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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skies Sep 09. 2018

남들이 하는 대로 살 수 없는 1가지 이유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10 things I hate about you)


지금 보다 더 어렸을 적에 이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이 긴 제목이 꽤나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난다. 한글 번역 제목이 원 제목과 크게 다르지 않고 원 제목도 참 잘 지은 것 같다. 제목이 길기는 해도 입에 착 붙는 것 같기도 하고 처음 보는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도록 잘 지은 것 같다.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두 가지 장면이 있다. 패트릭(히스 레저)이 학교 운동장 계단 위에서 여자 주인공을 향해 'Can' take my eyes off you'를 부르는 장면이 설레었고, 캣(줄리아 스타일스)이 패트릭 때문에 쓴 시를 읊는 마지막 장면이 감동이었다. 

영화를 처음 본 지 몇 년이 흐르고서 왜 이 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았었는지 어렴풋이 남은 기억을 더듬으며 영화를 다시 보았다. 그때는 10여 년 전 영화였을 영화가 지금은 그 시간의 거의 두 배인 20여 년이 흐른 영화가 되어 옛날 영화라는 느낌이 확 느껴졌다. 그땐 그렇게 느끼지 못했는데 다소 옛날 영화의 촌스러운 느낌이 당황스러웠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재미있었다. 이젠 너무 익숙한 배우 조셉 고든 래빗의 어린 시절 모습도 반가웠다.


영화는 엄격한 아빠 밑에서 자유로운 연애를 하고 싶은 여동생과 성질이 괴팍한 언니의 갈등으로 시작된다. 아빠는 절대 남자와 데이트할 일이 없을 언니가 남자와 데이트를 하면 여동생의 데이트도 허락해주겠다고 규칙을 정한다. 

캣의 여동생 비앙카에게 한눈에 반해버린 카메론은 그녀와 데이트를 하기 위해 그녀의 언니가 남자 친구를 사귀도록 패트릭(히스 레저)을 돈을 주고 매수를 한다. 물론 직접 매수를 한 인물은 다른 남학생인 죠이이다. 죠이가 카메론이 흘린 정보에 물주로서 역할을 하는 과정이 있지만 어쨌든. 캣의 괴팍한 성격을 감당할 수 있는 남자로는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는 미스터리의 터프가이 패트릭이 제격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카메론의 계획은 착착 진행되는 것 같았고 캣 역시 패트릭과 데이트를 하며 진심으로 마음을 키우게 된다. 


가장 인상 깊은 캐릭터는 캣이었다. 캣은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서 할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만큼 개성이 강하다. 페미니즘에 심취하고 록 음악을 좋아하며 다른 또래 애들이 연애와 파티에 목숨을 걸어도 자신과는 상관이 없는 일이다. 자신이 나온 같은 대학에 진학을 하기 바라는 아빠의 바람과는 다르게 더 먼 지역의 대학으로 진학해 자립을 하고 싶어 한다. 그녀는 남들이 뭐라고 하든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고수하고 스스로의 생각과 결정을 밀어붙인다. 내가 그녀를 보며 느낀 건 아주 단순하면서 흔한 말이기도 한 것 같은, 즉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서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타당한 근거를 논리적으로 내세워 보여줘서 그렇게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그냥 그런 그녀가 멋져 보였기 때문이다. 

그녀가 남들과 다르고 튀어서 멋져 보인 걸까, 그보다는 조금은 부족하고 다른 것 같아도 자신의 생각대로 살고자 하는 모습이 멋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남들이 다 갖춘 걸 못 가져서 조급해 하지만
그렇게 모두 똑같이 생기면 무얼 보고 멋있다고 할 수 있을까. 
무엇 때문에 멋질 수 있을까.


그러니까 우리는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고 말해도 좋다. 

그 책을 더 읽고 싶다면 더 읽어도 되고 그 음악을 더 들어도 되며 그곳에 가고 싶다면 용기 있게 가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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