 글 하나를 완성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