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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skies Jul 27. 2018

내가 싸워야만 하는 무언가, 그리고 이유

겟 썸

제주도에 내려오면서 하나 다짐한 것이 있다. 영화든 뭐든 TV 앞에 앉지 말 것. 그동안 많이 봤으니까 말이다. 이번만큼은 밖에서 해와 바다를 더 많이 보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평소 좋아하는 영화 보기를 자제하면서 지내고 있는데 어쩌다 보니 영화 한 편을 보게 됐다. 

너무 한가롭게 지내다 보니 할 일도 없고 뒹굴거리다가 IPTV에서 무료로 보여주는 영화로 뭐가 있나 둘러보았다. 한 번쯤 보고는 싶었지만 계속 미뤄뒀던 영화 한 편이 눈에 들어왔다. 


'겟 썸'


영화 포스터 앞으로 각선미를 드러낸 여자 배우가 눈에 들어왔고 설명되어 있는 줄거리를 읽어보니 여주인공을 두고 남자 둘이 싸운다는 그런 이야기인가 싶었다.

평점도 나쁘지 않은 것 같고 마침 무료라 보기로 했다. 

그냥 싸우고 붙는 이야기인가 했는데 격투기 영화였다. 

새로운 학교로 전학 온 제이크는 학교의 퀸카 바하에게 끌린다. 바하 역시 제이크에게 끌리지만 그녀에게는 남자 친구가 있다. 바하는 제이크를 파티에 초대하고 그곳에서는 아이들이 비밀리에 운영하는 파이트 클럽이 열리고 있었다. 어쩌다 싸움에 휘말린 제이크는 바하의 남자 친구이자 학교의 최고의 파이터인 라이언과 원치 않는 싸움을 하게 된다. 싸움에서 패배한 제이크는 원치 않는 싸움에 끌어들인 바하를 신뢰하지 않게 된다. 

이 후로도 제이크는 이 파이트 클럽의 세계에 계속해서 엮이게 되고 격투기 도장에서 고된 훈련을 하며 실력을 갈고닦는다. 제이크가 도장에서 훈련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지금 빈둥거리고 있는 내가 괜히 찔렸다. 

제이크는 실력을 키워 라이언을 무너뜨릴 계획이었고 도장 밖에서는 싸움을 해서는 안된다는 관장님과 갈등을 겪는다. 결국 제이크는 관장님과의 약속을 깨뜨리고 라이언과 최고의 파이트 클럽인 비트 다운에서 승부를 가리고자 한다. 영화의 이야기가 클라이맥스로 치다를 수록 제이크가 이 싸움을 해야만 하는 이유와 싸움을 해서는 안된다는 관장님과의 갈등이 고조된다. 

과연 제이크가 자신이 싸워야만 하는 합당한 이유를 찾아내는 과정과 그것을 도덕적으로 안된다고 가로막는 관장님 사이에서 영화를 보는 관객인 나 역시 무엇이 옳은 것인지 자신이 무엇을 위해 싸우려고 하는지 필사적인 주인공에 공감하며 따라가게 된다. 



'겟 썸'의 격투기 훈련을 하는 제이크




어쨌거나 영화 속 그들은 싸운다. 그들은 싸우며 격투하며 그들 자신을 표현하고 그 젊은 시간을 말 그대로 불태우는 것처럼 보인다.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도 모르는 채 제어 안 되는 경주차처럼 앞으로만 가는 그들이 나는 정말 살아 숨 쉬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지금 살아 숨 쉬고 있을까? 어떻게 하면 저들처럼 치열하게 살아 숨 쉴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싸우고 싸워야만 하는 합당한 그 이유는 뭘까.

한편으로는 항상 미래를 걱정하며 공부하랴, 남들 쫓아가랴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내가 보기에 그들은 앞날은 생각도 안 하고 무모하기만 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서도 부러웠다. 다른 걱정 하지 않고 눈 앞에 닥친 무언가를 위해 모든 걸 내던질 수 있다는 것이.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지? 내가 이걸 해서 얻는 게 뭘까? 많은 고민과 걱정이 또는 장애물이 앞을 가로막는 나날들이다.  

제이크는 싸움을 피하지 않고 자신이 분명 싸워야만 하는 그것을 위해 용기를 냈다. 

우리 모두 각자 싸워야만 하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그에 합당한 이유와. 

지금 당장 필요한 건 그냥 싸워 붙어보는 것이다.


'겟 썸!'



참고로 'get some'이라는 뜻이 사전에 '성교'라는 의미 하나가 있다. 영화에서 주인공 제이크와 라이언이 붙을 때 주심이 '겟 썸!'이라고 외친다. 그 장면이 딱 한번 나온다. 왜 매번 싸울 때마다 저렇게 안 외치고 한 번만 나올까 하는 생각도 들기는 했다. 원어민이 아니라서 정확히 모르겠지만 나는 단순히 뜻이 싸움에 붙어라라는 뜻인 줄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성교라는 의미만 나와서 당황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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