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시즌마다 계속 반복이다
연봉 발표 시즌이다. 작년만큼은 아니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경쟁하듯 각 회사가 연봉 정책을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그랬고, ‘카카오’도 대폭 인상을 예고했다. 이에 질세라 ‘토스뱅크’나 ‘케이뱅크’ 등 인터넷 은행조차 개발자 모셔가기에 혈안이 된 모습이다. 바람직한 현상이라 해야 할까, 일부 회사만 한정된 왜곡 현상이라 해야 할까. 글쎄, 잘 모르겠다.
우리 회사도 어김없이 연봉 인상과 인센티브를 발표했다. 단 한 번도 기대치만큼 받아본 적 없었기에 이번에도 마찬가지라 생각했다. 그러나 매번 당하면서도 기대하는 게 인간의 본성인걸까. 고생스러운 몇 번의 서비스 론칭과 우상향 하는 매출을 보며, 만의 하나(10,000의 하나는 0.01%다)라도 회사가 통 큰 결정을 내릴지 모른다 생각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응??
근로계약서를 작성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연봉과 인센티브는 비밀이다. 발설하면 징계 대상에 해당한다. 누군가에게 묻는 것도 마찬가지. 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비밀이 어디 있을까.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비롯해, 각종 취업 포털에서 이미 꽤 정확한 연봉을 공개하고 있다. 취업 정보가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세상이 조만간 도래할 거라는 어느 대선후보에게는 깜짝 놀랄만한 소식이다.
블라인드 앱을 열어보았다. 그리고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주욱 훑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평가, 연봉, 인센티브와 관련된 글이 쏟아지고 있었다. 역대급으로 낮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회사는 점점 커져가는데, 소외되는 느낌을 받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의견이 여럿 있었다.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다.
회사마다 연봉 인상 기준은 다르지만, 우리 회사는 각 부서에 파이를 떼어주고 조직장이 알아서 분배하는 방식이다(추측이지만, 경험적으로 아마도..). 기준도 없고, 체계도 없다. 실 연봉을 책정하는 조직장의 권한만 막강할 뿐이다. 소위 라인을 잘 잡은 사람만이 더 많은 보수를 받고 더 높은 위치에 올라간다. 불합리해 보이지만, 어쩌겠는가. 이게 회사의 모습인걸.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전해 들은 연봉 인상률, 인센티브가 내 보상과 비교된다. ‘내가 왜 저 사람보다 적게 올랐지?’, ‘내가 더 많이 일했는데?’ 같은 질문이 자연스레 따라온다. 많아야 100~200. 월급으로 치환하면 7~15만 원 정도 차이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금액이다. 하지만, 100만 원 더 받는다고 결코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1,000만 원 더 받아도 마찬가지. 하지만, 인간의 뇌는 이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남과 비교해 우월감과 열등감을 느끼는 것이 바로 인간이라는 동물의 습성이다. 그래서, 비슷한 급으로 여겼던 동료가 더 많이 받는다는 사실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화를 내고, 회사를 탓하고, 조직장에게 면담을 요청한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뻔하다. 여기저기 당장 때려치우겠다 외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연봉에 불만인 많은 이들이 1년 후에도 같은 자리를 지키는 경우가 많다. 각자 사정이야 있겠지만, 생각보다 이직이 쉽지 않은 탓도 한몫한다. 이직은 연봉 외에도 고려해야 할 점이 많기 때문이다. 이직한 곳의 분위기, 일의 강도는 입사해야만 알 수 있다. 아무리 평판 좋은 회사라도 막상 들어가 보면 팀에 따라 편차가 크다. 괴팍한 팀장을 만날 수도 있다. 사라질 위기의 팀으로 배치될지 모른다. 1,000만 원, 많게는 2,000만 원에 이런 불확실함을 감수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연차가 많은 편이거나, 지금 팀의 분위기가 좋다면 더욱 그렇다.
문제는 남보다 적은 연봉 인상 탓에 떨어진 사기다. 회사 사정이 어렵고 모두 인상률이 적다면 몰라도, 나만 적게 받는다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일도 없는 사람이 나보다 훨씬 많이 받고, 배에 가까운 인센티브를 챙겨간다. 이런 사실은 ‘받는 만큼만 일해야지’, ‘회사가 나를 인정하지 않는데 노력해봐야 뭐해’ 같은 생각으로 이어진다. 받는 만큼 일하는 것에 이견은 없다. 오히려 철저히 지켜야 한다. 다만, 보상이라는 프레임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은 개인의 입장에서 시간만 낭비하는 꼴이다. 인정받으려 노력하거나, 이직하거나, 그것도 싫다면 아예 다른 일을 알아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의 직장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다. 부정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회사라는 우물 안에서 옆 개구리가 더 아름다운 무늬를 가졌다며 다운될 필요는 없다. 자신을 탓할 것도, 회사를 탓할 것도 아니다. 회사는 잠시 거쳐가는 곳일 뿐이다. 나와 확실히 선을 그어야 한다. 지금 받는 돈이 당신의 인생을 대변하는 것도 아니다. 우물 안에 갇혀 좌절하고 있기보다는 벽을 타고 올라갈 힘을 기르는데 집중하자. 그리고, 그 끝에 맞이할 넓은 세상을 위해 오늘을 준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