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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노 Jan 04. 2021

그때, 비트코인을 샀더라면...

2021년에는...

그야말로 투자의 시대다. 아니, 투기의 시대라고 해야 할까? 비트코인은 3,500만 원이 훌쩍 넘었고, 주식은 연일 고공행진이다. 집 값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계속 오르고, 내려올 줄 모른다. 로또 명소는 주차요원을 써야 할 정도로 인파에 몸살이다. 10억에 집 사서 몇 달만에 20억이 되었다는 사람, 2,000만 원을 주식에 투자해 1억을 만들었다는 사람 등, 주변에서도 투자로 돈 벌었다는 소리가 속속 들려온다. 코로나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너도나도 빚내어 투자에 열을 올린다. ‘억’이라는 말은 더 이상 부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젊은 20~30대도 쉽게 내뱉을 수 있는 말이 되었다. 열심히 일하고 저축해서 부자가 되겠다는 발상은 머나먼 옛날이야기로 전락했다. 1년에 천만 원 저금해도 이자는 고작 10만 원뿐이다. 그런데, 그 누가 은행에 꼬박 저금하려 들겠는가. 원금을 잃을 수 있더라도 훨씬 큰 이익을 주는 곳에 모두들 배팅한다.

분명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건만, 내 이야기가 아니란 사실에 배알이 꼴리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이제라도 투자 시장에 뛰어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으면서도, 지금 들어가면 상투 잡고 손해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망설여진다. 차라리 유튜브나 시작해 광고비나 벌어보자 생각해 보지만 이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자리 잡은 유명 채널을 이기기에는 실력도 자금도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고작 영상 몇 개 만들다가 지쳐, 나가떨어지기 십상이다.


남들은 잘만 하는데, 나만 못 따라가는 것 같다. 남들은 자산을 불려 비싼 차에 좋은 집을 척척 장만하는데 나만 제자리에 멈춰 선 것만 같다. 이럴 줄 알았으면 비트코인이라도 몇 개 사둘걸 그랬나? 처음 비트코인을 알았던 2015년에는 50만 원도 채 안 되는 금액으로 비트코인 1개를 살 수 있었다. 무려, 1개다. 500만 원으로 10개를 사뒀다면, 지금은 대충 3억 5천이다. 아니면, 이명박 정부 때 영끌해서 집이라도 몇 채 사둘걸 그랬나? 2~3천만 원이면 전세 끼고 집 한 채 장만할 수 있었는데. 몇 번의 갭투자로 몇 억은 손쉽게 벌 수 있었을 것 같다. 그것도 아니면, 코로나가 시작됐을 때 제약회사 주식이나 좀 사뒀으면 어땠을까? 10배에서 20배 정도의 수익은 우습게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이라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는다. 지금 상황을 예측할 수도 없었으면서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선택을 했을 거라 한탄한다.

과거에 대한 후회가 없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 없을 것 같다. 대부분은 크던 작던 과거의 어떤 부분을 후회하며 살고 있다. ‘대학에서 다른 전공을 택했더라면’, ‘건축을 계속했더라면’, ‘대기업에 들어갔더라면’, ‘좀 더 적극적으로 사업을 했더라면’처럼 나도 후회하는 과거가 있다. 당시 내 선택이 달랐더라면, 마치 지금보다 나은 현실에 살고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 과거를 탓한다 한들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살아내기는 힘들고, 미래는 불안하다 보니 구실이 필요할 뿐이다. 내가 지금 이렇게 비참한 것은 내 잘못이 아니라, 과거의 잘못된 선택이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이라 과거의 나를 탓한다.


사실, 이런 과거에 대한 후회는 현실의 불만족에서 비롯한다. 낮은 연봉, 힘든 직업, 전세나 월세, 불만스러운 배우자 등.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 때문에 고통받는 현재에 살고 있다며 과거를 탓한다. 하지만, 현재 내 모습은 다름 아닌 과거의 내가 선택한 것들의 결과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택의 책임은 고스란히 자신에게 있다. 현재 모습이 만족스럽든 그렇지 않든 간에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오늘의 우리는 우리가 생각해왔던 것의 결과물이다.
 All that we are is the result of what we have thought.

 - 석가모니(부처, Buddha)


시점을 미래로 바꿔보자. 시계를 돌려 지금으로부터 10년 후 미래라 가정하자. 그러면 2031년이다. 그때의 나는 과연 2021년을 어떻게 바라볼까? 만족스러울까? 아니면, 후회로 가득 차 있을까? 10년만 기다리면 답을 알 수 있겠지만, 사실 그 답은 지금 내가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달려있다. 찌질한 현실에 만족 못하고 과거만 탓한다면 더 비참해진 현실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반대로, 과거에 메이지 않고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산다면, 조금은 기대할만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현재가 과거의 결과물이듯, 미래는 현재의 결과물이다. 지금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고 선택한 삶은 고스란히 미래의 내게 영향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더 나은 미래를 그린다면, 후회와 푸념은 집어치우고 지금 소중한 것에 충실하는 편이 낫다. 10년이 흐르고 ‘이럴 줄 알았으면’ 하며 과거를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내게 소중한 것에 집중하고 사랑해야 한다. 즐거운 일을 찾고, 글을 쓰고, 친구와 동료를 돌보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꾸준히 글을 쓰는 것 같은...


나의 2021년은 이런 소중한 것들로 꽉 찬 한 해가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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