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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노 Feb 13. 2022

대기업으로 변해가는 회사에서 살아남는 방법

말하자면, 나는 고인물이다.  회사를 10년째 떠나지 않고 있다. 나갈 기회는 얼마든 있었지만, 딱히 생각이 없었다.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보는   정확하다. 신의 직장이라 불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직을 결심할 정도로 나쁘지도 않았다. 일에 욕심이 없었고, 개발자로 성공을 꿈꾸지도 않았다. 좋은 사람들과 웃으며 일할  있었고, 스트레스받을 만큼 힘든 일도 없었다. 최선은 아니었지만, 차선으로써 충분한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하지만, 회사는 회사다. 사업의 흥망성쇠에 따라 회사 역시 변해간다. 50명 남짓의 9년 전 회사는, 이제 1,000명에 가까운 기업으로 변모했다. 회사가 커진 만큼 많은 것이 바뀌었다. 연봉도 조금 올랐고, 복지도 조금 좋아졌다(오해하지 말자, 진짜 조금이다). 그리고, 무슨 일 하는지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이름의 부서들이 마구 생겨났다. 담당자 하나 찾으려면 한 세월이다. 절차는 또 왜 이리 복잡한지, 뭐 하나 처리하려면 몇 단계는 기본으로 거쳐야 한다.


누가 누군지, 뭐하는 사람인지 어느 누구도 관심 없다. 오로지 자기가 속한 부서의 실적과 연봉, 그리고 성과급에만 촉각을 곤두세운다. 오다가다 마주쳐도 본채 만채 지나쳐 간다. 목에 걸린 사원증을 보며 ‘아, 우리 회사 사람이구나’를 알아챌 따름이다. 예전에는 모두가 한 팀이었고,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달렸다. 그러나, 이제는 모두가 경쟁자다. 올라가려면 밟고 올라서야 한다. 선의와 양보보다는 기회를 선점하고 실적을 세우는 것이 우선이다. 여기는 이제 약육강식, 각자도생의 장이 되었다.


서글픈 마음이다. 입사 시절, 그때 모습이 그립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변했나 싶다. 비대해진 조직을 관리하는데 필연적 수순이겠지만, 변해버린 모습에 도무지 적응이 어렵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먹고살려면 버텨야지. 하지만, 버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변화의 흐름을 놓치면 도태되기 일쑤다. 그렇다면 어떻게 변화에  적응할까? 오랫동안 관찰해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았다.




| 기꺼이 정치 싸움에 뛰어든다

사람이 모이면 반드시 정치가 시작된다. 사람마다 의견이 같을 수 없다. 모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론을 모으고 상대를 설득하는 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치의 필요성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적절한 수준에서는 집단과 사회의 발전에 긍정적이다. 하지만, 과유불급. 과한 정치 싸움은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된다.


대기업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줄을 잘 서야 한다. 점점 좁아지는 길목을 건너려면 이끌어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회사의 주요 프로젝트에 몸담아야 한다. 그래야만 인사고과에 유리하다. 진급도 빨라진다. 아무리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도 마찬가지. 시스템으로 굴러가는 대기업에서 개인의 능력으론 한계가 있다. 작게는 수백, 크게는 수만 명이 함께 움직이는 이곳에서, 개인은 하나의 부속품일 뿐이다.


| 학습의 장으로 삼는다

대기업은 위로 올라가기 어렵기 때문에, 배우는 자세를 가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회사에서 무슨 학습이냐 싶지만, 생각보다 배울 점이 많다. 대기업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은 작은 회사에서 볼 수 없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축적된 지식과 자료, 온갖 리스크에 대한 대처, 대규모 트래픽의 서비스 개발과 운영, 고가의 장비 다루기 등 작은 회사라면 쉽게 배울 수 없는 다양한 경험이 가능하다.


아무리 불만을 드러내도 회사는 잘 바뀌지 않는다. 그저 시늉만 할 뿐이다. 변할 것처럼 보여도, 시간이 지나고 잠잠해지면 다시 원점으로 회귀한다. 불평만 하고 있기에는 시간이 아깝다. 바꾸지 못할 바에는 이용한다는 생각을 가져보자. 오르지 못할 높은 곳을 쳐다보며 욕하기보다, 아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회사에 모든 것을 걸기보다는 이직, 창업을 위한 학습의 장으로 삼아 버텨보자.


|  일만 하자.

회사가 전부는 아니다. 보수만큼 노동력을 제공하는 계약 관계일 뿐이다. 오랫동안 같은 회사를 다니며 자신과 동일시한 사람은, 회사 밖은 상상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의외의 퇴직을 겪으면, 마치 세상이 끝난 것 같은 상실에 빠지기 쉽다.


인생의 목표가 곧 회사가 되면 위험하다. 회사는 언제든 당신을 내칠 준비가 되어있다. 회사는 조금이라도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인력을 조정한다. 신사업을 접고, 구조조정을 감행한다. 잔인해 보이지만, 회사는 원래 그렇다. 회사는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지, 자선 단체가 아니다.


회사가 중심이 아닌, 나를 중심에 두고 생각하자. 회사에서는 받는 만큼만 일하고, 일한 만큼 받아야 한다. 부당하다면 목소리를 내자. 알아주지 않으면 지체 없이 떠나자. 근무시간에만 일하고, 퇴근 후에는 자신에게 집중하자. 취미도 좋고, 친구도 좋다. 자기 계발도 빼놓지 말자. 회사와 나를 철저하게 분리시키고, 다음 삶에 집중하자. 이 시대 수많은 꼰대들에게는, 마치 코르페니쿠스의 지동설 같이 어이없게 들리지 모른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변해간다. 평생직장은 사라졌고, 회사도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른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단 하나의 직장(또는 직업)은 해답이 아니다.


기억해두자. 이불 밖 세상은 생각보다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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