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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노 Jul 18. 2021

주식도 잃어본 놈이 버는 법이다

실패에 대한 내성 기르기

요즘 내 인생의 키워드가 몇 있지만, 그중 주식만큼 몰두하고 있는 건 없는 것 같다. 회사를 그만두고 할 수 있는 일 하나를 고르라면, 주식이라 답할 수 있을 정도로 진심이다. 경제 뉴스를 보고, 책을 읽고, 유튜브를 시청한다. 그리고 매매일지를 매일 작성한다. 여전히 중수 축에도 끼지 못할 정도로 초보 투자자에 불과하지만, 배워가는 재미 하나만큼은 어디에도 견줄 수 없을 만큼 크다.


주식을 시작한 지는 대략 4~5년쯤 된 것 같다. 하지만, 본격적인 시작은 1년도 지나지 않았다(작년 10월쯤). 예전에는 삼성전자나 카카오 같은 대형주에 투자하고선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기본적(펀더멘털) 분석, 기술적 분석 같은 건 고사하고 언제 살지 언제 팔지도 고민하지 않았다. 마치 은행 적금을 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은행보다 좀 더 많은 수익을 주는 그런 적금 말이다.


주식에 뛰어든 작년 10월은, 코로나 팬데믹 이래로 늘 호황이었다. 탁월한 종목 선정 하나로 누구나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누가 얼마를 벌었네 같은 이야기가 영움담처럼 퍼져 나갔다. 개미 투자자를 빚대어 동학 개미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그만큼 개인 투자자들이 많아졌고, 주식시장으로 유입된 자금 또한 급속도로 늘어났다. 시류에 편승하지 않는 것은 손해를 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현금을 모두 모았다. 그렇게 본격적인 투자가 시작되었다.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을 처음 시작한 사람에게 운이 따랐을 때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말을 붙인다. 고스톱을 잘 모르는 사람이 돈을 따고, 초보 투자자가 투자에 성공한다. 그리고 우연히 올린 유튜브 영상 하나로 소위 말하는 대박이 난다. 물론, 과학적 근거는 없다. 환경과 상황에 따른 우연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자신의 운이 마치 실력이라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남들의 성공은 운으로 치부하면서, 정작 자신의 운은 인정하지 않는다. 마치 새로운 재능을 발견한 것처럼 우쭐거린다.  


나도 그랬다. 감으로 투자한 종목으로 나름 쏠쏠한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증권사 리포트를 읽지도, 기업의 공시도 살피지 않았다. 매수 시점, 매도 시점을 판단할 만한 기술적 지식(차트 분석)도 없었다. 그저, 이런저런 이슈가 있으니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투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운이 좋았을 뿐, 내 실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전형적인 초심자의 행운이었다.


이후로도 몇 개월간 운은 지속되었다. 시황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지금 같은 수익이면 금방이라도 큰 부를 얻을 것 같았다. 하지만, 뜻대로 될 리가 없다. 초보였기 때문에 억눌러 있던 욕심이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몇 개월 간의 10% 수익보다는 다른 사람들처럼 하루에 10% 이상의 수익을 얻고 싶었다. 오만했다. 더 이상 초심자가 아니라 생각했다. 이미 충분한 수익을 얻고 있었음에도 욕심을 부렸다. 급등하는 주식, 정치 테마 주식 등 단기간에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주식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처참히 실패했다.





착각은 자유다. 하지만, 그 결과는 고스란히 본인이 몫이다. 초심자의 운을 운이 아닌 실력이라 믿었다면, 그에 따른 실패도 본인의 책임이다. 그러나 책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태도로 실패를 바라보느냐다. 실패했다고, 잘못 생각했다고, 능력이 아니었다 단정한다면 더 이상의 진전은 없다. 그러나, 실패를 발판 삼아 원칙을 세우고, 학습하고, 노력에 시간을 투자한다면 다음의 결과는 이전과는 달라질 것이다.


사실, 주식뿐 아니라 어떤 일에도 마찬가지다. 실패 없는 성공은 없다. 운이 좋아 초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몰라도, 실패 없는 성공은 약간의 균열에도 쉽게 깨진다. 어떤 성취든 여러 번의 실패와 좌절이 바탕이 되어야 단단해지는 법이다.


실패하고 또 실패하자. 견딜 수 있는 정도의 실패를 반복하자. 결과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자. 그리고 조금씩 개선하자. 언젠가는 그 노력이 당신에게 값진 열매를 선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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