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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노 Jul 26. 2021

주식투자를 위한 변명

90년대 말 IMF 사태부터 2008년 금융위기,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코로나 펜데믹까지. 내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겪었던 세계적 재앙에, 주식시장은 예외 없이 폭락했다. 하락은 손댈 수 없을 정도로 빨랐고, 사람들은 대책 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의 자산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여윳돈으로 투자한 사람이라면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당장 필요한 생활자금부터 대출금까지, 감당할 수 조차 없는 돈을 잃은 사람들은 벼랑 끝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주식하면 패가망신한다는 말이 있다.

섣불리 주식에 손대지 말라는 일종의 우리 시대 격언이라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의 경험이 축적된 이 말에는 우리의 아버지와 어머니, 삼촌, 학교 선배와 친구들의 이야기가 모두 들어있다. 어릴 적 어른들로부터, 또는 대학에서 취업한 선배들로부터 들었던 주식투자는 공포 그 자체였다. 벌었다는 사람보다 잃었다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투자 실패를 비관하며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비참한 일도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다.


경제와 담을 쌓으며 살아왔던 내게, 주식은 쳐다보지도 않아야 할 노름판이었다. 괜히 돈 좀 벌겠다고 뛰어들었다가 가진 돈 마저 날려버리는 위험천만한 곳이었다. 취업해서 착실하게 돈 벌고 모으는 것이 선하고 올바른 방법이라고 믿고 살았다.   


그런 내가, 이제는 주식투자를 한다.

그것도 꽤 진심이다. 인생이 뒤바뀔 만큼 큰돈은 아니지만, 감당할 수 있는 적절한 수준에서 투자한다. 아직까지는 크게 잃지도 벌지도 않았다. 조금씩 배워가며 원칙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마치 새로운 취미를 얻은 것 같은 기분이다. 모든 것이 궁금하고 매일이 기다려진다.  


주식 투자의 가장 큰 장점은 누가 뭐라 해도 단연 수익이다. 그 누구도 돈을 잃으려고 투자하지 않는다. 그러나 수익을 얻는 것 이외에도 주식투자에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그간 투자를 시작하면서 깨달은 몇 가지 장점을 소개해보겠다. 아주 소소한 것부터 시작해서 꽤 그럴듯한 것까지.






월요병이 사라졌다

우와! 월요병이 사라지다니. 꿈같은 이야기다.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월요일이 싫다. 정확하게는, 월요일이 다가오는 것이 탐탁지 않다. 주말은 천천히 흘렀으면 좋겠고, 평일은 빠르게 지나갔으면 좋겠다.


그런데, 주식을 시작하고선 상황이 바뀌었다. 출근은 여전히 싫다. 하지만, 주식시장이 열리기 때문에 기다려진다. 혹시나 오를지도 모르는 내 주식에 대한 기대감, 또는 시장 상황의 변화에 대한 궁금함이 월요일을 맞이하는 태도를 바꿔주었다. 월요병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 완화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일종의 균형이 맞춰진 느낌이랄까.



겸손함을 배운다

주식시장은 냉정하다 못해 냉혹하다. 배려나 희생 같은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 곳이다. 자신의 선택과 행동이 결과에 그대로 반영된다. 잘못된 선택에는 배드 엔딩이 따라오는 법이고, 탁월한 선택에는 수익이 이어지는 법이다. 즉, 자신의 실력만큼 얻어가는 곳이 바로 주식시장이다. 자만은 금물이다. 초심자의 행운을 실력이라고 착각했다면, 언젠가는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 하지만, 과도한 욕심의 결과는 처참할 따름이다. 자신은 항상 부족하고 모른다고 생각해야 한다. 언제나 배운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하찮은 개인의 신분으로 감히 시장을 이기려 들지 말아야 한다. 더 이상 성장 가치가 없는 회사의 주식을 갖고 있다면, 작은 수익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화재거리가 많아졌다

요즘은 나이를 불문하고 투자에 열을 올린다. 예전에는 40~50대 중장년 층의 영역이었다면, 요즘은 10대에서 60~70대까지 모든 세대를 아우른다. 그렇다 보니, 누구를 만나든 투자 얘기 하나만으로 공감대가 형성된다. 어떤 사건 하나로 시장의 판세가 어떻게 바뀔지 토론하거나, 각자의 투자 정보를 공유하며 투자 스펙트럼을 넓히기도 한다.


만약 어떤 사람을 만났는데 딱히 할 말이 없다면, 이렇게 한 번 툭 던져보자.

“요즘 주식하세요?”


아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가 이어질 것이다.



경제를 배운다

수익을 제외하고 주식투자를 하면서 얻게 되는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자본주의에 살고 있지만, 사실 자본주의의 속성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살았던 게 사실이다. 지금까지 내 세계는 그저 내가 알고 있는 몇 가지 규칙에 맞게 돌아가는 아주 작은 세상일 뿐이었다. 일하고, 돈을 벌고, 돈을 쓰는 것 같은 몇 가지 기본적 원칙이 마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주식투자를 시작하면서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세상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하지만, 직접 투자하지 않을 때는 몰랐다. 경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뭔가 와닿지 않는 기분이랄까.


하지만, 내 돈이 왔다 갔다 하는 게 보이기 시작하니까,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우선 매일 경제 뉴스를 챙겨 보게 되었다. 단순히 보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뉴스가 관련 기업과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고민하기 시작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다. 필요하니까 스스로 찾아보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은 위험하다. 

언제 어디서 욕심이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도 초기에는 나쁘지 않은 수익을 얻고 있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욕심이 자라나기 시작하더니 나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잘못된 투자에 손을 대고 있었다. 결국 손실. 큰 손실은 아니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아직 원칙이 확립되기 전이라 휘둘리는 건 당연하다 생각했지만, 막상 손실이 난 계좌를 보면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언젠가 겪어야 할 경험이라면 초기에 겪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누군가에게는 쳐다보기도 싫은 곳이지만, 또 다른 누구에게는 기회의 땅이다. 넘어야 할 산도 많고, 배우고 익혀야 할 것도 많다. 단점도 많고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지금은 투자를 통해 얻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랫동안 하고 싶다. 욕심을 버리고, 원칙을 세워 건강하게 투자를 지속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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